유동인구가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는 영향 덕분에 임대료가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는 종각역 상권. 그러나 지하철 역사를 중심으로 대로변과 주변의 지상 상권과 지하상가를 포함한 지하 상권의 명암 차이가 두드러지고 있다. 공실과 잦은 업종의 교체 등 임대료 상승을 둘러싼 산재해 있는 문제가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종각역 상권의 임대료 상승세가 꺾일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 이 일대에 유동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이유 때문인지 서울지역 소재 상권의 임대료가 대부분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나 홀로 상승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임대료가 가장 많이 오른 서울지역 소재 상권은 종각역(38.4%)이었다.

특히 올해 1분기 서울 소재 상권의 매장 임대료가 2% 넘게 떨어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지역 상권의 평균 임대료는 ㎡당 3만2700원으로 전분기 대비 2.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권역은 종로3가(6.9%)를 중심으로 임대료가 상승했다. 이곳은 전통 있는 요식업종이 밀집해 있고 최근 익선동이 최근 신흥상권으로 떠오르면서 외부 수요의 유입이 증가하는 등 최근 상권이 활발한 분위기를 띠고 있다.

종각역 상권의 평균 임대료는 전분기 대비 8.4% 가량 상승한 ㎡당 6만3900만원으로 조사됐다. 주변의 기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와 주변 주택지역의 상주인구, 그리고 ‘젊음의 거리’ 등을 방문하는 유동인구의 수요가 집중되자 임대료 호가가 강세를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로변과 주변 상권의 매장은 임대료가 비싸다 보니 업종 갈아타기가 빈번하고 특히 대로변에 위치한 매장의 경우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공실이 최근 많이 늘었다. 

패션업종의 경우 인기가 식을 줄 몰랐던 SPA 브랜드의 매장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문을 닫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에 대해서 종각역 인근의 광화문 상권이 크게 번성하기 시작하면서 그 위상이 퇴색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2년 전부터 광화문 상권과 종각역 상권의 위상은 역전됐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희비는 희비(喜悲)가 엇갈리고 있다.

광화문 상권에 밀리면서 명성 퇴색

종각역 상권은 관철동 상권으로도 불리며 강북권의 핵심 상권 가운데 하나로 꼽혔지만 최근에는 공실로방치된 점포가 늘어나고 있는 반면 새로운 오피스 빌딩이 들어선 광화문 상권은 직장인과 가족단위의 방문객들로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붐비고 있다. 그러나 종각역 상권의 매출액은 경기침체의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줄어드는 추세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종각역 상권의 지난해 하반기 월평균 매출액은 3776만원으로 상반기보다 약 700만원(15.6%) 떨어졌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도 대다수의 건물주가 임대료를 현재의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광화문 상권은 지난 2016년 1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상권으로 파악됐다. 광화문 상권의 매장들은 이 기간 동안 총 5조835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상인들의 1인당 월평균 매출 순위에서도 광화문 인근이 약 390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종각역 상권에 위치한 6층 이상 빌딩의 공실률은 지난해 1분기 11.1%에서 올해 1분기 20.1%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서울지역 전체 상권의 공실률의 상승폭(9.8→11.9%) 보다 훨씬 높다. 이 기간 동안 광화문 상권의 공실률은 오히려 7.6%→7.5%로 내렸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경기와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종각역 상권의 명성이 인근 광화문에 밀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성을 위한 패션지대 지하상가 상권

그나마 종각역 지하에 위치한 지하상가의 사정은 지상보다는 괜찮은 편이다. 종각역 지하상가는 지상보다 오히려 젊은 여성들이 자주 찾는 보세 중심의 패션 관련 쇼핑지대다. 종각역 9번 출구와 10번 출구에서부터 시작되는 긴 지하통로에는 보세 중심의 의류, 액세서리업종의 매장과 화장품 매장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숫자는 약 80개 가깝다. 유동인구의 유입도 꾸준하며 매장의 변동도 거의 없다. 특징은 여성복과 잡화·보세품목이 혼재해 있는 모습이 강하다. 여성복과 이너웨어의 매출이 비교적 좋게 달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은 지상과 지하의 연계방안을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든다. 종각역의 하루 평균 이용승객은 9만6000여명이다. 1호선 라인에선 1위가 서울역, 그리고 종각역이 두 번째로 많다. 

다양한 업종이 혼재된 ‘젊음의 거리’에 심야시간까지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지하 상권은 지하쇼핑센터로 조성돼 있기 때문에 지상과 지하를 넘나드는 원스톱형 복합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유동인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상권의 활성화를 위해서 이런 부분을 제대로 활용해 보자는 것이다. 한편 상가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 시행이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이것이 종각역 상권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볼 문제다.

그동안 임대료를 견디다 못해 점포를 내놓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공실률이 발생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상가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는 현행 9%에서 5%로 제한된다.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적용받을 수 있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보호 대상도 확대돼 서울의 경우 지역에 따라 90% 이상이 보호 대상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종각역 상권 활성화 방안 없나

그동안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땅값이 치솟고 이에 따라 임대료도 비례해 책정되자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임차인이 나타나지 않아 핵심 상권도 공실이 빈번했다. 임대료 인상 억제와 환산보증금 범위 확대로 상가임차인들의 임대료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종각역 상권이 최근 빛을 잃어가고는 있지만 다양한 개발계획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상권의 변화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5월 TF팀을 구성하고 총괄건축가 자문 등을 거쳐 마련한 ‘세종대로 일대 보행활성화 기본구상(안)’을 발표했다. 사업 대상지는 종각역이 포함돼 있는 시청역~광화문역 연결구간과 무교‧다동 도시환경정비구역 35개 지구 가운데 세종대로, 청계천, 무교로와 접하고 있는 5개 지구다.

시의 기본 구상안에 따르면 지하공간에는 다양한 상업시설들이 보행로와 연계해 입점하며 무교공원 지하에는 북카페 등 공공시설을 설치하고, 국세청 남대문별관 지하에는 완공 예정인 역사문화특화공간과 연계해 배움과 쉼이 공존하는 문화공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대상지역은 도심 재개발이 완료된 지 25~35년이 경과한 지역으로 기본 구상안 협의 과정에서 민간 사업자들의 리모델링 및 재건축 제안을 수렴했으며 추후 계획수립에도 적극 고려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하보행네트워크가 강화되면 걷기 편한 도시가 되고 경제, 문화 등 다양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으며 주변의 상권을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세계적인 명소로도 주목을 받는 계기를 만들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