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패션상권의 대표지역인 청담역 상권. 최근 이곳의 대표적인 콘텐츠이면서 아이템인 ‘패션’의 매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의 매장들은 거의 다 빠져나가고 공실만 남아있는 상태가 길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을 방문하는 유동인구도 패션이 목적이 아니라 외식 등 유흥이 대부분이다. 패션의 빛이 바래진 청담역을 이대로 방치해야만 할까?

최근 고급 명품 주거지역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청담역 상권의 기능이 거의 상실되고 있는 분위기다. 비싼 임대료 문제로 럭셔리 브랜드들의 매장이 철수를 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빈 매장도 많이 늘었지만 이 자리를 채우고 들어오려는 업종이나 브랜드는 거의 없는 상태다. 실제로 이전 럭셔리 브랜드가 매장을 매웠던 대로변에 위치한 매장은 최근 공실이 크게 늘었다.

실제로 지난달 지하철 7호선 청담역 8번과 9번 출구에서 청담사거리쪽으로 길게 뻗어있는 대로변과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까지 이어지는 대로변 구간에는 공실이 5군데나 생겼고 또, 건물주들은 운영을 포기하는 매장의 임차인을 미리 구하는 등 공실 매우기에 급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이 빈 매장에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가 운영되면서 명품거리를 더 빛내주고 있었다.

그러나 이 브랜드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고도 빈자리가 채워지지 않자 명품거리의 모습은 이전과 비교해볼 때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그 명성이 퇴색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내리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청담역 대로변 주변의 건물 가운데 1층 매장의 경우 면적이 231㎡인 곳의 임대료는 5000만원으로 3.3㎡(평)당 70만원 수준이다.

또 직영점 같은 패션 브랜드의 매장을 운영할 경우 필요한 건물은 보증금 50억원에 매달 2억원에 가까운 임차료를 부담해야만 한다. 이면도로의 임대료도 아직까지 비싸기는 마찬가지다. 고급 빌라지역인 청담하이츠빌라 주변의 경우 1층에 위치한 매장을 임대하려면 면적 429㎡ 매장의 경우3000만~3500만원선에서 매달 임대료를 지불해야한다. 2층과 3층에 위치한 매장의 임대료는 월 1800만~1900만원대로 조금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스타로드’ 조성사업 빛 바래나

이런 모습을 보면 최근 몇 년 동안 청담동 상권을 부활하기 위한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커진다. 청담동 상권은 부근의 압구정 상권과 연계해 강남권의 패션특구로 조성된다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남구는 청담역과 주변의 압구정역 상권을 연계하는 방법으로 한류를 활용한 한국의 패션문화의 거리로 조성하려고 했었다.

이에 따라 케이스타로드가 조성된다. 이 거리는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부터 SM엔터테인먼트를 지나 큐브엔터테인먼트를 잇는 약 1.08㎞ 구간을 중심으로 조성됐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한류를 관광 자원화한다는 취지다. 강남구는 이번 거리 조성의 기본 콘셉트를 한류 스토리가 있는 장소를 찾아가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도심판 올레길’로 정하고 최신 한류 트렌드를 반영해 핫(hot)한 스타들의 추억이 있는 명소, 자주 가는 맛집 등에 스토리를 입혀 해외 관광객들을 매혹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케이스타로드의 시각화를 위한 상징물 등이 설치됐으며 향후 강남의 브랜드화와 글로벌화를 위해서 순차적으로 이곳에 한류 콘텐츠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거리 조성사업에는 아모레퍼시픽, 제이콘텐트리 M&B, SM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곳의 민간기관 등이 강남구와 협력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브랜딩, 심볼, 거리 이정표(Signage) 등 거리 조성을 위한 전반적인 디자인 기획과 개발을 맡았다.

제이콘텐트리 M&B는 스토리텔링을 재능기부 형태로 제공했다. 이밖에 SM, JYP, 큐브, FNC 등 강남구 내 여러 엔터테인먼트사에서도 스타거리 조성을 위해서 한류 영상을 송출하는 대형 미디어 파사드 및 핸드 프린팅대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강남구에 따르면 케이스타로드 조성 후 청담역 일대 주변에 유동인구가 이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청담역 상권 활성화 방안 없나

그러나 유동인구의 유입효과는 패션거리를 크게 활성화하는 데는 큰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임대료 문제로 불거진 브랜드의 매장 철수가 이를 반증한다. 그러나 강남구는 청담역 상권을 활성화하는 사업을 아직 포기한 것은 아니다. 강남구는 이를 위해서 매년 청담동의 대표산업이라고 볼 수 있는 패션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강남패션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강남권 패션 브랜드의 글로벌 육성과 더불어 패션 아이템이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관광상품이 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강남구는 지구단위계획을 재정비해 청담동 명품거리를 포함한 압구정로 일대 건물의 층고 제한 완화를 추진한다. 청담동 명품거리 북측과 가로수길, 로데오거리 등과 연계한 한류관광의 중심지로 육성하는 계획이다. 압구정로 일대는 지난 1982년 ‘역사문화미관지구’로 지정됐다. 그 이후 37년 만에 층고 제한을 해제하는 계획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압구정로변은 현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최고 5층 이하 높이 제한에 걸려 있다.

통상 ‘역사문화미관지구’는 기본 4층 이하의 층수 제한을 적용받으며, 심의 후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을 경우에는 최고 6층까지 건물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층수의 규제가 어느 정도 선까지 완화될지는 미지수다. ‘역사문화미관지구’에서 ‘일반미관지구’로 바뀌더라도 새 지구단위계획에 최고 건축 가능 높이는 명시해야 한다.

한편 강남구가 새롭게 마련하는 지구단위계획은 한남IC에서 청담역 사거리까지의 남쪽 가로변 약 20만㎡에 대한 관리체계를 규정한다. 현재 지구단위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던 청담동 명품거리 일대 북측 가로변도 신규 수립지역으로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새 지구단위계획에는 가로수길, 로데오거리, 패션거리, 한류스타거리 등 특화거리 연계를 통해서 압구정로를 한류관광 중심지로 육성하는 방안도 담긴다.

패션 브랜드의 대중화 필요

한편 청담동 상권은 1990년대 초중반만 해도 고급 주택가와 갤러리 매장이 대부분이었다 그 이후 디자이너 브랜드 매장과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매장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2000년대 이후에는 고급 음식점과 웨딩숍, 피부관리숍, 스튜디오, 성형외과 등 전문 클리닉 업종매장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커피숍, 음식점 등 F&B 매장의 진출이 눈에 띤다.

이에 따라 청담동 상권은 먹거리, 패션 아이템 등이 비교적 고가축에 들다 보니 그들만을 위한 고급 상품 메카로 불리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청담동 상권에 패션 브랜드가 진출할 경우에는 플래그십스토어로 운영되는 성격이 강하다.

이런 부분은 청담역 상권이 대중성을 갖추지 못한 것에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경기가 크게 위축되자 럭셔리 브랜드의 매장은 빠지는 대신 대중적인 성격의 SPA 브랜드는 오히려 청담역 상권으로 들어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패스트 패션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글로벌 SPA 브랜드 ‘H&M’은 청담동에 KENZO x H&M 콜렉션 매장을 오픈했다.

유명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합리적인 가격대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과 한정상품이라는 희소성 때문에 오픈 당시 콜렉션을 판매하는 청담동 매장에는 해당 콜렉션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의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H&M’의 청담동 매장 오픈은 청담동 상권에도 대중적인 브랜드가 입점할 수 있는 매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부동산 투자 열기 임대료 상승 부채질

또 청담역 상권은 부동산 투자처로 이목이 늘 집중되는 곳이다. 돈이 마르지 않는 상권이라는 이미지와 향후 지하철과 경전철을 잇는 구간이 개통되고 새 역사가 지어질 경우 유동인구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되자 주변의 부동산 가치의 상승도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담역은 하루 수송객이 2만5000여명에 달하는 등 서울시내 역세권 가운데에서도 유동인구가 많은 역사에 속한다.

또한 청담역 인근의 상권과 강남권의 10만여 개 이상의 기업, 99만여 명의 종사자들로 인해 소비인구 비율도 높은 편이다. 이처럼 배후수요와 유동인구, 소비인구비율로 인해 상가투자처로는 최적의 입지로 꼽힌다. 단지 인근에는 청담근린공원과 명품패션거리, 연예인의 거리, 예술의 거리, 웨딩의 거리, 젊음의 거리, 뉴패션의 거리, 카페의 거리 등 특색 있는 문화거리 7곳이 포진돼 있어 다양한 유동인구의 유입이 가능하다.

교통망 역시 장점으로, 올림픽대로, 영동대로, 남부순환로가 인접해있고 강변북로, 영동대교, 청담대교의 접근성도 용이하다. 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청담역 주변의 상권에 부동산 매입세가 늘면서 2년 전 3.3㎡당 1억원대였던 땅값이 최근엔 호가 기준 최고 2억~3억원대까지 치솟았다. 이런 모습은 향후 청담역 상권이 어떻게 변할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