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브랜드의 수주회는 일반 패션 비즈니즈 행사와는 달리 아기자기하면서도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행사에 참가한 브랜드의 독창적인 출품작들을 살펴볼 수 있고 런웨이와 부스를 방문하게 되면 패션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패션문화마켓을 표방한 이번 패션코드는 이런 부분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 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류의 영향 덕분에 중국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케이(K)-패션이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제2의 한류 붐이 일기 시작한 덕분에 대만이나 일본, 유럽에서도 국내 인기 아이돌의 스타일이 큰 유행을 타는 등 관심의 눈길이 케이(K)-패션으로 몰리고 있다.

기업들이 전개하는 브랜드도 인기를 끌고 있지만 최근에는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가 무척이나 커졌다. 해외시장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독창적인 스타일을 즐기는 패션 마니아층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을 정도다. 이에 따라 패션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브랜드를 좇기보다는 디자이너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작품을 접해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선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서 디자이너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패션시장에서 이들이 부상할 수 있었을까? 패션업계에선 디자이너 브랜드가 크게 인기를 끌게 된 이유로 블로그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패션 관련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국내에서 전개 중인 디자이너 브랜드의 작품을 오프라인을 통해서 한번에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패션코드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문화체육관광(장관 도종환)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원장 김영준),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회장 송지오)가 공동으로 주관한 패션코드 2018 F/W 가 지난 3월15일부터 17일까지 성공적인 행사로 평가받으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나이·국경을 초월해 모두 모였다

이번 행사에는 100여 개의 국내외 디자이너 브랜드가 참가한 가운데 총 12개의 국내외 브랜드가 패션쇼를 진행했다. 아울러 행사 기간 동안 약 5000여 명의 국내외 바이어, 프레스, 패션업계 관계자들이 수주회와 패션쇼, 코드마켓 현장을 찾는 등 패션문화마켓으로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케이(K)-패션을 이해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보기는 흔치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패션코드는 모델들이 음악에 맞춰 세련된 워킹을 선보이고 관람객들은 이들과 함께 호흡을 하면서 나라와 나이 등 경계 없이 모두가 함께 패션문화를 즐기는 자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화려한 조명과 흥겨운 노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열린 코드마켓은 국내외 바이어, 패션업계 종사자, 일반 관람객까지 케이(K)-패션과 문화를 교류하고 마음에 드는 물건은 직접 살 수 있는 자리로 새롭게 등장했다.

코드마켓에는 총 46개의 브랜드가 참여했다. 행사 기간 동안 상시로 운영된 코드마켓은 일반 관람객들이 디자이너 브랜드가 출시한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그 제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에게는 인지도를 제고하고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직접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창구에서부터 코드마켓의 내부를 거닐며 상담과 판매가 이뤄지는 모습은 패션코드가 패션 비즈니스 수주회로서의 기능을 강조해 주는 부분이다.

패션쇼·바이어와 비즈니스 상담 결과는?

참가 브랜드의 패션쇼는 국내에서 10개 브랜드, 해외에서 2개 브랜드가 패션쇼를 개최했다.

15일부터 17일 3일 동안 김주한, 문창성, 서광준, 성지은, 송유진, 유지은, 이서정, 이정록,

임선옥, 전새미(가나다순) 디자이너가 전개하는 브랜드의 단독 패션쇼와 인도네시아 2개 브랜드의 연합 패션쇼가 개최됐다.

성지은 디자이너가 전개하는 ‘몬티스’는 20대부터 40대까지 폭넓은 소비자층을 겨냥한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다. 이번 패션쇼에선 평범하고 단조로운 삶을 거부하는 브랜드의 상상력으로 탄생한 의류와 잡화, 생활소품 등을 선보였다. 어른이, 키덜트, 푸에르 아에테르누스, 피터팬 콤플렉스 등 독립적이고 자유로우며 각자의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원한 소년 소녀를 위한 디자인을 한다. 특히 기능적인 디테일, 간결한 실루엣과 실용성이 장점이다.

한편 이번 패션코드부터 한층 강화된 브랜드와 바이어간의 비즈니스 매칭은 우수한 실적으로 이어졌다. 한국 패션에 관심이 많고 구매력이 있는 바이어를 초청하기 위해서 사전 선호도 조사를 통해서 바이어와 브랜드의 1대1 미팅의 적중률을 높이는 등 비즈니스의 효율성을 제고했기 때문이다.

또한 바이어가 사전에 매칭된 브랜드 외에도 전체 브랜드를 둘러보면서 상담할 수 있도록 전시부스 투어형 미팅을 진행하는 등 효율적인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서 총 수주액 약 18억 원을 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참여 브랜드의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여성복 브랜드 ‘앰퍼샌드(AMPERSAND)’는 중국과 홍콩의 온라인몰 입점과 해외 쇼핑앱 입점 등 미주와 아시아 지역 진출을 논의 중이다.

한국 패션의 시장성과 경쟁력 확인

남성복과 여성복을 전개하고 있는 ‘스왈로테일(Swallowtale)’ 또한 일본의 대형 백화점 체인인 한큐백화점에 팝업스토어을 운영하고 중동지역 수출길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밖에 여성복 브랜드 ‘티백(Tibaeg)’과 가방 브랜드 ‘기어쓰리(Gear3)’가 필리핀, 중국 관동지역 등의 백화점 입점과 유통망 전개를 협상 중이다.

한편 해외의 영향력 있는 바이어 가운데 한명인 일본의 멀티숍 델타(DELTA)의 히카리 요시다케씨는 “1대1 통역 서비스와 브랜드와 적극적으로 비즈니스를 진행할 수 있는 미팅 기회를 제공받은 것이 매우 만족스러웠다”며 “이번 패션코드에서 한국 패션의 시장성과 경쟁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경미 한국콘텐츠진흥원 대중문화본부장은 “이번 패션코드는 수주실적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기 때문에 참여 브랜드와 바이어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이를 계기로 패션코드가 한국의 우수한 패션문화를 이끌어가는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와 발전적인 변화를 해나갈 것이다”라고 전했다.

올해 9회째인 패션코드는 케이(K)-패션을 해외에 널리 알리고 한국 패션문화를 함께 즐기는 흔치않은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패션코드측은 아시아, 중국, 일본처럼 한국을 쉽게 접하고 케이(K)-패션의 의지가 있는 바이어를 더 적극적으로 초대하는 등 시장을 더 키워갈 예정.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으로 흥미와 관심을 더해가는 패션코드. 앞으로 글로벌 패션문화마켓으로서 그 입지를 굳건하게 지켜나가길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