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이 아닌 필수라 되어 버린 소매 장터, ‘모바일과 옴니채널’

지난해와 그 이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어느 때 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모바일을 사용해 쇼핑을 하기 때문에 브랜드와 소매 업체들은 이를 쉽게 이용하기 위한 모바일 인프라가 필요하다. 온라인 미디어 비즈니스 오브 패션과 다국적 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모바일 거래는 2018년 말까지 연간 9300억 달러(약 993조2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의 쇼핑 역시 보다 보편화될 태세다. 광범위하게 인기 있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 인스타그램은 최근 캐나다 IT 신생기업 쇼피파이(Shopify)와 제휴해 앱 내 구매를 시작했으며 점점 더 많은 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제이 크루, 아베크롬비 앤 피치(Abercrombie & Fitch), H&M, 노드스트롬 같은 일부 메이저 소매 업체들의 수익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온·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면서 상품을 검색, 구매할 수 있는 일명 ‘옴니채널(Omnichannel)’이 여전히 최우선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올해는 더 많은 소매 업체들이 온라인 구매, 매장 내 픽업, 당일 배송 및 매장에서의 모바일 결재 등과 같은 기능을 도입했기 때문에 올해는 반드시 표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는 온라인 소비자와 오프라인 소비자의 경계가 분명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경계가 무너졌다. 쇼루밍(showrooming,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뒤 실제 구매는 온라인 등 다른 유통 경로로 하는 것), 웹루밍(webrooming, 온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후 실제 구매는 오프라인으로 하는 것), 모루밍(morooming,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후 모바일로 구매하는 것) 등 소비 패턴이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옴니채널이 주목 받고 있다.

베스트 원이 아닌 온리 원을 추구하는 ‘희소성’만이 대안이다

온라인 소매 플랫폼 쇼피파이는 올해 가장 인상적인 제품을 출시했다. ‘카일리 코스메틱’과 ‘슈프림’에서 부터 ‘알렉산더 왕’ 같은 보다 전통적인 패션 브랜드들과 바니스 같은 소매 업체에 이르기까지 사전 통보가 거의 없는 곳과 종종 한정된 수량의 물건을 ‘불시에 배달(Drops)’하기 위해 시즌별 배달은 피하고 있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웹 사이트와 소셜 미디어에서 노이즈 마케팅과 대대적인 과장된 광고를 생성하고 있다. 그들의 순간적 속성은 우리 모두 혹은 리셀러들에게 뿌리내린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의미하는 포모(FOMO) 증후군에 어필하고 있다.

팝-업과 마찬가지다. 이 일시적인 물리적인 소매 경험은 2016년에 콘서트 장에서만 판매하는 패션 아이템 머시(Merch) 드랍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지난해에는 더 많은 인기를 얻었으며 새로운 형식을 통해 소비자들을 흥분시켰다. 아웃도어 보이스(Outdoor Voices)와 어웨이(Away) 같은 디지털 우선의 소매 업체들은 오프라인 소매 거래를 테스트하기 위해 팝-업을 시작했다. 특히 모바일 팝-업은 지난해 스피드가 많이 늘었다. 뉴욕 기반의 주얼리 브랜드 미안사이(Miansai)와 여성복 브랜드 제니 카니예(Jenni Kayne)는 강한 기류 속에서 트래블링 팝-업을 선보였고, 최근 카일리 제너는 움직이는 팝-업 형태인 브랜드 트럭으로 로스앤젤리스를 돌며 자신의 화장품을 판매했다.

이제 의류 산업 외부로 눈을 돌려 다각화를 시도하자

전통적인 의류 소매 업체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전략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해 메이드웰(Madewell)은 선택된 온-브랜드 뷰티 제품을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뷰티가 오랫동안 주요 성장 동력이었던 어번 아웃피터스와 앤쓰로폴로지(Anthropologie) 같은 체인점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제이.크루 역시 의류 외에 뷰티 제품을 확장하는 과정에 있다. 웰니스 역시 마찬가지다. 삭스 피프스 애비뉴에 ‘웰러리(Wellery)’가 있고 반면에 ‘파이브스토리(Fivestory)’는 최근 웰리스 전용 층을 오픈했다. 미국 컨템포러리 브랜드 ‘홈(Home)’ 또한 밀레니얼 세대가 자라면서 서서히 확장되어 브랜드의 인기 카테고리가 되었으며 ‘가멘토리(Garmentory)’부터 ‘더 드레슬린(The Dreslyn)’, ‘구찌’, ‘제니 카니예’에 이르기까지 홈 데코를 통한 ‘성인용’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푸드 역시 유동 인구를 움직이기 위한 소매업체들의 전략 중 일부가 되었다. ‘이탈리(Eataly)’와 ‘르디스트릭트(Le District)’ 같은 고급 식료품점들은 쇼핑몰에서 스탠다드 푸드 코트로 대체되었다. 반면에 백화점들은 카페나 바를 벽에 설치하기를 열망하고 있다. 어반 아웃 피터스는 피자 체인에 최근 투자를 했다. 랄프 로렌은 폴로 바를 보유하고 있으며 티파니는 방문객들이 실제로 ‘티파니에서 아침 식사’를 실제로 할 수 있는 카페를 오픈했다. 새로운 뷰티 소매 업체인 ‘라일리 로즈(Riley Rose)’는 뷰티 제품과 가정 용품, 캔디 등 3가지를 모두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유로모니터가 지난해 말 발표한 럭셔리 마켓 보고서에서는 라이프스타일과 경험적인 카테고리가 제품보다 더 빨리 성장하고 있는 사실에 주목했다. 요약해 보면 “세계적으로 럭셔리 경험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면서 호텔과 커피 숍, 레스토랑, 바처럼 지역에서 보다 큰 발자취를 구축하려는 선도적인 패션 하우스들을 고무시키고 있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여러 번 언급했듯이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들은 상품보다는 경험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으며 똑똑한 소매 업체들은 여러가지 면에서 이를 잘 활용하고 있다. 아웃도어 보이스(Outdoor Voices)는 매장 밖에 하이킹과 조깅을 조직했으며 브랜드들은 호텔에 팝-업을 오픈하고 있다. 럭셔리 리조트 ‘마리스 컬렉티브(Maris Collective)’는 호텔 및 여행 소매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다른 소매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회하고 있다. 이탈리아 럭셔리 하우스 구찌는 최근 홈 라인을 시작했다. 구찌 레스토랑 혹은 호텔이 그 다음 순서가 되지 않을까 한다. 최근의 의류 산업 외부로 눈을 돌려 다각화를 시도하는 럭셔리 패션 업계의 움직임을 볼 때 이제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닐 듯하다.

‘소매업의 종말’은 없다 다만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할 뿐이다

NPD 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소비자들은 홀리데이 시즌에 전체 쇼핑의 약 40%를 온라인으로 결제했다고 한다. 이 기간 결제액 기준으로 보면 온라인 매출 신기록을 세웠을 뿐 아니라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 매장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물론 이러한 온라인 성공의 배경에는 거대한 인터넷 공룡 아마존(Amazon)이 있다. 심지어 사람들은 더 빠른 무료 배송과 디지털 콘텐츠 등의 혜택을 얻기 위해 아마존에 추가로 돈을 지불하고 ‘프라임(Prime)’ 회원권을 구입하기도 한다.

아마존의 지난해 프라임 멤버십 가입자 수는 2016년 보다 40% 증가한 8800만 명으로 전체 아마존 고객의 63%가 프라임 회원이다. 크리스마스 등 연말 쇼핑 대목을 맞은 프라임 회원들의 평균 지출 규모는 22% 늘었다. 아마존은 회원권으로만 수십억 달러를 벌었다. 프라임 회원은 아마존에서 연평균 약 1300달러를 지출한다. 어느새 온라인 쇼핑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었다. 문제는 과연 온라인의 급성장이 오프라인 소매업의 종말이 원흉인가 하는 문제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온라인 거대 기업이 오히려 물리적인 오프라인 매장을 원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는 데 소매업이 사라진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현재 아마존이 추진 중인 물리적인 오프라인 매장 확보 움직임은 매우 적극적이다. 아마존은 올해 식료품 거대 기업 홀 푸드(Whole Foods)를 오프라인 매장을 포함 137억 달러에 인수했다. 또한 지난 2년 동안 일부 오프라인 서점과 캠퍼스 서점, 아마존 고(Amazon Go)같은 식료품점도 열었다. 최근에는 기존 콜(Kohl) 매장 내부에 10개의 미니 매장도 오픈했다. 지난해 9월에는 인도 소매 기업 쇼퍼스 스톱(Shoppers Stop)의 지분 5%를 인수했다. 프랑스에서는 오프라인 15곳을 준비하고 있다. 심지어 일본 도쿄에는 알코올 음료를 판매하기 위한 팝-업 바도 오픈했다. 이제 세계 1위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 물리적인 오프라인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려가고 있는 ‘자라’나 ‘H&M’ 같은 SPA 공룡들의 확장 속도보다 빠르게 느껴진다.

4차 산업 혁명이라는 화두로 인해 이미 세계 거대 소매 유통 시장은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위기에 봉착했을 때는 바닥을 쳐야만 길이 보인다. 어쩌면 ‘소매업의 종말’은 미국 내 대기업의 매장 폐쇄와 파산 뉴스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것일지도 모른다. NRF(National Retail Federation)는 총 소매점 매출이 지난해 약 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온라인 쇼핑몰의 약진에 비하면 작아 보이지만 전체 시장의 10%만이 온라인 시장이고 나머지 90%는 물리적인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다. 즉 오프라인으로 대표되는 소매업은 성장이 더딜지는 모르지만 지구상에서 멸종한다는 ‘아포칼립소’는 지나친 논리 비약이다.

결론적으로 소매 업체는 종말론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바닥을 치고 올라갈 동력을 찾아야 한다. 결국 그 정답은 소비자에게 있다.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소비자는 왕이다. 그런데 그 왕들이 모바일로 무장하고 소매 업체들과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제 고객을 제대로 봐야 한다. 소비자들은 간절하게 온라인 쇼핑을 원하고, 동시에 경험을 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도 함께 원한다. 즉 경험과 개인화가 만나야 퍼즐이 맞춰진다. 그 중심에 미래 쇼핑 권력인 밀레니얼 세대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결국 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모두 제공하는 멀티 기업만이 이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때문에 온라인 상점의 오프라인 확장은 당연한 선택일 뿐 아니라 새로운 소매 유통 시장 재편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봐야한다. 이제 오프라인 매장은 위의 5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생존 전략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