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욕에서 만나 한미 FTA 개정협정문에 서명했다. 9월 3일 개정협상 결과문서가 공개된 지 약 한달 만이다. 독소조항으로 꼽혔던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개정의 소득이 있었던 반면 한국산 픽업트럭의 관세 철폐시기가 20년 늦어져 자동차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초기 협상 당시 기대감이 높던 섬유패션업계는 잠잠하다. 한미FTA가 섬유패션 업계에 가져다준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의 효과가 미미한 이유는 얀 포워드 (yarn forward) 방식으로 불리는 원산지 규정방식 때문이다. 섬유의류 제품의 미 수출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면 우리 섬유가 중국, 베트남 등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생겨 수출이 증가 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얀 포워드 방식에 따르면 한국산 또는 미국산 섬유로 만든 의류 제품만이 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섬유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국내 의류업체가 대부분의 원사를 제3국으로부터 수입해서 쓰기 때문에 관세 혜택을 누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전했다.

한미 양국은 이번 FTA 개정으로 얀 포워드 기준에 예외를 두도록 합의했다. 공급이 부족한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제3국에서 생산한 원료를 사용해도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본부장 김현종)는 “섬유품목에 대한 원산지기준 개정으로 섬유 수출애로를 해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마저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개정안으로 추가적으로 혜택을 받게 될 업체는 “거의 없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해당 관계자는 “양말 등 일부 품목을 제외 하고는 한미FTA 활용도가 낮은 편이다. 스트림 구조도 복잡하고 갖춰야 되는 서류도 많아서 대부분 중소업체인 국내 섬유업체가 한미FTA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미 FTA가 발효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수출증대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산업연구원 (원장 장지상)은 작년에 발행한 ‘섬유산업의 한미FTA 5년 평가와 과제’ 보고서에서 ‘관세폐지에 따른 섬유산업 대미 수출증대 효과는 FTA 발효 직후 2년 간 나타났다가 3년째부터는 약화됐다’고 밝혔다. 이는 대만, 홍콩 등 경쟁국 제품과의 경쟁 심화 및 중국, 인도, 태국 등 후발국들의 추격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특히, 국내 섬유산업은 기술열세 및 차별화 신소재 개발 미흡으로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이 점유하고 있는 미국의 고성능 차별화 섬유시장 개척에도 한계가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2004년까지 국내 섬유의 대미 수출 비중이 가장 컸던 만큼, 미국 시장은 여전히 잠재력이 있다. 특히 최근 경기 호조세를 이용해 기저효과를 넘어서는 수출 반등효과를 노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산업연구원의 박훈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높은 수요증가를 보이고 있는 미국의 산업용 섬유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제품의 품질 수준을 결정하는 염색·가공 기술을 발전시켜 미국의 고부가가치 시장에 진입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 내 한인 의류업계를 활용 하는 방안도 거론했다. 미국 LA 의류단지 내 한국계 의류업체들과 국내 대구 및 경기북부 지역의 직·편물 업체들 간 교류활성화가 필요하다 는 의견이다.

정부나 유관 단체에서 중소 업체들이 FTA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한미FTA 1주년을 맞아 실행한 조사에서 섬유업종 수출이 예상보다 부진했다고 밝히며, 정부가 바이어 발굴, 각종 인증 비용 지원, 원산지 증명 등 FTA 활용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작년 한국섬유산업연합회(회장 성기학)에서 매년 주최하는 프리뷰 인 서울 행사에 서울 본부세관이 참여해 FTA 활용을 위한 컨설팅을 제공했다. 섬유산업이 밀집돼 있는 대구경북지역의 대구본부세관, 대구경북연구원 등도 FTA활용 지원회 및 컨설팅을 주기적으로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