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트리트웨어와 하이-엔드 패션에서 미니멀과 빈티지가 반영된
낭만적인 ‘놈코어’ 트렌드가 생존 유틸리티와 보호 본능이 반영된 맥시멀한 워코어로 급속하게 대체되고 있다.
강도들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얼굴을 가린 방한모인 바라클라바(balaclava)’부터 경찰들이 사용하는 ‘폭동 진압용 방패’에 이르기까지, 밀러터리 트렌드 워코어가 무섭게 급부상하고 있다. 워코어가 놈코어 대체재로 부상하는 이유를 살펴본다.

복식학적으로 보면 패션은 시대와 변화를 반영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미국판 보그에 의해 확인된 최신 트렌드는 암울한 기분이 들게만든다. 자유로운 빈티지 혹은 히피 느낌의 낭만적인‘놈코어(Nomcore)’를 대신해 ‘워코어(Warcore)’로 불리는 생존 유틸리티와 보호 본능이 결합된 새로운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스타일 전문가들은 최신 트랜드 워코어가 ‘과연 놈코어를 대신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제기하지만 이미 결론은 “그렇다”로 귀결되면서 세계 패션계는 워코어 급부상에 주목하고 있다. 물론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전문가들은 워코어의 옷 입기를 “지정학적 붕괴... 전세계적인 폭력, 혼란, 그리고 전세계에 만연한 광범위한 두려움에 대한 반영”으로 정의 내리고 있다.

이제 애슬레저, 놈코어, 코프코어(Gorocore), 워크웨어, 스트리트웨어 등은 모두 명백한 워코어의 과거형 패션 용어가 되었으며, 새로운 워코어의 핵심은 생존주의적 감각이다. 활기찬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안티 소설 소셜 클럽(Anti Social Social Club)은 실제 폭동 진압용 방패를 만들고 있다.

로스엔젤리스를 기반으로 하는 브랜드 알릭스(Alyx)는 사막에서 군인들이 착용하는 것과 같은 종류의 얼굴 스카프와 대(對)탄도탄이나 근접 보호 장갑으로 사용되는 아주 거친 패브릭으로 만든 패셔닝 조끼를 생산하고 있다.

또 다른 미국 브랜드 헤론 브레스턴(Heron Preston)은 방탄 조끼같은 조끼(waistcoat)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 선보인 2019 봄/여름 루이비통 남성복 패션쇼장에 관객으로 참석한 슈퍼모델 벨라 하디드는 허벅지에 권총집처럼 묶은 루이비통 백을 착용해 주목을 끌었다. 그녀는 우리는 당면한 과제에 비해 다소 지나쳐 보이는 바바클라바와 멀티-스트랩의 유틸리티 베스트를 착용한 스트리트-스타일 스타 중 한 명일 뿐이다.

워코어의 스타일적인 유래는 헬무트 랭으로부터 시작
“만약 어려운 시기가 도래했다면, 헬무트 랭은 용감한 사람들에게 옷을 입힌 사람이다.” 보그의 에디터 사라 무어는 헬무트 랭의 2003 가을 겨울 컬렉션에 대한 리뷰를 통해 스포티 실루엣, 안전벨트 스트랩, 급격히 늘어난 기능적인 레이어드로 완성된 기성복이 그가 인기를 얻은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사라 무어는 헬무트랭이즘의 목적은 “지정학적 붕괴에 직면했을 때, 그의 추종자들이 우뚝 서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그 징조는 나타났다. 헬무트 랭의 조수 출신인 버질 아볼로가 디자인하고 있는 자신의 브랜드 오프-화이트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루이비통 남성복에서 헬무트랭이즘을 부분적으로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수십 개의 작은 가죽 각반과 하이킹 스트랩의 옷을 착용한 모델들이 등장한 영국 브랜드 에이 콜드 월(A-Cold-Wall)과 코트웨일러(Cottweiler)에서도 잇 트렌드로 증명되었다. 그들의 런웨이에서는 유틸리티 포켓, 망치 후크, 3M 테이프 스트라이프를 쉽게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적어도 밤에는 안전할 수 있다.

사라 무어의 주장대로라면 2018년 지정학적인 붕괴인 어려운 시기가 도래했다. 워코어 패션은 2015년부터 심화되기 시작한 핼무트 랭의 부활과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시작되었다. 최근 선보인 2019년 봄/여름 남성복 런웨이를 보면 가슴에 달린 안전벨트 백과 방탄조끼 모양을 모방한 탱크 탑, 저장 유닛으로 겸용할 수 있는 포켓이 많이 달린 팬츠를 쉽게 볼 수 있다.

워코어는 밀러터리 트렌드의 또 다른 얼굴

워코어 룩의 강력한 지지자는 알릭스(Alyx)의 디자이너 매튜 윌리암슨이다. 현재 이탈리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미국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매튜 윌리암슨은 카니예 웨스트부터 디올의 킴 존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남성복 디자이너들과 함께 가장 영향력있는 디자이너 중 한 사람이다. 킴 존스는 매튜 윌리암스에게 디올 남성복 데뷔에 필요한 CD-로고 걸쇠 디자인을 요청했고, 매튜 윌리암스는 새로운 트렌드에 맞게 킴 존스와 보조를 맞추었다

매튜 윌리암스는 트레킹 백 팩이나 어부 조끼에서 볼 수 있는 누름단추 걸쇠를 일종의 예술품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이 시그너처 스타일은 거대한 버클로, 강력한 곡선과 빛나는 금속으로 강철을 고정할 수 있을 정도로 무거워 보였다. 또한 그는 나이키와의 콜라보레이션에서 그와 비슷한 기능적인 디테일로 액티브웨어를 선보였으며 구체적으로 바라클라바, 나이키 로고 깃발, 지퍼와 스트랩, 후크가 있는 팬츠를 믹스했다.

군복은 지난 수 백년 동안 민간인들의 패션과 조화를 이루어 왔다. 그 결과 1800년대에 러시아와 프랑스 군대의 제복이 남성복 테일러링에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남성지 ‘에스콰이어’는 ‘강력한 패션 위크’로 나폴레옹 전쟁(1796~1815)을 묘사했다. 아쿠아스큐텀(Aquascutum)과 버버리같은 브랜드들은 크림반도 전쟁과 1차 세계대전 때 참호(trenche) 속에서 인기가 시작되어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남성복과 여성복에 영향을 미쳤다.

1980년대에 마틴 마르지엘라와 꼼 데 가르송은 세계 종말론에 사로잡힌 암울한 패션을 선보인적이 있었다. 이를 계승해 최근에는 릭 오웬스와 카니예 웨스트의 이지(Yeezy)도 당시와 유사하게 암울한 사막과 사막 색조의 생존 장비 혹은 모델의 몸 주위에 침낭으로 묶었다. 한편 걸프전 당시인 1990년대에는 주머니가 여러 개 달린 헐렁한 팬츠와 카고팬츠와 인식표가 유행했다.

런웨이 룩을 현실 세계에서도 소화할 수 있는 효과는 최근 유럽에서 선보인 남성복 패션위크의 스트리트 스타일에 즉각적으로 반영되었다. 쇼 관람객들은 다소 더워 보이는 바라클라바와 폭동 대비 조끼, 기능적인 클립 조임 벨트가 달린 유틸리티 트라우저를 착용했다. 간단히 말해서 이들은 모두 싸울 수 있는 옷들이었다.

놈코어를 대체하는 워코어의 주인공은 밀레니얼 세대

워코어 덕분에 몸에 잘 맞지 않는 브랜드나 상표가 없는 옷을 입은 마크 주크버그나 래리 데이비드, 아담 새들러와 같은 옷차림을 묘사한 패션용어 ‘놈코어’를 너무 일찍 그리워하게 만들고 있다. 놈코어는 탄생 당시 약간 의기양양했고 약간은 잘난체했으며 약간의 패션 조크도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워코어의 급부상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2014년 인터넷을 시작으로 주목을 받은 놈코어는 ‘평범한’이라는 의미의 노말(normal)과 ‘철저한’이라는 의미의 하드코어(hardcore)의 합성어로 평범함을 추구하는 패션을 말한다. 뉴욕 기반의 트렌드 예측 기관 케이홀의 2013년 레포트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주변 사람들과 다르게 보여야 한다는 사실에 지쳐 동질성을 지향하는 젊은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를 언급한 용어였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트렌드는 개성을 중요시하는 맥시멀리즘으로 진화하면서 다소 미니멀리즘적인 패션과 비슷한 놈코어는 서서히 워코어에 최신 트렌드 자리를 내주고 있다. 여기에 구찌의 알렌산드로 미켈레나 베트멍의 뎀나 바잘리아가 주도하는 해체주의적인 하이-엔드 패션의 영향과 슈프림과 오프-화이트와 같은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의 강세로 인해 젊은 밀레니얼 세대들은 전사로 무장하고 있다.

전 세계의 악한들은 그들의 미학이 유행하고 있다는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지난 6월 카무플라주 팬츠와 총 그래픽 티 그리고 바라클라바를 착용한 병사들이 전투기와 함께 있는 탈레반 훈련소 사진이 ‘탈레반이 전면적인 이미지 재건에 나섰다’라는 캡션과 함께 트위터를 통해 유포되었다. 이에 한 유저는 눈 이모지와 불꽃 이모지와 함께 ‘탈레반 x 베이프 콜라보레이션이 곧 나오나요?’라는 코멘트를 달기도 했다. 어쨌든 IS나 텔레반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세대가 밀레니얼 세대이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워코어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시대 트렌드로 진화할 듯

테러리스트의 스타일이 컨템포러리 패션에 응용된다는 것은 다소 암울한 상황이다. 하지만 전 세계가 테러의 위협을 받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패션이 등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는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세계는 지구촌으로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슬로건 티가 우리를 구해줄 것이라는 소망을 가식적인 행동으로만 치부할 수도 없다. 이는 패션 디자이너들이 정치와 행동주의에 날카로운 메시지로 반응하는 아주 드문 융합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패피들이 정치와 사회상이 반영된 유행이나 트렌드를 재빨리 받아들인다면 최선의 상황은 이러한 시각적인 저항이 실제적인 정치적 변화와 일치시키는 것이다. 옷은 우리 자신과 우리의 자유를 보호해 주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옷을 통해 심리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낄 수는 있을 것이다. 즉 워코어는 시대변화와 환경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테러, 국지전, 인종 갈등과 내전, 미투 운동, 이상기후 등으로 인해 젊은 세대들은 그 어느 때보다 보호받고자 하는 본능이 강하게 드러나면서 카고 팬츠나 컴뱃 부츠, 카무플라주 문양, 슬로건 티-셔츠 등이 스트리트웨어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영화 역시 워코어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스타워즈 시리즈는는 말할 것도 없고 지구를 구하는 여전시가 나오는 툼레이더, 원더우먼, 레지던트 이블, 투시와 같은 영화와 아이언맨, 닥터 스트레인저, 토르, 캡틴 아메리카, 블랙 팬서, 스파이더맨, 데드폴과 같은 전사의 유니폼을 입은 마블의 영화의 영웅에 이르기까지 이들을 어려서 부터 만화와 영화를 통해 익숙해진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워코어 패션은 어쩌면 숙명일지도 모른다.

이 모든 조건이 맞아 떨어지면서 워코어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그들만의 리그’로 자리 잡으며 기성세대의 놈코어를 서서히 밀어내고 있다. 특히 기성세대들에게 조폭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비쳤던 문신(Tattoo)이 밀레니얼 세대들에게는 거부감이 없는 개성으로 표현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워코어 트렌드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상대방에게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젠더리스와 해체주의가 트렌드 상식이 된 2018년, 워코어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소통 도구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