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으로 경색됐던 한국과 중국 정부가 화해한 것을 계기로 최근 중국시장으로 새롭게 진입하거나 다시 진입하려는 국내 패션기업, 브랜드의 관심과 움직임이 매우 활발하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중국시장은 놀라울 정도로 많이 달라졌다. 이에 따라 시장의 변화와 그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패션·유통전문가인 양대준 총재에 따르면 중국인 소비자들의 소비 관련 패턴의 업그레이드는 이전 물질적인 상품의 소비에서 최근 서비스측면의 소비로 전환되고 있는 중이다. 이에 따라 패션기업 혹은 브랜드가 현지 패션시장에서 매출을 신장하기 위해선 상품의 질도 좋아야 하지만 이밖에 유통채널과 판매경로가 최근 매우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 상점들은 단순히 소비자들이 쇼핑만 하던 형태를 벗어나 점차적으로 매장에 엔터테인먼트가 접목되는 등 ‘오락’의 장소로 변모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럭셔리제품 등 사치품으로 분류되던 패션상품들은 오히려 최근 오프라인채널 대신 온라인채널을 통해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이 온라인채널을 이용한 판매전략은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시장에서 오픈한 오프라인 매장에서 큰 손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의 온라인채널을 통한 판매의 목적은 중국인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체험’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한 예로 ‘루이비통’은 출시한 상품을 즉시 티몰에 입점한 인터넷 상점에 올리고 있다. 또 복합쇼핑몰의 인기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이곳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던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최근 몇 년 동안 O2O서비스를 마련하기 시작했고 복합쇼핑몰도 자체적으로 영화관과 레스토랑의 브랜드력을 더 강화하는 등 이전보다 더 오락화 되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더하기 시작했다.

양대준 총재는 “최근 들어 중국 현지에서 운영되고 있는 오프라인 매장들은 점원들이 ‘어서 요세요’만 하던 시절의 운영방식은 끝낸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한국의 패션기업이나 브랜드들은 중국시장에선 이런 개념을 버려야만 한다”며 “특히 매장의 위치도 1층이냐, 2층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중국 소비자들이 매장을 주기적으로 혹은 관심을 가지고 찾아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한국 브랜드의 성공요건은?

한국 브랜드는 지난 1990년대 중반 한중 국교수립 이후부터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는 100여 개로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중국인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대외적인 여건이 악화되면서 성공기업과 실패기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현재는 실력이 막강한 일부 브랜드만 남아서 중국시장에서 브랜드 확장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 중국에서 패션기업과 브랜드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대형 브랜드를 도입해 프랜차이즈 같은 저원가의 공급 체인망을 구축하고 신속하게 소매사업을 진행한 것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패션 관련 트렌드가 급속하게 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중국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소비자의 새로운 수요에 따라 마케팅 등 전략을 조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 새로운 마케팅 전략의 키포인트를 제시한다면, 먼저 소도시에 패션 구매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보는 방법이 있다. 이를 위해서 해당 브랜드는 플래그십스토어처럼 소비자가 선호하는 공간을 마련한 후 이곳에서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쇼핑의 체험을 조성하는 등 분위기를 띄우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 양대준 총재는 “최근에는 매장측에서 제공하는 O2O서비스의 인기가 좋기 때문에 ‘체험형 O2O서비스’를 준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조언했다.

한편 중국의 패션시장은 지난 10년 이래 현재까지 두 배로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 양대준 총재는 중국 패션시장의 성장률은 향후 10년 동안 연간 10% 규모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의류소매부문의 매출금액도 2020년이면 1만3480억 위안(한화 약 222조원)으로 이전 대비 비약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아마 세계에서도 이만한 규모의 패션시장은 드물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양대준 총재뿐만 아니라 글로벌 패션업계와 패션 관련 전문기관의 진단도 마찬가지다. 또 현재 상하이, 베이징에 몰려 있는 고소득 소비자 그룹의 이동도 예상된다. 이들은 향후 10년 동안 내륙이나 소도시로 이주해 생활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통의 3.0시대를 이끌어 간다

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소도시의 50% 정도가 의류시장을 구성했음을 알 수 있다. 이제는 소도시가 패션시장으로서의 큰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기대되는 것은 전체 경제인구의 2/3에 해당하는 중간소득계층을 비롯해 부유층까지 4~7급 도시에 거주하며 의류시장을 구성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중국의 의류시장 전체 성장의 60%를 차지하는 거대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양대준 총재는 내다봤다.

의류 등 패션 관련 아이템을 포함한 현지 소비시장은 향후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지 유통기업들은 소비자에게 끌려가기 보다는 자신들이 소비 트렌드를 형성하고 이끌어가기 위해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중국은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에 따라 패션을 포함한 소매유통시장에서 빅데이터 기반의 ‘신(新) 소매’ 트렌드가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新) 소매’는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처음으로 언급했다. 알리바바는 최근부터 적극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베이스로 이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채택했다. 마윈 회장은 지금의 유통 트렌드를 3단계로 나누어서 정의하면서 향후 ‘신(新) 소매’로 정의되는 유통의 3.0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0시대는 전통 오프라인 매장이 중심이며 2.0시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즉 O2O가 혼재해 있는 유통시대를 지칭한다.

과거에는 제품, 채널, 소비자의 순서로 우선순위가 매겨져 제품이 대량생산되면 적절한 유통채널을 통해서 소비자들에게 전달됐다. 이러한 방식은 제품의 공급과잉과 기업의 가격경쟁을 초래한다. 그러나 3.0시대에는 소비자, 제품, 채널 순으로 우선순위가 바뀐다. 빅데이터를 분석한 자료를 기반으로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제품을 생산한 후 채널을 통해서 가치를 부여한다.

유통경쟁의 승패는 빅데이터가 좌우

마윈 회장은 ‘신(新) 소매’ 트렌드를 기업과 브랜드의 운영에 접목할 경우 ▲고객체험서비스 제공 ▲효율적인 가성비전략 진행, ▲재고관리부문에서 재고를 남기지 않는 효율성을 지향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특히, 기업은 고객체험서비스의 만족도를 제고하기 위해서 인터넷, 빅데이터, AI 등의 기술을 활용할 경우에는 제품의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든 단계를 유기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신(新) 소매’가 정착될 유통 3.0 시대에는 오프라인의 고객체험 공간을 제공하고 물류서비스, 온라인서비스, 구매를 융합한 형태로 온오프라인의 구분이 궁극적으로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업과 브랜드가 제품을 판매하는 본질은 가격이 아니라 가치로 바뀌고 있고 소비자들도 가격과 무관하게 본인의 스타일과 취향에 맞춰 제품을 찾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을 중심으로 유통채널을 운영하는 유통 3.0 시대에는 소비자의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맞추어진 가치 있는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제품과 브랜드의 정보제공, 24시간 상담센터 운영, 오프라인매장에서 제공하는 제품의 체험서비스, 매장에서 소비자 맞춤형 제품을 먼저 제안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고객의 만족도를 제고하고 구매전환율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마윈 회장은 언급했다.

알리바바는 최근 빅데이터를 응용한 무인자판기 유통채널로 대표되는 다양한 모델을 선보이는 등 이미 자사의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한 새로운 유통 트렌드인 ‘신(新) 소매’ 트렌드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빅데이터기술은 인공지능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열쇠를 쥐고 있다” 며 “방대한 빅데이터를 창출하는 모바일 결제플랫폼을 보유한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관련 기업들은 미래의 유통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눈높이에 맞춘 바잉역량·편집숍 대두

중국의 주요 패션언론사 가운데 하나인 월간 더 패션숍(The Fashion Shop)의 이욱효 편집인은 2014년부터 중국에선 편집숍이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고 개성화된 제품을 요구하는 바이어의 눈높이에 맞는 제품을 선별하는 바잉역량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욱효 편집인은 “중국은 이 부분에서 한국기업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 패션숍은 지난 14년 동안 중국의 패션 트렌드를 연구해온 매체다. 한중 디자이너의 화보집을 만드는 등 한국과 협력을 진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디자이너 브랜드의 중국 패션시장의 진출을 돕고 있다. 이 편집인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들은 최근 패션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고 브랜드에 치중했던 이전 트렌드의 틀에서 벗어나 디자인이 개성 있는 아이템을 눈여겨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패션시장에서 지난 2014년 70개에 불과했던 편집숍은 2015년 1600여개, 2017년에는 3000여개로 급증했다. 또 이전에는 베이징,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 1선 도시에서 편집숍이 많이 생겨났고 운영됐지만 최근에는 2선 도시로도 오픈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2선 도시에는 현재 50여개의 편집숍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편집인의 언급을 요약해 보면 중국의 패션시장은 최근 다양한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을 갖춘 편집숍이 브랜드에서 출시하는 획일화된 제품보다는 개성 있는 제품을 선호하고 구매를 추구하는 현지 소비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유통시장은 좋은 제품을 편집숍에 선보이는 바이어의 능력은 아직까지는 그 수준이 많이 떨어져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