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섬유패션산업의 경기흐름은 저성장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하반기에도 마찬가지다. 내수시장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의 실정을 비춰볼 때도 큰 성장보다는 안정화의 길을 택하는 것이 옮은 방법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금융투자업계도 섬유패션업계의 올해 시장의 성장률 예상치인 3%선에서 섬유패션산업의 경기흐름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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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섬유패션시장은 저성장 국면에서 탈피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자의 심리지수가 크게 회복되지 못한 상황과 맞물려 최근에는 원달러 등 환율의 변동이 섬유패션경기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혜원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올해 국내 섬유패션산업의 경기 전망을 ‘중립적’으로 표현했다. 섬유를 포함한 의류제조업은 소비와 공급 상대국인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경제상황과 환율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또, 패션산업(의류 등)의 경우 수요는 경기상황에 따른 민간소비에 많은 영향을 받고 특히 브랜드를 전개하는 사업은 국내 환경이 매출에 큰 영향을 받고 OEM사업은 거래처 구성의 특성상 글로벌, 특히 미국의 소비패턴과 유통채널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현상이 올해 국내 섬유패션업계에 작용하고 있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 1분기만을 따져볼 때 대부분의 내수 브랜드의 매출실적이 좋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고 OEM기업의 매출도 기대치를 하회한 것. 실제로 금융감독원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54개 패션섬유·유통 관련 기업 가운데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 결과를 분석했을 때 매출액은 28개 업체만이 전년 대비 증가했거나 흑자로 전환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일부 중대형 패션기업은 선방했다. LF(대표 오규식)는 매출액이 전년 대비 7.38% 신장한 4094억원에 영업이익은 21.34% 증가한 292억원, 순이익은 12.99% 늘어난 22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브랜드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신사업 진출 등의 결과가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차정호)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85% 증가한 3043억원, 영업이익은 169.18% 늘어난 118억원, 순이익은 39.95% 신장한 90억원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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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전망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화장품사업의 높은 성장세, 여성복의 매출 호조 등이 실적에 좋은 영향을 준 결과다. F&F(대표 김창수)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18.25% 증가한 1329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22.26% 늘어난 179억원, 순이익은 306.73% 증가한 486억원을 기록했다. ‘디스커버리익스페디션’의 실적 강세가 기업 전체의 이익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휠라코리아(대표 윤근창)는 매출액이 전년 보다 3.55% 늘어난 6769억원에 그쳤으나 영업이익은 73.75% 신장한 849억원, 순이익은 212% 증가한 797억원을 기록했다. 레트로 열풍에 기반한 제품의 출시가 적중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S/S시즌에 출시한 다양한 제품들이 밀레니얼세대에게 큰 인기를 끈 것이 매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금융투자업계가 이번 하반기부터 결과가 나올 올해 국내 섬유패션산업의 전반적인 경기를 낙관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새로운 신규사업을 진행하거나 활발하게 카테고리를 확장할 여력이 없는 기업은 최근의(1분기 기준) 실적이 저조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비수기인 여름시즌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도 한가지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이화영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소비자의 최근 의류비지출전망지수를 살펴보면 올해 들어선 기준점을 상회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고용시장의 악화와 은행의 이자율 상승에 따른 가계부채를 부담해야 하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에 의류비를 지출하는데 조금 망설이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며 “특히 소비심리는 썩 좋지 못한 실정인데, 지난 F/W시즌부터 살아나기 시작한 소비자의 소비심리가 최근에는 조금 위축되고 있는 상황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에 관련 업계에선 향후 소비자의 소비심리를 확인하고 움직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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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시장의 불안요소는 무엇일까?

한편,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소비자의 소비심리지수는 107.1로 전월 대비 1.0p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평균치의 기준치인 100은 넘었지만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지표는 내수경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을 반증한다. 또, 지난 4월의 의류비지출전망CSI 또한 전달 대비 1p 하락한 101을 기록하는 등 소비자들이 가계지출 가운데 의류비의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5월 들어선 소비자의 소비심리지수가 전달 대비 0.8p 상승하며 107.9을 기록했다. 상승폭은 크다고 볼 수는 없지만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던 하락세가 끝났다는데 의미가 있다. 구성지수 기여도는 ▲현재의 생활형편 ▲생활형편 전망 ▲가계수입 전망 ▲소비지출 전망 ▲현재의 경기판단 ▲향후 경기전망 6가지다. 상승세로 전환된 것은 남북관계의 개선효과로 볼 수 있다.

조사가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던 4월27일 이후인 5월11~18일까지 이루어진 만큼 지정학적인 리스크의 둔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소비자동향지수 항목 가운데 현재경기판단CSI(89), 향후경기전망CSI(101)가 각각 3p, 5p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기대감 때문에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은 좋아진 것과는 달리 가계의 재정상황에 대한 인식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

또 현재생활형편CSI(95), 생활형편전망CSI(102)는 전달과 동일한 수준이며 가계수입전망 CSI(101)의 경우는 오히려 전월 대비 1p 하락했다. 1월 이후 취업자가 3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10만명 증가하는데 그치는 등 고용이 부진한 기조가 이어지고 있으며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된 이유 때문에 자영업자의 영업환경이 어려워진 것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내수업종을 바라보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소비지출전망CSI는 108을 기록하며 전달 대비 0.1p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 세부항목 가운데 내구재와 의류비에 대한 지출 전망은 개선되지 못 했다는 점에서 지난 5월 소비자의 소비심리지수가 상승하면서 6개월 동안의 하락세를 끝냈지만 아직까지는 이런 현상을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화영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최근의 가계심리지표를 살펴보면 불안정한 소비의 매크로 환경, 좋을 것 없는 소비의 매크로 지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며 “특히 의류비지출전망은 지난 4월에도 여전히 기준점을 상회하는 101을 기록했지만 지난 2017년 12월을 고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주택가격의 전망 또한 큰 폭으로 하락했고, 이자율이 상승해 가계의 이자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가시화될 경우에는 소비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으며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고용시장의 위축 또한 리스크 가운데 하나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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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M기업의 상반기 실적은?

OEM업체는 전방산업과 개별업체의 실적부문에서 괴리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하반기(3분기)부터 시작되는 성수기를 위해서 오더를 회복하는 여부가 관건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OEM기업의 상반기 실적은 좋지 못하다. 실적이 안 좋은 이유는 업황의 침체 탓이다. 미국 등 주요 무역국의 바이어들이 2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니 충분한 마진을 못 붙이고 있기 때문에 이익실현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

여기에 환율의 영향과 함께 주요 원재료인 면화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OEM업계는 이에 대해 대부분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의 경기가 나아지면 실적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패션업체들이 재고를 이전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고 반응생산을 늘리고 있는 것도 OEM업체들의 실적악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화영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OEM업체들의 실적악화 요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첫 번째, 지난해 미국의 리테일시장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약 7000여개의 매장을 폐점한 것이다. 온라인과 달리 오프라인은 매장을 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재고수준이 있다. 매장이 사라진 만큼 재고를 쌓아둘 필요가 없어져 추가 오더의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화영 애널리스트는 “매장이 줄어든 만큼 기존의 보유했던 재고를 소진하는 일에 압박감이 커졌기 때문에 바이어들이 재고를 늘리기 보다는 줄이는데 주력한 것에서 국내 OEM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며 “특히 소량의 반응생산을 통해서 시장의 수요에 대응한 것이 국내 OEM업체의 실적에 악영향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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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M기업의 오더 회복 기대감은 유효

한편 성수기인 하반기(3분기)부터는 OEM기업의 오더가 회복될 수 있는 기대감은 유효하다. 미국의 리테일시장에서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소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지의 관련 업체들이 시장의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오더를 회복할 가능성이 있고 특히 지난 연말 쇼핑시즌 때는 F/W시즌 제품의 소진이 원활했기 때문에 이번 하반기에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상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는 섬유패션업계가 전망했던 3%선에서 국내 섬유패션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성장률이 낙관적일 것으로 전망되고는 있지만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시장의 상황과 소비의 정체에 따른 불경기가 계속되자 올해 신규 브랜드의 숫자가 줄고 있는 것이 반증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브랜드의 효율화, 카테고리 확장, 온라인 유통채널의 강화, 팝업스토어를 통해서 시장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새롭게 론칭한 신규 브랜드의 숫자는 모두 36개. 47개였던 전년보다 23%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