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지아의 우연이 만들어 준
또다른 인연이 될 특별한 사건

유학생 중 처음 차를 갖게 되다
시간은 흘러 계절이 바뀌고 페루지아에서 맞는 이탈리아의 첫 겨울이 찾아왔다. 이탈리아는 여름이 뜨겁고 건조한 반면 겨울은 습하고 차가워 추위가 뼛속으로 스며들었다. 매일 매일 부슬비가 오고 늘 안개와 구름 속에 갇힌 음습한 회색빛 겨울날이 지속됐다. 정말 힘든 일은 허구헌 날 수퍼마켓에서 2L짜리 6개 플라스틱 묶음으로 된 무거운 물을 져 나르는 일이었다. 대중교통도 불편하고 기왕에 장기유학을 계획하였으니 이참에 차를 한 대 사기로 했다.
며칠간이나 자동차관련 책도 사서보고 이곳저곳 중고차 시장을 방문해서 고르고 또 고른 끝에 1300cc 의 예쁜 검정색 피아트 리트모(Fiat RITMO Targa Oro)라는 차를 한국 돈 200만 원 정도에 사기로 정했다. 이탈리아의 국민차로 알려진 친케첸토(500,cinquecento)가 500cc 임을 감안할 때 이 차는 결코 작은 차가 아니었다. 당시엔 유학생중 차를 가진 사람이 거의 없어 내가 차를 샀다는 소문이 유학생 사이에서 화제가 될 정도였다. 모두 경제적으로 넉넉해져 고급 차를 몰고 다니는 모습이 낯설지 않은 요즘 한국의 젊은이들에겐 상상하기 어려운 우리가 가난했던 시절의 옛날얘기로 들릴 일이다........

강병석 교수는 홍익대학교 응용미술과에서 목공예와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을 전공하고 1977년부터 1980년까지 태평양화학(현 아모레퍼시픽)의 개발과에서 용기 디자이너로 재직하는 기간 중 패션에 입문했다.
광고모델뿐만 아니라 신제품 출시와 부합하는 의상과 헤어의 메이크업을 통합적으로 기획한 후 촬영하고 이를 제안하는 국내 최초의 코디네이터라는 직함으로 활동한다. 1985년부터는 유학 생활을 시작해 1996년까지 11년 동안 세계 패션의 중심인 이탈리아에서 공부와 실무를 두루 섭렵했고 국민대학교 의상 디자인학과의 교수직을 제안받아 1993년부터 3년여 동안은 이탈리아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을 했다. 그 이후 이탈리아의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한 후 1993년부터 2001년까지 국민대 의상디자인 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2001년 9월부터는 모교인 홍익대학교로 옮겨 지금까지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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