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칼 라거펠드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거의 반세기 전 브랜드의 상징적인 창업자 코코 샤넬 죽음 이후 샤넬이 가장 큰 창조적인 도전을 직면했음을 보여준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1983년 이후 칼 라거펠트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막강한 권위를 가지고 샤넬을 지배했으며 역사 깊은 오트 쿠튀르 패션 하우스를 연 매출 96억 달러(약 10조 8,076억원)에 달하는 글로벌 메가브랜드로 키우는 데 일등 공신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 뿐 아니라 샤넬과 펜디의 오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잘 알려진 전설적인 디자이너이자 패션업계 거물 칼 라거펠트가 지난 2월 19일 85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지난 1월 22일(현지시간)에 열린 2019 봄/여름 샤넬 오뜨 꾸띄르 패션 쇼의 피날레에 등장하지 않아 와병설과 은퇴설이 제기되었지만 WWD의 소식통에 따르면, 칼 라거펠트는 2019 가을/겨울 컬렉션을 준비하느라 마지막까지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인생에서 유일한 사랑은 일이었으며 일은 그에게 숨 쉬는 것과 같았다. 휴가도 가지 않고 일에만 전념하는 워크홀릭 칼 라거펠트는 샤넬, 펜디, 칼 라거펠트 등 3개 브랜드를 지휘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구식 샤넬을 신식 샤넬로 바꾸다
지금으로부터 85년 전인 1933년 9월 10일 독일에서 태어난 칼 라거펠드는 함부르크 근처의 시골에서 자랐다. 어려서부터 드로잉에 뛰어났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책을 읽고 공상을 즐겼으며 예술과 옷에 지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는 부유한 사람들이 무엇을 입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크리스찬 디올, 코코 샤넬, 이브 생 로랑과 함께 프랑스 쿠튀르응 대표하는 위대한 20세기 패션 디자이너 중 한 사람인 칼 라거펠트는 35년 동안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면서 다국적 브랜드인 오늘날의 샤넬 제국을 만들었다.

칼 라거펠트는 청업자 코코 샤넬의 근본정신을 계승하되 동시대의 새로운 취향을 가미하여 샤넬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칼 라거펠트에 의해 샤넬의 오랜 클래식 아이템들은 대중적인 거리 문화 요소들과 섞여 젊고 캐주얼하게 변화시켰다.

덕분에 샤넬의 소유주인 알랭 & 제라드 베르트하이머 형제는 패션 하우스에서 칼 라거펠트의 재임 중 막대한 재산을 모았다. 형제가 그를 고용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를 맡겼을 때, 브랜드는 칼 라거펠트의 표현처럼 코코 샤넬 이후 어느새 ‘구식’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칼 라거펠트 영입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당시 오트 쿠틔르 디자이너가 아닌 기성복 디자이너로 활동한 칼 라거펠트의 경력은 거센 반발과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독일인이라는 점도 탐탁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칼 라거펠트는 실력으로 논란을 잠재웠다.

1983년 가을/겨울 시즌에 프랑스 헤리티지 브랜드를 위한 자신의 첫 컬렉션을 발표한 그는  ‘죽은 샤넬을 환생시켰다’는 극찬을 받으며 세계적인 유명인사로 발돋움했다. 브랜드 창업자 코코 샤넬의 시그니처 디자인이었던 박시한 슈트는 주로 중년 여성들에게 어필했었다. 하지만 칼 라거펠트는 샤넬 룩을 더 길고 얇은 라인과 멋진 디테일로 모던하게 변주해 젊은 세대들이 관심을 가지도록 만들었다.

워크홀릭인 그는 거의 휴가를 내지 않고, 1년에 오트 쿠튀르에서 하이-엔드 패션에 이르는 약 14개의 컬렉션을 디자인했다. 그는 “나에게 디자인 작업은 숨 쉬는 것과 같다. 숨을 못 쉬면 큰일 난다.”는 말을 자주 할 정도였다.

또한 하이-엔드 브랜드의 컬렉션 라인 외에 밀라노의 유명한 라스칼라와 같은 극장과 마돈나부터 카일리 미노그까지 음악 공연을 위한 수많은 무대 의상을 디자인한 코스튬 디자이너며 사진 작가로도 유명하다. 또한 창조적인 재능으로 샤넬 하우스를 위한 광고 캠페인을 직접 촬영하는 것 외에 그는 V 매거진, 하퍼스바자, 다양한 보그 국제판 등과 같은 인쇄 출판물을 위한 에디토리리얼 작업도 진행했다. 잡지와 신문에 만평과 글을 싣기도 했다.

샤넬의 칼 라거펠트 후계자는 30년지기 오른팔
샤넬의 지휘봉을 잡은 약 35년 동안 칼 라거펠트는 브랜드 설립자 코코 샤넬이 1920년대와 1930년대에 선보인 브랜드 상징이자 한때는 혁명적이었던 실루엣에 대해 일관된 경의를 표했다. 또한 서로 맞물린 ‘CC’ 모노그래프와 같은 보다 현실적인 잘 팔리는 요소들을 소개하며 회사를 멀티-카테고리 블록버스터로 변모시켰다.
샤넬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화려하고 비싼 패션쇼 역시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모델에 둘러싸인 우주선 발사를 모의 실험한 35미터 길이의 로켓, 그리고 샤넬의 세탁용 세제, 케찹, 파스타가 비치된 가짜 슈퍼마켓은 정교하고 비싼 옷의 판매뿐 아니라 선글라스나 향수와 같은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데 도움을 주는 바이럴 마케팅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의 주변 인사들도 패션 사업에 남다른 본능을 가지고 있었다. 샤넬의 오랜 마케팅 책임자인 자크 엘루(Jacques Helleu)는 럭셔리 브랜드 보호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었다. 샤넬은 다른 회사들이 그 중요성을 깨닫기 훨씬 전부터 브랜드의 지적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법정 싸움을 벌였다. H&M과 샤넬의 카피를 둘러싼 법정 투쟁은 유명한 일화다.

결국 칼 라거펠트는 2004년 H&M가 카피를 시인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럭셔리와 SPA라는 양대 산맥이 공존하는 패션 민주화 시대를 열었고 아울러 H&M과 요즘 아주 흔한 하이-로우 디자이너 콜라보레이션을 이끌어 냈다. 즉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디자이너 콜라보레이션의 원조인 셈이다.

핸드백, 향수, 화장품, 의류, 보석, 신발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의 실적은 물론 브랜드 보호를 한다면서 철저하게 지켜온 기업의 비밀이 지난해 공개되었다. 브랜드 창립 108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된 이 회사의 재무성적은 2017년 매출 96억 달러(약 10조 8,076억원)에 영업이익 27억 달러(약 3조 396 억원)를 기록했다.

샤넬의 캐시 카우와 명성은 인수를 위한 매력적인 조건이다. 순 부채가 1,800만 달러에 불과하고 현찰이 16억3천만 달러(1조 8,344억 200만 원)에 이른다. 세계 최대 명품그룹인 모에 헤네시 루이비통(LVMH)의 베르나르 아르트 회장은 수년 전부터 샤넬을 탐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샤넬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필립 블론디우(Philippe Blondiaux)는 지난해 매각이나 주식시장 상장을 모색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베르트하이머 형제는 칼 라거펠트가 죽을 때까지 그에게 계속 일을 맡기는 것을 맹세한다고 한다. 이제 샤넬에서 그 계획은 바뀔까? 한 소매 컨설턴트에 따르면 여전히 매물이 나올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샤넬의 CEO 알랭 베르트하이머는 칼 라거펠트와 30년 동안 함께 한 오른팔인 버지니 비아르를 그의 후계자로 전격 발표했다.

어쨌든 브랜드의 미래에서 중요한 것은 버지니 비아르가 칼 라거펠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설득력 있는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가 여부다. 만약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샤넬은 10년만인 지난해 LVMH의 셀린트를 떠난 피비 필로나 전 랑방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버 엘바즈와 같은 유명한 외부인을 간택할지도 모를 일이다.

런던에 본사를 둔 럭셔리 전략회사를 운영하는 마리오 오르텔리는 “그들은 유명한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를 찾을 것이며 그동안 그들은 팀에서 믿을 수 없는 유능한 사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이어 “전 세계의 어떤 디자이너라도 샤넬과 함께 일하는 것을 기뻐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즉 수요에 비해 공급은 넘쳐나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창조적인 천재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칼 라거펠드는 생전에 봄/여름, 가을/겨울, 쿠르즈, 스키웨어, 메티에 다르, 오트 쿠튀르, 그리고 그 이상의 샤넬 컬렉션을 연간 14개 이상 진행했다. 패션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는 쿠틔리에 중 한 명인 그는 이탈리아 펜디와 자신의 브랜드를 위한 의상도 제작했다.

칼 라거펠드는 높은 칼라 셔츠, 흰색 포니테일, 짙은 선글라스와 손가락이 없는 블랙 장갑으로 대중들에게 인식되고 있으며, 배우 케이트 블랑쳇과 가수 파렐 윌리엄스를 포함한 공연 및 스크린 스타들이 등장하는 고객 명단을 가지고 있었다.

프랑스 럭셔리 패션 그룹 LVMH의 회장 겸 CEO인 베르나르 아놀트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파리를 세계 패션 수도로 만들도록 일조한 창조적인 천재를 잃었다”라고 밝히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칼 라거펠트는 지난 1월 22일 열린 2019 봄/여름 샤넬 꾸띄르 쇼의 피날레 인사를 하러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2019 봄/여름 샤넬 꾸띄르 컬렉션을 두 번이나 개최했지만, 그는 그 어느 곳에서도 피날레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관객들이 의구심을 가지게 했다.

첫 번째 쇼에서 아나운서는 두번째 쇼에 칼 라거펠트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번째 쇼에서 아나운서는 “우리는 칼 카거펠트가 빨리 회복되기를 바란다”라고 간단히 설명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아 관객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후 샤넬 측은 칼 라거펠트가 ‘지쳤다”는 설명하는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칼 라거펠트가 자신의 오래된 오른팔인 샤넬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에게 자신의 자리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85세로 알려진 칼 라거펠트는 지금까지 1년 동안 수많은 샤넬의 컬렉션을 빠짐없이 진행해 왔고 펜디와 자신의 브랜드를 전개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샤넬 꾸띄르 쇼의 부재는 충격적인 뉴스가 아닐 수 없었다.

유례가 없는 그의 첫 패션 쇼 피날레 불참으로 건강 이상설에 대한 소문이 나돌았고 결국 약 한 달 만에 그는 이 세상과 작별했다. 곧바로 샤넬은 30년 이상 칼 라거펠트와 함께했던 버지니 비아르가 기브리엘 샤넬과 칼 라거펠트의 유산을 이어갈 수 있도록 컬렉션의 창의적인 작업을 맡겼다고 발표했다.

한편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펜디는 칼 라거펠드의 후계 문제를 논의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회사는 공식 성명을 통해 “우리는 시간을 내어 그의 삶을 기리고 그가 마땅히 받아야 할 경의를 표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펜디는 칼 라거펠트가 디자인한 마지막 컬렉션을 예정대로 밀라노패션위크에서 선보였다.

그의 브랜드 칼 러거펠트의 후계자도 관심의 대상이다. 브랜드 칼 라거펠트의 CEO 피에르 파올로 리기는 독일 패션 비즈니스 매거진 ‘섬유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칼은 자신의 옆에 매우 강한 크리에이티브 팀을 만들었다. 특히 우리의 디자인 디렉터 김훈은 지난 몇 년간 칼과 매우 밀접하게 일해왔고 그의 특별한 창조적 재능으로 인해 절대적인 신뢰를 얻었다”다고 설명했다.

2015년 8월부터 브랜드에서 일하고 있는 브랜드 칼 라거펠트의 수석 디자이너 김훈은 국민대 의상학과 87학번으로 타미 힐피거의 여성복 블루 라벨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역임했고 폴로 랄프 로렌, 컨버스에서 경력을 쌓았다.
또한 CEO 피에르 파올로 리기가 전 ‘보그’ 파리 편집장 카린 로이필드와의 협업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이 두 사람이 칼 러거펠트 사후의 브랜드의 창조적인 방향으로 이끌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카린 로이필드는 브랜드와 함께 작업해 온 2019년 가을/겨울 컬렉션을 언급하며 “나는 편집만 한다. 다른 것은 없다.”며 부인했다.

김훈과 카린 로이필드가 브랜드를 이끌것이라는 소문에 대해 브랜드 칼 라거펠트 측에서는 단지 ‘추측’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회사 측은 “지금은 심사숙고 할 때다. 향후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방향에 대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마케팅의 귀재, 칼 라거펠트
“스웻셔츠를 입는 것은 패배의 신호다.”와 같은 말로 유명한 독설가이기도 한 칼 라거펠트는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논쟁에도 익숙하다. 종교적인 전용부터 모피 사용 찬성과 하이디 클럼, 피파 미들턴, 아델 등을 거론한 여성의 외모 비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한 악명높은 강력한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2012년에는 칼 라거펠트는 아델을 ‘조금 뚱뚱하다’고 부른 것이 영국인들을 분노하게 만들어 결국 나중에 사과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입을 샤넬 드레스를 맞춤 제작했는데 메릴 스트립이 협찬비를 주지 않는다고 입기를 거부했다고 주장하며 메릴 스트립을 ‘짠순이’로 비유해 설전을 벌이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프랑스 잡지 누메로와의 인터뷰에서 #미투 운동이 지긋지긋하다며 성추행 피해 사실을 밝힌 모델들을 비난하는 인터뷰로 구설수에 올랐다.

칼 라거펠트는 1983년 브랜드 샤넬을 쇄신하기 위해 영입되었다. 설립자 가브리엘 코코 샤넬은 12년 전에 사망했고, 그 사이에 회사는 의류 사용권과 샤넬 넘버 5 향수의 판매로 인해 혼란을 겪었다. 샤넬의 활력을 되찾으려는 알랭과 제라드 베르트하이머 형제는 독일 함부르크 출신의 디자이너 칼 라거펠드에게 눈을 돌렸다.

칼 라거펠트는 21세의 나이에 디자인 분야에서 권위 있는 국제양모사무국 디자인 콘테스트에서 코트 부문 1위를 수상(드레스 부문 1위는 이브 생 로랑이 차지했다)하면서 파리 패션계에 입문했다.

이어 1955년부터 피에르 발맹 하우스에서 견습 디자이너로 일했고, 3년 후에는 장 파투로 자리를 옮겨 5년 간 쿠튀르 컬렉션을 진행했다. 그러나 칼 라거펠트는 보수적이고 느린 변화를 추구하는 파리 쿠튀르의 세계에 점차 염증을 느꼈고, 결국 1963년 프리랜서 디자이너로서 독립해 자신의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같은 디자인 경연대회에서 드레스 부문 1등을 차지하며 디올의 계승자로 부상한 이브 생 로랑과는 대조적인 행보였다. 1961년 자신의 쿠튀르 하우스를 설립한 이브 생 로랑과 달리 칼 라거펠트는 파리 패션계의 아웃사이더로서 마리오발렌티노와 크리지아, 찰스 주르당 등 다양한 브랜드를 위해 디자인을 제공하면서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1965년부터 끌로에에 합류해 수석디자이너로서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이끈 칼 라거펠트는 로마의 모피 제조업체 펜디의 디자이너로도 활동하면서 요즘 세계 패션계에서 기본이 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원조가 되었다. 끌로에와 펜디와의 성공적인 협력관계를 통해 칼 라거펠트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꿰뚫어보는 정확한 판단력과 시대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드디어 1983년 9월 칼 라거펠트의 샤넬 영입이 공식 발표되었다. 샤넬의 소유주들은 샤넬 하우스에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적극적인 변화와 혁신이 필요했고 그 적임자로 칼 라거펠트를 선택했다. 샤넬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은 칼 라거펠트는 브랜드의 상징적인 트위드 스커트 슈트를 더욱 여성스러운 테일러링으로 섹시하게 변화시켰했으며 진주, 체인, 더블 C 로고 사용을 더 강화했다.

샤넬은 15,000달러(약 1, 688만원)짜리 가운과 5,000달러(약 562만원) 짜리 퀼트 가죽 핸드백을 제작해 브랜드의 럭셔리 이미지를 강력하게 보호하면서도, 30달러(약 3만원) 이하 가격이 가능한 립스틱과 한 병에 100달러(약 11만원) 이하 가격의 향수를 넣을 수 있는 립스틱으로 더욱 폭넓은 소비자들에 대한 어필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EM 리옹 비즈니스 스쿨의 패션학과 교수 엘로디 노빈스키는 그의 죽기 전에 칼 라거펠드를 “마케팅의 귀재”라고 불렀다. 그는 “칼 라거펠트는 엘리트 어휘를 오트 쿠튀르에서 꺼내 대중들에게 바람직한 어휘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가치있는 자산 샤넬 하우스, 매각될까?
매스-마켓에서의 어필과 하이-앤드 배타성의 결합은 샤넬이 지난 2017년 기준으로 2만명의 직원과 27억 달러(약 3조 396억원) 순이익을 올린 거대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라바그룹은 샤넬 브랜드 가치를 500억 달러(56조 2,900억원) 이상으로 추정해 베르트하이머 형제를 프랑스 최고의 부유층으로 만들었다.

블룸버그의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보르도 포도밭, 경마용 말 서러브렌드 말 양성소, 20세기 거장들의 그림 등 다른 재산이 있는 형제는 각각 순자산이 210억 달러(약 23조 6,418억원)에 육박한다.
독일의 ‘매니저 매거진’이 집계한 연례 부자 리스트에 따르면, 칼 라거펠트는 약 4억 5천3백만 달러(약 5,100억원)의 개인 재산을 모았다.

70세 전후인 베르트하이머 형제가 후계 구도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이들은 분명 미래를 생각하고 있다. 이들 형제는 독립 이사회 멤버를 지명하고, 런던에 등록된 단일 지주회사에서 샤넬과 수년에 걸처 인수한 자수, 깃털, 가죽장갑, 시계부품 납품업체 수년에 걸쳐 습득한 시계부품 납품업체 등 수십 개 자회사들을 재편성했다.
오랫동안 전자상거래를 기피해 왔던 샤넬은 지난해 여름 사이트를 개편하고 메이크업과 향수 제공에 선그라스를 추가했으며 마침내 패션과 액세서리에 대한 가격을 온라인에 게시하기 시작했다. 1년 전 샤넬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파페치의 지분을 인수했으며, 이 플랫폼은 브랜드 매장용 디지털 도구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두고 있다.

샤넬은 기업 공개나 매각에 대한 계획을 부인했지만, 베르트하이머 형제가 회사 구조를 재편성하면서 오히려 추측은 커지고 있다. 특히 100년이 넘는 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매출을 갑자기 공개한 것은 인수&합병의 신호라는 의문도 제기되었다.

LVMH 그룹과 구찌를 보유하고 있는 커링 그룹과 같은 럭셔리 대기업들은 럭셔리 산업의 통합을 모색하고 있으며, 반면에 코치 소유주 태피스트리와 마이클 코어스와 같은 미국의 도전자들과 중국 최대 투자금융사 푸싱그룹과 중국 섬유 및 의류 기업 산동 루이 역시 럭셔리 마켓에 대한 노출 증가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목표 대상은 거의 없다. 가족 주주들은 샤넬, 프라다, 페라가모, 쇼파드와 같은 것들을 시장에 내놓지 않고 있다. 반면에 높은 가치로 인해 버버리를 인수하려는 기업들을 단념하게 만들고 있다. 모닝스타의 애널리스트 제레나 스코로바는 블룸버그의 질문에 “샤넬이 지금까지 매각되지 않은 것은 학실한 가치있는 자산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그녀는 칼 라거펠트의 사망이 당분간 현상 유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어쨌든 샤넬의 칼 라거펠드는 패션 역사책을 통해 패션 디자인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으며 확실히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기록될 것이다. 흰색 칼라 셔츠, 넓은 검정색 넥타이, 검은색 스포츠 코트, 그리고 손가락이 없는 검은 가죽 장갑, 까만 선글라스, 백발의 포니테일 머리 등으로 구성된 그의 독특한 의상은 칼 라거펠트와 동의어인 이미지가 되었으며 그이 이름은 영원히 패션 어휘집의 일부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