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복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시장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이겨내고 다시 플러스(+) 곡선을 타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각오 때문이다. 브랜드들은 급히 전략 수정을 통해서 젊은 감성의 ‘캐주얼’과 중후한 ‘포멀’ 트렌드로 운영을 양극화하는 방법으로 경쟁을 피하고 시장을 나눠먹는 지혜를 발휘하고 있다. 판매도 서서히 살아나는 분위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남성복시장은 지난 수 년 동안 마이너스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 2016년(전년 대비 6.3% 성장)을 기점으로 시장이 다시 회복세로 돌아섰다. 지난해는 전년 대비 시장의 성장률은 미약했지만 국내 패션시장의 여건을 감안했을 때 일단, 마이너스 성장은 멈춰지고 플러스(+) 성장을 향한 전환점을 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남성복업계는 올해를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원년으로 삼은 것 같다. 올 초부터 브랜드의 운영전략을 최근의 소비 트렌드와 시장의 상황, 그리고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는 등 매출을 일으켜 보려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브랜드의 움직임이 급해진 것은 올해 초 남성복의 판매가 활성화되는 쪽으로 돌아선 것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주요 백화점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겨울시즌에 있었던 남성복부문의 매출이 일제히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의 남성복 매출은 지난해 12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6.5% 늘었고, 1월에도 5.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의 전체 증가율도 10.4%로 두 자릿수 상승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정장과 컨템퍼러리부문의 매출은 각각 3.5%와 6.8% 늘었다.

현대백화점의 남성복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4분기 남성복의 매출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12.7% 상승했다. 특히 신사복(7.4%)과 캐주얼(23.1%)부문의 판매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각 브랜드에선 올해의 출시 트렌드를 ‘젊은 감성의 캐주얼’한 스타일과 ‘중후한 포멀’쪽으로 맞추고 이번 S/S시즌부터 이와 부합하는 시즌 아이템을 시중에 선보이고 있다.

히트·스테디셀러 상품 만들기가 핵심

세정(대표 박순호)에서 전개하는 ‘브루노바피’ 이번 S/S시즌에 출시하는 제품에 ‘다운에이징’ 바람을 불어넣었다. 출시 경향은 젊고 새로운 감성을 원하는 3040 남성 소비자 대상의 트렌드를 적극 반영했고 스타일리시한 캐주얼 스타일을 제안하는 ‘이동욱 콜렉션’을 이번 봄 시즌의 대표 아이템으로 채택했다. 한층 가벼워진 소재와 감각적인 디자인과 컬러를 반영한 17가지 스타일의 시즌 제품이 출시됐다.

또 컬러 수를 총 50여 가지로 구성했다. 직장에서 입기 좋은 댄디한 패션부터 편안하고 개성이 넘치는 위트 있는 캐주얼룩까지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자연스러운 컬러감이 특징인 가먼트 다잉 코튼소재와 캐주얼한 데님, 청량감 있는 쿨링소재의 사용을 확대하고 가심비를 만족해 줄 수 있는 블루종 스타일, 루즈핏 아우터, 컬러감이 다양한 피케티셔츠와 팬츠 등으로 제품을 차별화했다.

브랜드 관계자는 “최근 남성복에 캐주얼라이징 트렌드가 강화됨에 따라 2년 전부터 포멀 중심에서 캐주얼 라인을 확장하는 등 변신을 꾀하고 있다”며 “특히 올해 선보이는 ‘다운에이징’ 상품들은 브랜드에 새로운 이미지를 불어 넣을 수 있는 시너지효과를 부여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브랜드는 올해 캐주얼웨어 140스타일, 포멀웨어 정장·재킷 69스타일(셔츠, 타이 포함 때는 210스타일) 가성비의 매력도를 높인 ‘가심비’ 전략 상품의 출시에 집중하는 브랜드 운영전략을 마련했다. 고객 타깃층은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을 추구하는 영포티를 품은 3545세대가 중심이며 한층 더 ‘다운에이징된’ 포멀·비즈니스 캐주얼 스타일의 상품을 선보인다. 특히 고(高) 퀄리티의 소재와 기능성을 반영한 프리미엄 포멀웨어 라인을 새롭게 구성했다.

캐주얼 부분은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구성하는 등 차별화된 소재와 다양한 컬러 디자인의 상품(PK티, 린넨 남방, 컬러 면바지, 데님)을 출시한다. 또 트렌드를 반영한 내추럴한 스타일의 제품과 맞춤형 코디기획 등을 통해서 30대부터 폭넓은 연령대를 커버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진행한다. 브랜드 관계자는 “최근 남성복의 경향이 양극화되는 경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에 오래 입을 수 있고 변하지 않는 가치를 보여주는 프리미엄형 상품과 트렌드를 리드할 수 있는 히트 아이템 중심의 가성비 높은 상품을 시장에 선보이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라고 설명했다.

스타일시한 비즈니스 캐주얼 인기

LF(대표 오규식)가 전개하는 ‘블루라운지 마에스트로’는 3545세대 남성을 위한 비즈니스룩을 이번 S/S시즌의 주요 아이템으로 지목했다. 이 브랜드는 시즌 화보를 통해서 젠틀한 분위기와 상황에 맞는 다양한 비즈니스웨어를 제시했다. 단정한 스타일의 그레이 수트로 고급스러운 무드를 연출했으며 신뢰감을 조성할 수 있는 미팅룩으로 셔츠에 니트를 레이어드하는 코디법도 제안했다.

‘블루라운지 마에스트로’는 ‘마에스트로’가 지난해 가을 새롭게 론칭한 젊은 감각을 추구하는 세컨드 브랜드다. 실용성과 스타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3545세대 남성을 위한 비즈니스 캐주얼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안한다. 론칭 초기부터 기대 이상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8월 오픈한 신세계 고양 스타필드점과 인천 모다아울렛의 경우 월평균 6000만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매출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외에도 다른 매장들도 지난해 9월 이후부터 매출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매장은 지난해 12월 신세계 하남스타필드, 롯데 청량리점과 센텀시티점에 입점했고 지난 2월에는 모다아울렛 대구점과 진주점 등을 포함해 롯데 고양점과 광명점, NC백화점 야탑점 등 9개점 오픈이 확정됐다. 당초 지난해 연말까지 유통망 20개가 목표였지만 백화점과 쇼핑몰의 잇따른 러브콜에 힘입어 30개점까지 유통망이 확대됐다.

브랜드 관계자는 “세련된 스타일에 가성비 중심의 다양한 상품의 구성과 3545세대 같은 ‘뉴포티’층에 어필할 수 있는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는 쇼핑공간 등이 ‘블루라운지 마에스트로’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인 것 같다”며 “올해는 상품의 구성과 유통망 전개, 마케팅 전략 등이 안정적으로 진행하면서 브랜드의 흑자구조를 더욱 탄탄하게 다지는 브랜드의 운영전략을 진행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셋업 스타일 새로운 유행 예고

삼성패션연구소 오수민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개인의 취향과 환경의 변화 등 다양한 요건에 따라 트렌드가 변하는 상황에서 최근 남성들의 드레스 코드가 유연해지고 있다. 최소한의 매너는 지키면서 취향에 따른 스타일링이 가능한 셋업부터 컬러 배리에이션을 바탕으로 아이템의 다양한 조합, 젠더리스 트렌드를 반영한 파스텔 컬러의 활용까지 남성들의 ‘멋’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자신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남성들이 증가하면서 옷차림도 바뀌고 있다. 업종을 불문하고 근무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규칙과 집단의 단합을 강조하던 유니폼 성향의 드레스코드는 쇠퇴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융통성과 단순한 격식이 선호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최근 남성복시장에서는 최소한의 매너를 지키면서 취향을 고려한 스타일링이 주목을 받는 가운데 ‘셋업수트’ 트렌드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셋업수트’는 일반적인 정장과 다르게 재킷과 팬츠를 함께 활용하거나 따로 매칭할 수 있기 때문에 출근복은 물론 퇴근 후에도 활용이 가능한 멀티 캐주얼 아이템이다. 단순한 스타일링보다는 드레스 셔츠의 재미없는 구성보다는 목깃이 있는 스웨터, 티셔츠, 크루넥(Crew Neck), 리브드(ribbed) 하이넥 등 이너 아이템을 활용한 세련되고 센스있는 스타일링이 주목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대표 이서현)이 전개하는 ‘갤럭시’는 리넨, 면, 울 등의 천연 소재의 혼방과 활동성을 높인 다양한 스타일의 ‘셋업수트’를 출시했다. 멋 내기를 추구하는 ‘뉴포티’ 세대가 지속적으로 확대함에 따라 최소한의 격식은 갖추고, 활동성과 편한 착장감으로 모든 상황에서 유연하게 스타일링이 가능하도록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또, 싱글 타입은 물론 글렌 체크, 스트라이프 패턴을 활용한 ‘셋업수’트와 스웨터, 티셔츠, 헨리넥 등 다양한 이너와 매칭할 수 있는 새로운 룩을 제안했으며 재킷, 셔츠, 팬츠, 스니커즈를 자유롭게 믹스하는 한편 상황에 따라 세트와 세퍼레이트로 활용할 수 있게 스타일링하는 등 가심비를 추구하는 고객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새로운 디자인과 트렌드, 스타일링법을 공개했다.

클랙식 스타일 수트의 인기 여전할 것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COO 윤영민)이 전개하는 ‘캠브리지멤버스’는 브랜드의 고급스러움은 물론 TPO에 적합한 편안함을 이번 S/S시즌 제품의 출시 전략으로 채택했다. 특히 잔잔한 마이크로 패턴이 적용된 클래식한 수트와 다채로운 스타일링이 가능한 세퍼레이트 수트, 한층 더 톤 업(Tone-UP) 된 컬러감의 재킷, 한 여름에도 시원하고 가볍게 입을 수 있는 제로 콜렉션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하는 등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여기에 지난 시즌부터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블루와 그레이 컬러, 더욱 다채로워진 카키와 베이지 계열의 수트를 포인트로 두면서 클래식한 스타일의 상품 출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브랜드 관계자는 “기존 V고객들에게는 브랜드의 로열티를 전달할 수 있는 프로모션과 이벤트를 진행하고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매달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하는 마케팅 전략을 진행할 계획이다”며 “시즌 상품은 간절기부터 성하기까지 시즌을 세분화 하는 방법을 통해서 밤낮으로 쌀쌀한 간절기에는 트렌치나 가죽제품을, 한 여름에는 입기에 편하고 가벼운 제로라인을 시의 적절하게 준비할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브랜드측은 최근 일상에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남성들이 늘어나면서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뿐만 아니라 캐주얼하고 편안한 장소에서도 입을 수 있는 실용적인 수트를 선호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캠브리지멤버스’의 주요 출시 전략은 ‘고급화’와 ‘편안함’에 포인트를 두는 것으로 요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