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가 라인의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전략을 통해서 키즈시장을 적극적으로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매출에서 빠질 수 있는 부분을 키즈시장에서 만회해 보자는 생각. 전문 아동복업계도 마찬가지. 의류 외 카테고리별 세분화된 아이템으로 시장에 다가서고 있고 천연소재 사용과 디자인의 과감한 변신을 통해서 그 입지를 굳히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회장 성기학)와 키즈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전체 키즈시장의 규모는 약 40조원 이 가운데 아동복시장은 1조1985억원으로 추산된다. 아동복시장만 따져보면 지난 2012년 8771억원에서 2014년에는 1조원을 넘어섰고 2016년엔 1조3087억원을 기록하는 등 5년 연속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에는 비록 전년 대비 8.4%(1101억 원) 역신장했지만 그 성장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란 게 관련 업계의 예측이다. 그 이유는 바로 ‘에잇포켓’ 트렌드 때문이다. 8개의 주머니라는 뜻인 에잇포켓은 한 아이를 위해서 부모, 친조부모, 외조부모, 삼촌, 외삼촌, 고모, 이모 등 8명이 주머니를 여는 소비 현상을 말한다.

부모, 친조부모, 외조부모 등을 일컬었던 ‘식스포켓’에 만혼(晩婚)의 영향으로 결혼 시기가 늦어진 30~40대의 삼촌과 고모가 합류하면서 등장한 말이다. 이렇게 8명에게 용돈을 받는 아이들을 일컬어 ‘에잇포켓’ 세대라고 지칭한다. 식스포켓은 1990년대 일본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에잇포켓에선 특히 삼촌과 고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들은 높은 구매력을 갖고 있으면서 결혼을 하진 않았지만 자녀가 없는 관계로 조카를 위해서 지출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실용성을 따지는 부모와는 달리 고가의 최신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이들의 가세로 키즈(산업은 불황을 모르고 현재 성장 중이다. 지난 2003년 10조원이었던 시장의 규모는 2011년엔 30조원으로 성장했으며 갈수록 시장 규모는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에잇포켓’ 트렌드의 최대 수혜자는 패션기업이 전개하는 성인 브랜드 산하 키즈 라인업이라는 분석도 있다.

키즈시장의 새 트렌드 ‘미니미’룩 등장

키즈 라인업의 확장은 지난 몇 년 전부터 아웃도어와 캐주얼, 스포츠웨어 브랜드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시도됐기 때문에 크게 언급할 필요성은 없다. 그러나 일부 여성복 브랜드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엄마와 아이가 함께 입을 수 있는 의류를 출시하는 라인을 론칭하기 시작했고 전문 아동복업계에선 ‘미니미’룩이라는 새로운 의류 트렌드를 출시하는 방법을 통해서 일반 의류 브랜드의 키즈 라인 확장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차정호)이 전개하는 여성복 브랜드 ‘보브’는 ‘아이 옷도 어른처럼’이란 모토아래 지난 2015년 ‘V주니어’를 론칭했다. 성인의 패션과 디자인은 동일하다. 출시된 제품은 ‘보브’의 콘셉트와 디자인을 동일하게 적용됐다. 고객의 타깃은 8~13세(120~150사이즈)를 대상으로 한다. 브랜드 관계자는 “세련된 아동복으로 시장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격식을 차린 옷보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패션이 인기를 끌면서 라운지웨어 트렌드의 미니미룩을 출시했다. 제품은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운 니트소재의 스웨터, 팬츠, 스커트, 원피스, 카디건 등 총 13가지 제품으로 구성됐으며 이 가운데 5개 제품이 성인복의 디자인과 동일하게 아동용으로 제작됐다. 브랜드측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입는 옷인 만큼 소재를 더욱 고급화하고 색상도 다양화했다.

한세드림(대표 임동환)이 전개하는 ‘컬리수’도 성인복 디자인의 축소판인 ‘트렌드 미니미’ 라인을 지난 F/W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운영 중이다. 버건디, 딥그린 등 성인 의류시장에서 유행하는 컬러를 적용하고 지오메트릭, 플로럴 등의 유니크한 패턴을 별도로 개발했다. 또한, 와이드 커프스, 와이드 팬츠, 뷔스티에, 오버올, 부츠컷, 컷오프 등 기존 아동복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유형의 스타일들을 추가했다.

카테고리 확대에 위험요소는 없나?

키즈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카테고리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기업과 브랜드에게 작용할 수 있는 위험요소는 없는 걸까? 키즈업계에선 최근의 이런 현상을 놓고 위험요소가 없을 순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국내 키즈시장에는 크게 두 가지의 리스크가 항상 존재한다. 바로 출생률 저하와 카테고리 확장에 따른 브랜드간의 경쟁심화현상이다.

키즈업계의 한 관계자는 “키즈시장의 성장세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생각을 하지만 출생률 감소에 따라 매출이 침체될 수 있고 특히 불경기가 길어지면서 최근에는 관련 시장이 양극화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시장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며 브랜드도 이런 현상을 겪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특히 이 관계자는 지금의 국내 키즈시장의 모습을 놓고 보면 실제적으로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줄어들고 있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규모만 확대되고 있는 상황은 어쩌면 패션기업의 카테고리 확장에 따른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패션기업에게는 이익이 될 순 있겠지만 전문 키즈시장을 놓고 보면 경쟁의 심화에 따라 시장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는 반론 섞인 목소리다.

실제로 지난 1월 국내에서 출생한 신생아의 수는 역대 최저 기록을 이어갔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인구동향’을 살펴보면 지난 1월 출생한 신생아의 수는 3만2100명으로 1년 전보다 8.0%(2800명) 줄었다. 1월 기준으로는 신생아 수를 월별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1981년 이래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다만, 감소율은 지난해 12월 -8.8%에 이어 한 자릿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 지난해 전체 패션시장에서 키즈시장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것도 이를 반증한다.

보더리스·유통의 변화가 새로운 기회요소

이런 잠재적인 위험요인이 깔려있는 키즈시장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국내에 정착한 애슬레저 트렌드 등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보더리스(Borderless) 현상에 따른 복종의 영역확대, 미미미룩처럼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와 아빠 등 가족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고객확장의 기회가 키즈시장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어 줄 것으로 보인다.

또 온라인 등 유통채널의 다변화 전략이 브랜드의 매출을 신장하는 한 요소가 되어 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키즈 브랜드 가운데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차정호)이 전개하는 ‘갭키즈’는 올해 출시하는 제품의 수와 양을 크게 늘리고 온라인채널을 통한 판매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매출신장을 도모한다.

또 최근에는 관련 시장에서 ‘착한 성분’과 ‘실용적이고 편안한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문 아동복업계를 중심으로 관련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피부가 민감하고 활동량이 많은 아이들을 위해서 아이가 사용하는 용품의 성분과 소재를 꼼꼼히 파악하는 ‘체크슈머(Check+Consumer)’ 부모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저출산과 핵가족화 등의 영향으로 자녀를 위해서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부모들, 이른바 VIB(Very Important Baby)족까지 합세하며, 친환경·기능성소재의 아동용품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유아동 전문기업 제로투세븐(대표 조성철)은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와 가족의 행복한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간다’라는 기업가치에 걸맞게 깐깐해진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차별화된 소재를 선보이며, 보다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인다.

안전한 기능성소재가 키즈시장의 해답

글로벌 캐릭터 브랜드 ‘알로앤루’는 차별화된 부드러운 촉감을 제공하는 소프트터치소재의 제품을 선보인다. 효소가공기법이 적용된 이 소재는 표면을 부드럽게 가공해 원단의 터치감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캐시미어 등 프리미엄 소재를 활용한 고급화 라인을 연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프릴리 아메리칸 라이프웨어 브랜드 ‘알퐁소’는 가볍고 신축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소재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을 접목할 수 있는 컴포터블스판소재의 제품을 최근 시중에 내놨다.

스타일리시 토들러·키즈 패션 브랜드 ‘포래즈’는 컴포터블스판뿐만 아니라 시어서커, FW2XWARM(발열내의, 경량패딩, 다운점퍼, 모달소재) 등 다양한 기능성소재를 활용한 시즌상품을 선보인다. 3세에서 10세의 유아동이 타깃인 이 브랜드는 최근 ‘스타일리시 유어 라이프(Stylish your Life)’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브랜드의 리뉴얼을 진행했다.

‘포래즈’는 이번 리뉴얼을 통해 2018년 S/S 시즌의 콜렉션 출시와 함께 스타일리시하면서도 편안함을 추구하는 토들러·키즈 브랜드로 전환했다. 라인은 스타일리시(Stylish) 라인, 쿨앤(Cool.N) 라인, 미니미(Mini.me) 라인 등 모두 세 가지 상품라인이 중점적으로 운영된다. 다양한 코디네이션이 가능한 ‘포래즈’의 스타일리시 라인에서는 트렌디한 감성의 디자인을 만나볼 수 있다.

쿨앤 라인은 활동량이 많은 상황을 고려해 ‘포래즈만’의 컴포터블 핏(Comfortable fit)을 적용한 제품이 출시되며 미니미(Mini.me) 라인은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트렌디한 패밀리룩을 출시하는 것이 라인 운영의 중심 전략이다. 이와 함께 판매채널의 효율화를 위해서 유통채널도 확대해 나갈 전략이다. 특히 온라인 전용상품을 구성하는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한 판매에도 브랜드의 전략을 집중할 방침이다.

제로투세븐이 전개하는 브랜드

3인방의 S/S 시즌 대표 아이템

전문 유아동기업 제로투세븐이 전개하는 대표 브랜드 4인방이 이번 S/S 시즌을 위해서 특화된 소재와 디자인으로 제작한 시즌제품을 출시했다. 디자인과 소재 모두 키즈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대표 아이템이라 눈길을 끈다.

■ ‘알로앤루’

‘알로앤루’의 리미티드 라인에서 출시한 남아용 대표상품인 스페셜 조끼 상하복은 우븐소재의 모던한 체크패턴의 조끼와 팬츠로 구성됐다. 블루, 레드, 옐로우 컬러의 보타이 자수가 포인트이며 차이나 카라 디자인으로 아기 목 주변의 편안함을 살렸다.

여아용 주력상품인 앤젤허니 스페셜 드레스는 얇고 부드러운 화이트 레이스가 돋보이는 드레스로, 봄 웨딩시즌 하객패션으로도 적합한 제품이다. 강렬한 레드 컬러 리본을 포인트로 장식해 사랑스러움을 더했다. 레이스 보넷과 함께 매치하면 귀여우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