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클로젯’은 유수의 디자이너 브랜드 중에서도 유달리 ‘옷을 잘 파는’ 브랜드로 기억된다. 11년의 세월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고태용 디자이너는 이제 잘나가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넘어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디자이너 브랜드 ‘비욘드클로젯’을 전개하는 고태용 디자이너는 지난 2008년 브랜드를 론칭한 이래 11년 동안 브랜드의 성장과 확대를 위해 일과 삶의 구분이 없는 시간을 보내왔다고 회고했다. 매 시즌 빠짐없이 콜렉션을 진행해온 것은 물론 디자이너 브랜드로서는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대중화에 성공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글로벌 에이전트인 ‘IMG'와 글로벌 라이센싱 대표권 계약을 성사시키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의 도약을 예고했다.

독특한 콜라보레이션과 특유의 강아지 캐릭터, 스웨트셔츠로 기억되는 ‘비욘드클로젯’은 10~20대 패션 피플들은 물론 수많은 고객들에게 사랑받으며, 디자이너 브랜드로서는 독특하게도 대중적인 친근한 이미지를 얻은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이룩했다. 디자이너 브랜드 최초로 세컨드 라인을 론칭하거나 유니섹스 맨투맨의 대중화를 위해 기여하고, 패션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협업을 통해 디자이너 브랜드 특유의 무겁고 어려운 이미지를 탈피했다. ‘비욘드클로젯’이 ‘디자이너 브랜드답지 않은’ 브랜드로 불리고, 또 고태용 디자이너가 ‘디자이너답지 않은 디자이너’로 불리는 까닭 중 하나일 것이다.

옷을 판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

고태용 디자이너는 과거 많은 인터뷰에서 자신이 ‘디자이너답지 않은 디자이너’라고 불렸다고 한다. 고 디자이너는 “같이 데뷔했던 디자이너들이 여덟 명 정도 되는데 남은 사람이 자신 뿐”이라며 “저보다 디자인을 잘하는 사람은 분명 많겠지만 디자이너가 단순이 디자인을 잘해서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항상 직원들이 물어볼 때 자신이 디자인을 잘해서라기보다는 다른 디자이너에 비해 마케팅이나 사람을 마주하는 방식, 디자인을 풀어내는 방법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연계돼 이 자리에 오게 된 것 같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그 대답만큼이나 고태용 디자이너가 패션을 대하는 자세는 개방적이고 관대하다. 그는 보통의 사람들이 전혀 패션과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에서 깊은 연관을 찾아내기도 한다. 고태용 디자이너는 “가령 맛있는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는 일 또한 패션과 연관이 깊다고 본다”며 “저는 싸구려건 럭셔리건 다 흡수하고 풀어내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하이엔드 콜렉션과 함께 홈쇼핑을 진행할 수 있는 디자이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디자이너답다의 정확한 기준이 정확히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적어도 저는 제 장르에선 확고함을 지니고 있다”고 자신했다.

고태용 디자이너의 확고한 신념은 고객을 대하는 자세에서 다시 한 번 드러났다. 그는 ‘고객이 나의 옷을 산다’는 현상을 누구보다 소중하고 가치 있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고 디자이너는 “저는 소위 ‘옷만 잘 파는 브랜드’라는 평가에 만족한다”며 “인터넷과 소통문화가 발달해 충성고객이 드문 요즘 고객들이 많은 비교와 많은 고민을 통해 내 옷을 구매해준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옷을 판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라고 답했다.

단순하면서도 치밀하게

27세의 나이로 ‘비욘드클로젯’을 론칭한 고태용 디자이너는 자신의 선택이 특별한 목적의식이나 사명보다는 순간적인 호기심과 멋 때문이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고태용 디자이너는 “이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무언가 계획해서 진행한 적은 없다”며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패션위크를 보고 디자이너를 꿈꿨다. 원래 순간적인 계획에 대한 추진력이 강한 편으로 ‘IMG’와도 계약까지 1달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즉흥적인 선택과 달리 고태용 디자이너는 ‘비욘드클로젯’을 위해 11년의 기간 동안 일과 삶을 구별해서 살아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고 디자이너는 “사실 그렇게 권하고 싶은 방법은 아니다”며 “친구들을 만나거나 퇴근하거나 자신의 삶을 유지하는 것들을 많이 포기하고 살았다”고 말했다.

특별히 정한 목표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고태용 디자이너는 향후 ‘비욘드클로젯’의 전개방향에 대해 이미 많은 것을 준비한 모양새다. ‘IMG’를 통한 아티스트나 해외 셀럽과의 연계는 물론 과거부터 지속해온 기부문화를 더욱 강화해 프로젝트화 시키는 작업, ‘욜로’로 대두되는 남성들을 위한 재충전과 여행에 관련된 콜렉션 기획, 새로운 홈웨어 라인 론칭과 파워풀한 셀럽과의 협업 등 올 한해도 ‘비욘드클로젯’에 있어 바쁜 한해를 보낸다는 입장이다.

고태용 디자이너는 최종적으로는 ‘비욘드클로젯’을 ‘고태용 디자이너가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브랜드를 패션의 테두리에 가둬두지 않고 캐릭터와 파트너 협업, 애니메이션이나 굿즈 등 한계가 정해지지 않은, 그러면서도 패셔니스타에게 외면 받지 않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는 그의 당찬 포부가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