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산업이 정보통신기술(IT)과 만나 4.0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IT를 바탕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시장 트렌드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생산성을 끌어 올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서양에 비해 복잡한 섬유·패션 공급망을 가지고 있는 일본은 패션 산업에 새로운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 IT 플랫폼 디자이너와 생산지의 연계를 도모하는, 기존과 다른 디지털 활용을 통한 새로운 의류 공급망으로 옷을 만드는 새로운 방법 ‘패션 4.0’ 프로젝트를 고안해냈다.

패션 산업이 정보통신기술(IT)과 만나 4.0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 패션 산업이 판매 채널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4.0시대에는 IT 활용 여부가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먼저 패션 1.0시대는 화폐를 통한 거래로 정의 한다. 이때만 해도 지금의 백화점이나 마트의 개념이 없었다. 현재의 오프라인 유통체계는 패션 2.0시대에 정립됐으며 패션 3.0시대에 접어들어 온라인 쇼핑이 추가됐다. 패션 4.0시대는 기존의 유통 시장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최첨단 IT를 접목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일본 섬유·패션 산업은 여러 문제에 직면했다. 저출산 혹은 삶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하면서 일본 패션 시장은 현재 침체 상황에 처해 있으며, 소매 매장과 패션 브랜드가 너무 많이 존재하기 때 이다. 아울러 고령화 문제로 인한 공장 계승 문제, 생산 시스템 해외 이전 등으로 인해 사업자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상중하로 나눠진 일본 섬유·패션 산업 구조 역시 성장 장애 요인 중 하나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각 부분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벨류 체인을 구성하는 사업자 간의 파트너십이 어렵다. 즉 젊은 디자이너가 이미지에 맞는 소재나 공장을 선택하고, 이를 직접 섬유 산지와 제휴하면서 창조성을 높이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말이다.

하지만 질 좋은 물건을 생산할 수 있는 사업자가 많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소비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보편적인 의류 산업 분야에서는 전 세계를 통용할 수 있는 일본의 디자이너 브랜드가 많이 배출되고 있고, 고급 의류 산업 부문에서는 유럽과 미국의 럭셔리 브랜드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일본 사업자가 많이 있다.

이처럼 일본 섬유·패션 공급망은 서양에 비해 매우 복잡하다. 이러한 문제를 의식한 일본경제산업성은 향후 패션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섬유 공장과 디자이너와의 제휴 및 수직 통합의 추진이 유효한 방법의 하나라고 여기고 있다. 따라서 의류 산업에 새로운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 IT 플랫폼 디자이너와 생산지의 연계를 도모하는, 기존과 다른 디지털 활용을 통한 새로운 의류 공급망을 통해 옷을 만드는 새로운 방법인 ‘패션4.0’ 프로젝트를 고안해냈다.

패션 4.0과 디자이너 브랜드의 만남
‘패션 4.0’ 프로젝트는 IT 플랫폼을 활용하여 디자이너와 봉제 공장이 직접 연결되어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시대에 맞추어 ‘옷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는 일본 경제산업성의 프로젝트다. 구체적으로는 디자이너 하시모토 준이 전개하는 브랜드 ‘준 하시모토(Jun Hashimoto)’의 IT 플랫폼을 활용하여 지금까지 거래가 없었던 공장과 연계하여 단기간에 컬렉션 작품을 제작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디자인과 기능성 융합을 제안하는 디자이너 브랜드 ‘준 하시모토’는디자이너가 이탈리아 유학 시절에 익힌 미의식을 일본의 멋으로 표현하고 있다. 매년 ‘멋’을 테마로 하는 컬렉션을 제시하며 부드러움과 강함, 빛과 그림자처럼 상반된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그 메시지는 외형뿐만 아니라 옷을 입는 사람의 미의식까지도 실용적으로 이끌어 낸다. 또한 디자이너 스스로가 납득할 때까지 만드는 과정에 직접 관여한다.

‘패션 4.0’ 프로젝트에서 디자이너 하시모토 준이 도전한 것은 캐주얼과 클래식의 융합이었다. 예를 들어, 두꺼운 치노 소재를 사용한 캐주얼 정장 재킷을 0번 스티치와 AMF 재봉틀을 사용하여 만들었다.

0번 스티치는 낙지를 잡을 때 사용하는 실과 비슷한 굵은 실로 바느질해 스티치를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데님 공장에서만 사용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과정은 캐주얼한 데님의 제작 방식과 클래식 아이템인 재킷을 융합한 것이다. 한편, AMF 재봉틀은 정장을 만들 때 마무리 단계에서 사용하는 기술로 정장을 만드는 공장에서 손바느질 느낌이 나게 하기 위해 사용한다.

이처럼 AMF 봉제와 0번 스티치는 평소 전혀 다른 아이템을 제작할때 사용되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모두 구현할 수 있는 공장은 적었다. 하지만 ‘패션 4.0’ 프로젝트로 구축한 데이터베이스에서 양립 가능한 공장을 찾을 수 있었고, 결국 디자이너는 구상하고 있던 옷을 만들 수 있었다.

‘패션 4.0’ 프로젝트를 통해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디자이너 하시모토 준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고 했을 때 기존 거래처에서 안 된다고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면 옷을 만드는 것보다도 공장이 없고 다른 수단이 없는 것 자체가 과제였다. 하지만 옷 만들기 4.0을 적용하면서 패턴에서 소재 선택, 봉제까지 모두 일관되게 맡기면서 실현하려는 아이디어가 원활하게 형태를 갖추어 나갔다. IT 플랫폼 전략의 장점과 재미를 몸으로 직접 실감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 프로젝트의 설계와 협력 사업자 선정에서부터 시작하여 작품 제작부터 발표까지 일련의 프로젝트 운영은 경영 컨설팅 회사 롤랜드 버거(Roland Berger)의 후쿠다 미노루가 담당했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그는 “지금까지는 좋은 일본 디자이너와 뛰어난 물건 만들기가 결합할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작업하고 물건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비용과 퀄리티를 포함했을 때, 기존 방식과 손색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칭을 하기 위해 드는 비용과 수고를 생각하면 이 프로젝트는 큰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2017년 3월 20일, 이러한 IT 플랫폼을 활용한 브랜드 ‘준 하시모토’의 작품 제작 과정이 시부야에서 아마존 패션위크 도쿄의 공식 이벤트로서 인스톨레이션 형식으로 발표되었다. 이후 해외 공장에 비해 납기일이 절반 정도로 단축됐고, 일본 봉제 기술의 강점과 긍정적인 소비자의 반응 등으로 이 ‘옷 만들기 4.0’의 성공적인 매칭 효과를 검증했다. 앞으로 ‘옷 만들기 4.0’ 프로젝트를 전 세계에서 판매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예정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과 패션 결합 가속화
IT 플랫폼을 통해 공장과 디자이너, 의류회사를 연결할 벤처 기업 중 하나는 구마모토시의 ‘시타텔’이라는 곳이다. 시타텔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100개 이상의 제휴 공장들의 정보와 디자이너들이 희망하는 조건을 1차적으로 연결해준다. 이후 공장 봉제 수준 및 대응할 수 있는 종류, 요금, 소요 시간 가동 상황 등을 독자적인 알고리즘을 만들어 분석하고 디자이너에게 제안한다. 또한, 스마트 케어 시스템(SCS) 팀을 중심으로 의류 경험이 많은 컨시어지와 다양한 봉제 사업자가 협력하여 공장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이를 활용하여 더 좋은 제품 만들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기술 소재 및 고 기능성 등을 포함한 부가가치 직물 소재의 제안까지 함께 하고 있다. 그 결과, 2017년 2월을 기준으로 250개 이상의 일본 봉제 공장 · 직물 제조업체 등과 제휴를 맺고 3,100명의 사용자(브랜드 사업자 및 디자이너)가 등록 및 이용하고 있다.

또한, 시타텔은 최근 웹상에서 유니폼과 의류 상품을 제작하는 새로운 서비스 ‘위아(WE ARE)’ 서비스를 발표했다. 위아는 의류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회사가 아니더라도 기업 · 단체에서 생각하고 있는 아이디어를 원스톱 형태로 옷을 만들어 주는 오픈 플랫폼 서비스다.

그 동안 자유롭게 옷을 의뢰하는 것이 한정되어 있던 유니폼과 독특한 디자인 등을 제작하는 것이 보다 쉬워졌다. 또한 개인 브랜드들의 자유로운 생산이 한층 더 수월하다. 이러한 제작 상담을 돕는 웹 채팅 상담가가 별도로 있으며, 전국 250곳 이상 거점을 두고 있는 봉제 가공 공장의 클라우드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생산 수는 30벌에서 수만 벌까지 폭넓은 요구에 대응할 수 있다.

SPA 브랜드도 패션 4.0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그 대표하는 기업이바로 일본의 글로벌 소매업체 패스트 리테일링이 전개하는 SPA 브랜드 유니클로다. 유니클로는 지난 2016년 무봉제 니트웨어 편직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시마 세이카와 합작해 ‘니트웨어 이노베이션 팩토리’를 설립했다. 니트웨어 이노베이션 팩토리는 지난 2017년 가을/겨울 유니클로 컬렉션에 3D 니트를 처음 선보였다.

3D 니트는 무봉제 기법으로 생산해 우수한 착용감과 가벼운 움직임등이 특징이다. 마치 3D 프린터로 생산한 것처럼 하나의 실로 완성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는 장점이다. 니트웨어 이노베이션 팩토리에서 제작한 3D 니트는 생산의 효율성도 높다.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 샘플링, 봉제에 이르기까지의 생산 과정이 1~2개월에서 최소 1일, 최대 2주로 대폭 단축됐다.

봉제 공장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도 있다. 도쿄의 시부야에 위치한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라는 회사다. 이 회사는 ‘눗테(nutte)’라는 서비스를 운영하며 소비자가 의류나 패션 잡화 등의 제작을 장인에게 직접 의뢰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전자 상거래 사이트를 운영하는‘라쿤’은 의류 업체들이 소량이더라도 공장에 발주를 넣을 수 있는 서비스인 ‘SD 팩토리’를 전개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의류 제조업은 ‘아날로그 세계’였다. 디자이너와 뛰어난 기술이 결합할 수 있는 기회도 사람 간의 입소문을 통해서 가능했고, 아직까지도 자체적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지 않고 팩스로 도면을 교환하는 회사들이 꽤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옷 만들기 4.0’ 프로젝트 플랫폼 탄생으로 새로운 만남이 새로운 창조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시타텔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각기 다른 형태의 공장들이 디자이너의 아이디어와 상응하는 공장을 찾을 수 있게 해주고 있다.

판매 추이를 모니터링 하는 등 소위 모든 물건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를 활용하여 IT를 통한 공장 경영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향후 실적이 증가하고 데이터가 축적되면 더욱 정확한 매칭이 가능해질 것이다. 디자이너가 추구하고 있는 기술 외에도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제작 기술을 만날 가능성 역시 증가한다. 디자이너와 브랜드로서의 가능성을 넓혀가며 패션 현장에는 신선한 소재들과 제작 가능성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일본 패션 업계 전체는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