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은 럭셔리 브랜드 상품을 살 때 로고를 먼저 인식한다.
그 정도로 럭셔리 브랜드 로고에는 헤리티지와 역사가 그대로 담겨있다. 바로 명품으로 불리는 이유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유명 패션 하우스들의 럭셔리 로고에는 어떠한 역사와 유산이 새겨져 있는지 살펴보고 아울러 럭셔리 브랜드와 로고와의 상관관계에 대해 살펴보자.

최근 럭셔리 브랜드의 로고 리디자인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먼저 영국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 ‘버버리’에서 20년 만에 새로운 로고와 모노그램 디자인을 공개했다. 2001년부터 17년간 버버리를 이끌었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물러나고 후임으로 임명된 리카르도 티시가 데뷔 컬렉션을 앞 두고 진행한 브랜드 개조의 신호탄이었다.

또한 올해 초 셀린느의 아티스틱, 크리에이티브, 이미지 디렉터로 임명된 에디 슬리만도 데뷔 컬렉션을 앞두고 새로운 로고룰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셀린느의 상징과도 같았던 악센트를 없앴다는 것이다. 알파벳 E위에 있었던 프랑스 악센트 기호, ‘악쌍 떼귀’가 떨어져 나가고 1960년대부터 사용한 오리지널 로고 디자인에 1930년대 유행했던 모더니스트 서체를 적용해 셀린느의 에디 슬리만 시대 개막을 알렸다. 그는 이미 지난 2012년 이브 생 로랑의 로고에서 이브를 뺀 ‘생 로 랑 파리’로 바꾸어 주목받았다.

보통 브랜드의 과거 또는 현재 디자인을 통해 로고는 소비자의 마음에 시각적으로 브랜드나 회사를 자리매김하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로고들은 매년 바뀌지 않고 그대로지만, 일부 브랜드들은 새로운 방향이나 시간을 반영하기 위한 브랜딩을 재고해 업데이트할 시기를 정하고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는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디자인 회사 스트리히푼크트 다지인(Strichpunkt Design)의 전략 책임자 니코 뷔스트(Nico Wüst)는 “럭셔리 비즈니스에서 헤리티지와 경험이 포함된 브랜드는 장인정신, 제품, 서비스, 기술혁신을 옹호하는 가장 중요한 플랫폼이다. 아울러 로고는 가장 단순한 커뮤니케이터로서 핵심적인 감성적 특성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브랜드가 방향을 바꾸거나 비즈니스를 혁신하고자 할 때, 로고는 강력한 출발점이자 시작점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새 로고를 만드는 이유는 대부분 이전에 접근하지 못했던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열기 위해서다. 훌륭한 로고는 브랜드가 파트너십, 콜라보레이션 그리고 요즘 가장 중요한 디지털 및 모바일 세상에 긴밀하게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브랜드의 얼굴이자 간판인 ‘로고’란 무엇인가?

사실 브랜딩은 럭셔리 마케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뿐 아니라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동안 구축된 이미지를 통해 럭셔리하우스는 스스로를 차별화시켰다. 그 이미지의 핵심은 바로 ‘로고’와 연결되어 있다. 정성을 들여 만들어진 아이콘그래피(iconography)는 종종 시간이 지나도 크게 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럭셔리 브래드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는 로고를 만드는 데 수백만 달러와 수많은 시간을 쓸 수 있으며, 자신들의 가치와 아이덴티티를 대표할 정확한 공식을 찾고 있다. 영국 하트퍼트에 있는 회사 럭셔리 로이드(Luxury Lloyd)의 창립자 앤드류 로이드는 “브랜드는 사람과 같다. 그것은 개성, 가치, 목적, 말투, 본질 등을 가지고 있다. 브랜드는 일부 사람들과 공명하지만, 일부 사람들과는 공명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로고는 시각적인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 정수이거나 혹은 브랜드가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잘 보여준다. 앤드류 로이드는 “아무리 그래도, 소비자들이 럭셔리 브랜드가 로고의 품질에 따라 존경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너무 허영이 강할 경우 브랜드가 너무 과도하게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너무 단순하게 보이는 경우 브랜드가 충분히 노력하지 않은 것 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브랜드 성격에 따라 품질, 절제, 정교함, 단순성, 우수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로고는 포장과 마케팅의 담보물로 사용되어 소비자에 대한 브랜드 포지셔닝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브랜드는 자신들의 로고를 사용함으로써 자신들의 역사를 창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브랜드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팬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점진적으로 발달하는 디자인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스카치위스키 제조사 조니워커는 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1세기 이상의 브랜드 역사에 대한 회고전을 만들었다.

조니워커의 ‘블루 라벨 스트라이딩 맨 에디션’은 1908년부터 2015년 사이의 다양한 지점에서의 브랜드 로고 일러스트레이션이 특징인 4개의 병으로 구성된 컬렉터 세트다. 이 계획을 통해 조니워커는 브랜드 헤리티지를 열광적인 팬들에게 교육하기 위해 제품을 사용했다.

브랜드 역사를 축하하는 것과 함께, 로고는 종종 브랜드의 기원을 알려주기 위해 사용된다. 수많은 로고 중에는 펜디의 로마(Roma) 또는 쇼메의 파리(Paris)처럼 하우스의 고향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대부분 로고에는 텍스트가 특징이지만, 일부 로고는 디자인에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다.

이탈리아 로얄패밀리의 공식 공급업체였던 프라다는 사보이 하우스의 문장(紋章)과 포프 디자인을 로고에 포함시켰다. 로렉스와 모에&샹동 역시 로고에 왕관을 포함시키며 로얄 친화적인 접근을 했다.
반면에 지아니 베르사체는 그리스 신화와 메두사 전설에서 영감을 받아 그녀의 얼굴을 브랜드 로고와 결합시켰다.

심볼 외에 다른 브랜드들은 그들의 브랜드 이름에 마스코트로 주로 동물을 사용했다. 스와롭스키 브랜드명 주위에는 백조가 둘러싸고 있으며, 롱샴의 로고는 달리는 말과 기수가 특징이다. 페라리 역시 승마 테마와 함께 로고와 자동차에 도약하는 말로 장식했다. 또한 동물적인 접근을 선호하는 트루사르디의 로고는 문장을 둘러싸고 있는 한 쌍의 개를 묘사하고 있는 반면에, 엠포리오 아르마니는 브랜드명 위에 날개를 펼친 독수리를 가지고 있다.

로고에서 가장 인기 있는 컬러는 블랙과 화이트다. 하지만 일부 브랜드들은 컬러로 자신을 타 브랜드와 구분한다. 오메가 로고는 붉은색으로 새겨져 있고, 에르메스는 부드러운 오렌지를 로고에 사용한다. 한편 티파니엔코의 로고는 종종 브랜드의 시그너처 블루를 배경으로 사용해 이 컬러는 티파니 블루로 불리기도 한다.

시애틀과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더오그룹(The O Group)의 CCO 데이먼 부르크(Daymon Bruck)는 “패션계에서 럭셔리 로고는 다른 업계보다 좀 더 대담하고 세련된 경향이 있으며 풍미, 배타성 그리고 중요성이라는 아우라를 널리 알리는 것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럭셔리 브랜드의 정체성은 그다지 복잡하지도 않고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다 현대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거나 헤리티지 미학에 기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로고가 부착된 럭셔리는 고부가가치의 기본

로고는 마케팅 활동에서 브랜딩 장치로 사용되지만, 특정한 럭셔리 하우스에서는 디자인된 제품을 식별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의류와 액세서리, 자동차, 화장품은 로고가 특징인 제품군의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 일부 럭셔리 구매자들에게 로고는 럭셔리 제품을 구매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자신과 특정 브랜드를 연계시킴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지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뉴욕 LBCVMG의 창립자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디아 쿠퍼-앙리(Addia Cooper-Henry)는 “로
고는 브랜드를 기억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브랜드가 포화 상태에 빠져 잡음이 심해지면서 로고 파워가 약해지는 경우, 강력한 로고는 어떤 경우라고 브랜드가 고객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신뢰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든다. 아울러 추가적인 설명, 세부사항, 또는 카피가 없어도 핵심 가치와 정체성을 전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녀는 “럭셔리 브랜드에 있어 강력한 로고는 매스 마켓 브랜드와 구별되는 것이며, 로고는 그들의 포지셔닝과 브랜드 퍼스낼리티의 상징이며, 브랜드의 유니버스를 대표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중과 함께 공감하는 로고는 소비자의 마음을 즉시 사로잡을 것이며 모든 추가적인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강화시킨다.”라고 덧붙였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로고가 있는 아이템들은 샤넬의 더블 C나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가짜 버전을 만드는 위조범들에게는 아주 매력적이다. 이러한 지적 재산의 절도는 대부분 저작권 소송으로 이어지지만, 일부 브랜드는 소송 대신 유머를 선택한다. 예를 들어 돌체 &가바나는 패스트-패션 카피캣으로 부터 힌트를 얻어 자신들의 2017년 봄/여름 컬렉션에 일련의 로고 티를 선보여 주목받기도 했다.

패스트-패션 플레어어들은 다수의 럭셔리와 디자이너 브랜드 로고에 풍자적 접근을 하면서, 종종 자신들의 아이콘그래피로 받아들어 코믹하게 변주한다. ‘푸마(Puma)’를 ‘파마(Pama)’로 표시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브랜드는 자신들의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활동한다. 하지만 카피업자들 에게 가벼운 질책을 하는 것은 돌체&가바나가 말한 것처럼 ‘더 리얼 페이크(The Real Fake)’로 소비자들이 직접 향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대중적인 로고는 소비자 취향에 따라 유행에서 벗어났다. 시장조사기관
NPD그룹(The NPD Group)은 2016년 6월부터 12개월 동안 미국내에서 구입한 핸드백의 1/3이 눈에 띄는 로고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에 따르면, 로고를 사는 사람들은 미묘한 이름 인식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으며, NPD 그룹은 제품에 로고가 들어있는 가방이 연구 기간 동안 가장 많은 시장을 잃었다는 것을 알수있다.

이러한 하락세에 이어 로고가 최근 부활하고 있다. 스트리트웨어 스타일의 부상은 브랜드로 하여금 로고 중심의 의류와 액세서리를 만들게 했다. 예를 들어 펜디는 칼 라거펠트의 오리지널 FF 모티브를 가져와 캡슐 컬렉션으로 다시 만들었다. 디올도 90년대 유행했던 새들백을 마리아 그라치아 티루이가 부활시켜 올해 최고의 히트작으로 만들었다.

막스마라도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과거에서 영감을 얻은 로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막스마라는 아카이브 디자인에 현대적인 변화를 줌으로써 오래된 것이 다시 새로운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막스마라 브랜드의 2018년 봄/여름 시즌을 위한 #MaxMaraGram 프로젝트는 1950년대에 사용되었던 오리지날 서체를 로고 인쇄물로 리믹스했다. 노골적으로 로고를 붙인 럭셔리 제품으로 스스로 소셜 미디어 팔로워들과 트렌드를 만들어 가면서 막스마라의 제품은 브랜드의 역사 탐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로고가 들어있는 의류와 액세서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봉마르셰 백화점(Le Bon
Marché Rive Gauche)은 한정판 로고 전시회를 개최했다. ‘렛즈 고우 로고(Let’s Go Logo!)’ 행사를 위해 몽마르셰 백화점은 패션부터 푸드까지 약 130개 브랜드를 초대해, 백화점 오프라인 매장과 자체 온라인 쇼핑몰 24세브르닷컴(24sevres.com) 플랫폼을 위해 그들의 유니크한 간판을 재고하도록 요구했다.

심지어 패션 이외의 브랜드들도 로고 트렌드에 동참하고 있다. 뉴욕에 본사를 둔 주얼리 브랜드 해리 윈스턴(Harry Winston)의 HW 로고 컬렉션은 주얼리 브랜드 로고를 자체 디자인에 반영한 다양한 다이아몬드 보석이다. 이 보석 브랜드의 로고는 브랜드 이니셜과 면으로 된 테두리로 구성되어 있고, 엠블럼은 직사각형 다이아몬드 모양을 가지고 있다.

브랜드의 과거와 결합하는 역할을 하면서 로고는 오랫동안 논의되었지만, 2016년 뉴욕 타임즈 인터내셔널 럭셔리 컨퍼런스에 참석한 구찌 회장 겸 대표인 마르코 비자리에 따르면, 컨템포러리 업데이트는 패션의 미래에 브랜드 아이콘그래피를 강화할 수 있다.

2015년 3월 구찌의 회장 겸 CEO로 임명된 마르코 비자리는 12년 동안 구찌 하우스에서 일한 알렉산드로 미켈레를 브랜드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전격 영입했다. 퇴사후 영입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내부 승진인 셈이다. 브랜드 역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먼저 구찌의 상징적인 GG 로고를 다시 작업했다. 이 로고는 브랜드 순수주의자들과는 잘 맞지 않았지만, 하우스의 디자인과 다소 멀어진 젊은 밀레니얼 소비자들에 의해 열광적으로 받아들여져 현재 제일 잘나가는 럭셔리 브랜드로 등극했다.

더오그룹의 CCO 데이먼 부르크(Daymon Bruck)는 “지난 몇 년 동안, 언뜻 보기에도 눈에 띄는 로고를 사용한 럭셔리 브랜드들이 급부상한 것은 패션의 주기적 본성의 또 다른 예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로고를 많이 사용했던 80년대와 90년대의 패션과 디자인은 많은 창의적인 매체에 의해 정기적으로 등장했다. 이런 예측 가능한 패션 사이클에 더해 요즘 로고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 미학을 가진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슈프림의 빠른 상승으로 소셜 미디어의 시각적인 컨텐츠에 대한 검색이 증가하고 있다. 아울러 오늘날 럭셔리 제품에 로고를 많이 사용하는 이상적인 공식이 왜 존재하는지 잘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로고를 많이 사용하는 새로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제품에 대한 더욱 더 미묘한 브랜딩 계속 선호하고 있다. 클로에는 많은 형용사와 동사를 사용해 ‘클로에 걸’을 묘사하고 있다. 눈에 띄지 않는 매혹적인 것부터 대담하고 활기찬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로고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로고를 사용하지 않는 단점도 있다. 브랜드가 타겟 소비자들을 정의하는 것처럼 브랜드 철학은 개성을 강조하는데, 특히 핸드백 공간에서 유사하거나 종종 구별할 수 없는 모양의 아이템들을 디자인하는 다른 럭셔리 브랜드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기도 한다

한편 보테가 베네타의 “당신 자신의 이니셜이 충분할 때(When your own initials are enough)”라는 태그 라인은 미묘한 브랜딩으로 받아들여진다. 브랜드는 “각 오브제는 개인의 퍼스널 스타일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지, 정의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소유자가 숨길 수도 있는 로고나 이니셜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즉 보테가 베네타는 로고없는 럭셔리를 선택한 셈이다.

리디자인은 브랜드 업그레이드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많은 럭셔리 로고가 상당기간 동일하게 유지되지만, 때때로 브랜드들이 업데이트가 필요할 때 리디자인을 결정한다. 이러한 리디자인(redesign)을 위한 가장 일반적인 시기 중 하나는 회사나 브랜드의 중요한 기념일이다.

예를 들어, 랑방은 125주년을 맞이해 회사 로고에 125라는 숫자를 추가했다. 브랜드의 장수 시그널은 창업주 잔느 랑방과 그녀의 딸 마거릿 마리 블랑쉬가 손을 잡은 모습을 그린 폴 아이립의 이미지 아래 위치하고 있다.

독일 여행용 가방 제조업체 리모와(Rimowa)도 마찬가지로 120년 동안의 사업 활동을 축하하는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출시했다. 1898년 폴 모르섹에 의해 쾰른에서 창립된 리모와는 가벼운 구조와 사용 편의성을 목표로 하는 여행용 가방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룬 것으로 유명하다.

로고를 위해 에이전시 뷔르 보르셰(Bureau Borsche)는 여행용 가방 메이커의 새로운 타이포그래픽러기지를 알리기 위해 실용적인 산세리프 서체를 선택했다. 활자체는 리모와 프로젝트의 기능을 반영하기 위해 다듬어지고 절제되었으며, 또한 브랜드의 미래 사업에 충분히 다양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리모와 로고와 모노그램은 브랜드에 대한 믿음을 반영하기 위해 블랙, 화이트, 그레이 팔레트로 설정했다.

영국 자동차회사 애스턴 마틴(Aston Martin)은 100년 만에 로고를 새롭게 만들었다. 이 로고의 전체적인 모양은 100년이라는 세월을 나선형의 한 점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앵무조개 껍질과 비슷하게 만들어졌다. 독특한 로고 모양은 향후 브랜드가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기 위해 선택되었다.

중요한 기념일에 로고를 바꾸는 것 외에, 브랜드들은 종종 창조적인 변화를 경험하면서 자신들의 로고를 다시 디자인한다.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는 커링 그룹 소유의 패션 브랜드 발렌시아가에 지나치게 단순화한 시너지로 영감을 받은 새로운 로고를 선 보였다. 선명성을 추구하면서, 발렌시아가는 더 짧고, 더 깨끗한 형태의 로고를 개발했다. 자체 개발로 만들어진 발렌시아가의 새 로고는 대중교통에서 볼 수 있는 표지판에서 영감을 얻었다. 전체적인 심미성을 유지한 채, 이제 로고는 시각적으로 더 짧아졌다. 이에 대해 발렌시아가는 “시대를 초월한 호화로운 발렌시아가 시그너처에 대한 간단하고 대담한 스탬프”라고 묘사했다.

스페인의 가죽 제품 회사 로에베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이 지휘를 맡으면서 시각적 변화를 겪었다. 브랜드는 독일 타이피스트 베르톨드 울프(Berthold Wolpe)에 의해 영감을 받아 M/M파리(M/M Paris)가 디자인한 새로운 로고를 공개했다. 또한 창조적인 듀오는 로에베를 위한 새로운 아네그램(철자 순서를 바꾼 말)도 만들었다. 이것은 1970년대의 비센테 벨라로 부터 오리지널 소용돌이 무늬 아이콘을 가져와 모던하게 바꾸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다이엔 본 퍼스텐버그는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하차할 계획을 발표 하지 않았지만, 젊은 영국 디자이너 조나단 선더스를 지난 2026년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로 임명했다. 조나단 선더스는 지난 2017년 DVF를 위한 컬렉션을 지휘하면서 로고를 다시 디자인했다.

새 로고는 디이엔 폰 퍼스텐버그의 이니셜을 교환하고, 활자체를 위해 모두 대문자로 표기했다. 다이앤 폰 퍼스텐버그의 이름은 ‘다이앤’과 ‘본’ 사이에 상당한 공간을 남겨두고, ‘퍼스텐버그’는 로고를 균형 있게 유지하도록 아래 줄에 단독으로 배치했다. 조나단 선더스가 DVF를 떠난 후에도 최신 로고 버전은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이태리 남성복 브랜드 브리오니는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저스틴 오쉐어의 엣지있는 변신의 일환으로, 브랜드 로고를 고딕체로 바꾸었다. 일부 고객들은 새로운 서체에 대해 회의적이었지만, 그것은 실제로 20세기 초에 사용된 브랜드의 오래된 서체에서 영감을 얻었다. 저스틴 오쉐어는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수석 디자이너 역할에서 물러났고, 브리오니는 곧바로 이전 로고로 돌아갔다.

영국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 ‘버버리Burberry’에서 20년 만에 새로운 로고와 모노그램 디자인을 공개했다. 지난 8월 2일 버버리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된 새로운 로고와 모노그램은 창립자 토마스 버버리Thomas burberry의 이니셜을 담아 대문자 T와 B를 크로스한 형태다. 비비드한 오렌지 컬러와 버버리 시그너처 컬러라고도 할 수 있는 클래식한 베이지 컬러 조합이 돋보인다.

또한 새 로고는 기존의 둥글고 부드러웠던 글씨체에서 또렷하고 두꺼운 대문자 글씨체로 바뀌었으며, ‘Buberry Established 1856’에서 ‘Burberry London England’로 바뀌었다. 이는 리카르도 티시가 버버리 하우스에서 본 1908년 로고와 토마스 버버리 모노그램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로고 스타일 외에도 일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은 이름을 변경하여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도 한다. 디자이너 에디 슬리만은 지난 2012년 브랜드 개조의 일환으로 유명한 오뜨 꾸띄르 브랜드 이브 생 로랑의 브랜드명을 ‘이브’를 뺀 ‘생 로랑 파리(Saint Laurent Paris)’로 바꾸었다. 에디 슬리만은 이브 생 로랑 브랜드의 1966년 런칭을 영감으로 삼아 이 브랜드를 전반적으로 다시 만들었다. 유력 패션지 WWD는 이미 1966년에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이 같은 폰트와 비슷한 명명법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브랜드는 카산드레사 만든 오리지널 YSL 로고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특히 제품 디자인을 위해 블록 폰트로 ‘생 로랑 파리(Saint Laurent Paris)’로 읽는 새로운 로고를 선보였다. 이러한 파격적인 브랜드 로고명 교체는 소비자들로부터 엇갈린 반응을 이끌어냈다. 일부 사람들은 급격한 변화로 인식해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

디자이너 에디 슬리만이 생 로랑에서 하려고 했던 것과 비슷하게, 프랑스 남성복 브랜드 벨루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 반 아쉐는 새로운 로고를 가지고 브랜드의 뿌리로 돌아가고 있다. 새로운 로고의 서체는 1895년 벨루티가 시작된 해 나무에 새겨진 글자를 본떠 만들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동과 이정표를 넘어, 일부 브랜드들은 디지털 친화적인 로고에 대한 증가하는 요구에 대응하면서, 그들만의 이미지를 현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 회사 아우디는 디지털 위주의 브랜드 개편을 경험했다. 이 자동차회사의 네 개의 링은 평면 그래픽으로 개조되어 디지털 용도 변경에 더 큰 확장성을 가진 시각적인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냈다.

LBCVMG의 창립자인 아디아 쿠퍼-앙리는 “브랜드의 진정한 헤리티지는 핵심 가치와 개성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시대를 초월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던화 작업은 신선하고, 젊고, 새로운 눈으로 이러한 코드를 다시 해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정교하고 단순한 모양 또는 현대적인 시각적 해석을 통해 구현된다.”고 덧붙였다.

로고를 업데이트 할 것인가 말것인가

일부 로고 리디자인은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도출했지만, 다른 로고 리디자인은 브랜드 리브랜딩의 위험성을 보여주고 있다. 럭셔리 업계 외부에 있는 미국 캐주얼 브랜드 갭은 2010년에 파란색 박스에 흰색으로 이름이 들어간 로고에서 벗어나려 시도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소비자의 좌절은 빠르게 확산 되었고, 결국 갭은 일주일 내에 원래 로고 디자인으로 되돌아갔다.

독일의 스트리히푼크트 디자인(Strichpunkt Design)의 선임 브랜드 컨설턴트 콘스탄틴 본 하덴버그는 “진정한 비즈니스 전환이 이루어지려면 회사 문화와 함께 시작해야 한다. 리스크는 기본적으로 매일 홍보대사가 되어야 하는 회사의 직원들이다. 그들이 새로운 방향의 일부라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않는 계속해서 옹호자로 남아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로고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대중들을 혼랍스럽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문화의 진정한 변화는 왜 새로운 모습이 필요한지 잘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로고는 내부뿐 아니라 외부적으로도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 너 나아가 대중들과 함께 새로운 로고와 방향성을 점차적으로 확립하는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브랜드와 로고를 만드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어떤 경우에는 100년 동안 변하지 않은 브랜드도 있다. 하지만 제대로만 한다면 외면적으로 브랜드의 기존 팬들을 물론 새로운 팬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는 변화를 위한 강력한 표현이 될 수 있다.

K 패션은 왜 럭셔리 브랜드가 없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패션 기업이 없고, 갤러시와 소나타와 같은 세계적으로 통하는 패션 브랜드가 없다는 것이 정확한 답일 것이다.

빅 데이터와 소셜미디어 덕분에 정보는 넘쳐난다. 검색을 통해 세상을 보고 검색을 통해 쇼핑을 한다. 때문에 브랜드 로고는 제품의 품질과 가성비 이상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중요한 커뮤니켄이션 도구다. 패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FMC)에서 가장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이 브랜드 로고와 그와 관련된 헤리티지와 개성이다. 전 세계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로고를 만드는 것이 K패션의 세계화를 위한 첫걸음이 아닐까 한다.

태어날 때 처음으로 부여받는 것 이 생년월일과 이름이다. 마찬가지로 브랜드가 태어날 때 부여 받는 창립일과 브랜드명은 존재하는 한 계속 따라 붙는 이름표와 같다. 브랜드 로고 리디자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브랜드 이미지는 180% 달라진다. 결국 브랜드의 헤리지티와 개성이 들어간 로고 디자인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로고는 브랜드의 얼굴이자 상징이다. 잘 나고 매력적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