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북관계가 호전되는 가운데 납북 패션 경협에 대한 패션기업들의 관심이 지대하다. 이미 남북한은 개성공단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과거보다 업그레이드된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이러한 가운데 남북 패션 경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패션계 인사가 있다. 바로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주상호 원장이다. 남북 패션 경협에 대한 현재와 미래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본다.

“남북 패션 경협을 통해 우리 패션 업계를 살리고 북한 경제도 살리는 상생의 ‘윈윈(Win Win)’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무조건 북한에 퍼주는 것이 아니라 북한도 발전시키면서 남한 패션 업체들도 경쟁력을 갖춘 제품들 을 만들어 보자는 차원이다.”

주상호 한국패션산업연구원(KRIFI)은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눈여겨본 뒤 곧바로 연구원 내에 ‘남북경협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정체된 패션 업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패션 업계의 남북 경협이 필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북한에 눈을 돌린 것은 남한 패션 산업 발전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패션 업계는 디자인뿐 아니라 상품 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이 아웃소싱과 관리에서 한계에 봉착해 더 이상 효율성을 강구할 방안이 없는 남한의 한계를 남북 패션 경협을 통해 풀어보자는 의미다.”라고 덧붙였다.

북한 패션 봉제단지 현대화 시급

주상호 원장이 주장하는 남북 패션 경헙의 구체적인 방안은 북한의 패션 봉제단지를 현대화하는 것이다. 패션 경협이 제대로 추진되면 위기에 직면한 남한 패션 산업이 회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문제는 남북간 패션 산업 간극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는 86개 섬유기업과 251개 봉제기업이 있으며, 봉제단지는 평양, 신의주, 개성, 함흥, 원산 등에 있다. 섬유기업은 한국의 1970년대 기술 수준이고, 봉제기업은 1980~1990년대 수준으로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현재 북한의 상황이 안 좋지만 주상호 원장은 유엔의 대북 제재 해제를 대비해 미리 남북 경협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북한의 어느 지역에 공장이 있고, 봉제기계와 인력이 얼마나 있는지 실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 지역에 거점별로 패션테크 지원시스템을 구축 운영 하는 방안을 시범 실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남북경협 TF를 통해 북한 기존 공장의 현대화에 도움을 주고 북한 기술자들에게 봉제 교육을 실시해 남한 패션 기업들이 주문을 하면 북한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5월 29일 섬유패션단체 가운데 가장 발 빠르게 남북경협재개를 염두에 두고 남북 패션산업 협력 간담회 개최해 봉제 인프라 지원과 디자인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업계 의견을 경청했다.

회의가 끝난 후 그는 “우선 북한 전역에 산재된 낙후되고 기술력이 떨어지는 봉제공장을 고도화하여 남한 패션기업들의 위탁임가공 소싱처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러한 보유 기술력 향상을 통한 생 기지의 역할과 더불어, 북한은 향후 동북아 소비 시장의 하나로 고려해 볼 여지가 충분하다. 이에 남북경제 동반성장을 위해 그는 남북 경협 재개 시 두 가지 방향으로 사업 진행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주장하는 첫 번째 방향성은 북한 의류 봉제 산업의 생산구조를 고도화, 체계화시켜 남북 협력을 통한 의류 봉제 산업의 상생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휴 봉제기계 등 각종 인프라 지원, 생산 분야 지도 및 전문 인력양성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방향은 북한을 활용한 다양한 각도의 사업추진 기회를 고려해 남북 간 패션정보 교류와 패션분야 전문 인력 양성, 다양한 마케팅지원을 위한 유통사업 등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사업 프로세스를 구상하여 향후 재개될 남북경협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지난 7월 16일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新남북경협 추진을 위한 패션의류업계 대응 포럼’을 패션의류산업 남북경협추진위원회와 함께 공동 주최했다. 이 행사를 통해 남북 경협 방향에 대한 패션의류업계의 논의와 의견 수렴을 통해 구체적인 남북패션의류 협력방안 모색을 위해 논의했다. 이날 주상호 원장은 포럼 후 “북한은 신의주 남포 해주 원산 등 전역에 산재된 낙후된 봉제공장을 현대화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기존의 개성 공단 활성화와 더불어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향후 패션의류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도록 남북경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예산확보 노력을 병행해 시범사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석박사급 인력 적극적 활용으로 패션 발전에 일조할터

주상호 한국패션산업연구원장은 “2010년 한국패션센터와 한국봉제기술 연구소 통합 이후 8년을 맞이한 이 시점에서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활동범위를 전국화하고 사업영역 확장을 통해, 현재의 활동 영역에서 한 단계 더 성장을 위한 원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연구원은 패션산업분야 석박사급 국내 최대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주상호 원장은 앞으로 고급 인적 자원을 활용해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우리나라 패션산업 발전에 일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의 역할과 관련해 그는 “업계 의견을 모아서 정부 정책에 반영 하거나, 정부 지원 사업들을 수행하기 위한 합법적인 로비스트 활동을 해 야 한다. 업계 요구 사항을 정부 정책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제4대 원장에 취임 한 이후 대구, 서울을 수시로 왕래하며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는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 비록 대구에 소재하고 있지만 한국 패션산업을 대표하는 연구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덕분에 요즘은 대구와 서울을 오가는 횟수가 잦다.

그는 한국패션산업연구원장이 된 후 한국 패션디자이너들의 안정적인 해외 진출 지원과 대한민국 패션디자이너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도 앞 장서고 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지난 7월 4일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패션관련 해외 전문가들과 심사한 결과, 2017 월드스타디자이너로 선정 된 50인 중 패션디자이너 박윤희, 이청청을 파리 현지에서 추진 중인 ‘K-패션 프로젝트 인 파리’에 참가할 디자이너로 최종 선발했다.

또한 올 여름 방학 시즌에 맞춰 유명 아티스트와 패션 디자이너를 초빙, 청소년과 일반인들이 패션분야에서 취미 및 소질을 계발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연구원은 지난 7월 5일부터 8월 3일까지 5주간 패션 창의 체험 프로그램인 ‘2018년 패션문화캠프’를 운영했다. 유명 아티스트, 패션 디자이너와 함께하는 이번 행사에는 청소년에서 일반인까지 100여명이 참가했다.

정책 연구와 생활문화산업 지원이라는 2트랙으로 활동

앞으로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의 나아갈 중요한 방향에 대해 주상호 원장은 4가지를 강조했다. 첫 번째는 연구개발 사업에 관한 부분으로 연구개발에 있어 업계와 더욱 연계되어야 하며, 이는 전문생산연구소의 태생에 관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연구원에 대한 미비한 대외 인지도를 제고를 피력했다. 그는 패션관련 기관들을 통틀어 석학박사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관이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라는 측면을 강조하며, “연구원은 이러한 인력을 활용하여 기업 및 관련 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바를 지원해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고 밝히고, 패션정책지원 등 연구원의 정책지원기능을 강조했다.

세 번째는 연구개발 뿐 아니라 빅 데이터 등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의 의사결정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전안법 시행으로 인해 기업 등에서의 정책적 지원책 마련 요청 등이 강화되는 시점에서, 연구원 역시 이러한 기업 등의 요구에 발맞추어 지원 해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그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연구원의 사업범위 확대를 강조했다. 작금의 패션은 의류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그는 가방, 신발, 액세서리, 생활 인테리어에 이르기까지 의류를 넘어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키는 것이 패션이라고 정의 내렸다, 때문에 연구원의 나아갈 방향 역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의 향후 비전에 대해 질문에 그는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2017년도 다소 긴 기관장 공백기를 거치며 리더쉽의 부재로인한 추진력에 힘을 받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앞으로는 대구에 위치하고있다는 지리적 여건에 얽매이지 않고 전국을 대상으로 한 정책연구, 사업분야 확대, 미래혁신사업 발굴 등에 연구원의 역량을 집중적으로 투입할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내 패션기관의 대표격으로 자리잡고 패션산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포지셔닝 하는 것을 연구원의 비전이다”라고 강조했다.

올해 하반기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의 주요사업에 대한 질문에 그는 ”앞서 언급한 정책연구, 라이프스타일 생활문화사업 지원과 더불어 4차 산업 위주의 중·장기 사업 진행을 위한 기초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4차 산업에 부합하는 IT융합분야는 연구원이 초창기부터 관심을 갖고 추진해온 연구개발 분야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를 확장해 CDL(Creative Design Lab), 스마트패션상품화센터 구축 등 다양한 사업을 발굴하고 대내외적으로 요구되는 패션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올 하반기의 핵심 사업이라고 밝혔다.

한편 주상호 원장은 경희대(영어영문학과), 한국외대 대학원(국제경제학 석사/1984년) 등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서울대 섬유패션 최고경영자과정(2005년)을 수료했다. 1981년 쌍방울에 입사한 뒤 한국의류산업협회와 한국패션협회 상무이사를 거쳐 올해 1월 한국패션산업연구원장으로 취임했다. 서울패션위크 설립추진위원, 중기청 QR 의류치수 표준화 부문 기획위원, 대구시 대구섬유박람회 자문위원, 서울컬렉션 실무위원회 위원장 등의 다양한 활동을 수행했으며 중소기업청장 표창(1996),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표창(2014)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