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션업계가 고수해 온 리테일시스템은 더 이상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반복적인 세일, 다른 유통 채널을 통한 고객들의 재판매, 재고관리와 스토어의 운영에 필요한 엄청난 비용은 브랜드의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안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다이렉트 투 컨수머(Direct-To-Consumer)’가 환영을 받기 시작했다.

마진 증가는 물론 점점 사라지고 있는 고객들의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여 줄 수 있는 고객과의 개인화된 관계 형성이 ‘다이렉트 투 컨수머(이하 D2C)’의 핵심이다. 이뿐만 아니라 브랜드들은 조금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최고 품질의 상품을 고객에게 제안할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최근에는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D2C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D2C의 성공 여부를 논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몇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하나는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비용 문제가 핵심 사안으로 기존 리테일 방식과 비교해 보았을 때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오프라인 스토어가 없다보니 페이스북 혹은 인스타그램 등 새로운 채널을 통해서 상품과 브랜드를 홍보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새로운 채널들이 곧바로 새로운 비용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대 초반, 첫 번째 D2C 브랜드가 론칭했을 때 브랜드의 전략은 매우 정형화돼 있었다. 고가의 제품들로만 구성된 특정 카테고리를 찾아내고, 디자인의 감성은 유사하게 유지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의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이들의 전략이었다. 또 가격대를 낮추기 위해서 백화점 같은 중간상인을 철저히 배제하면서 브랜드측에서 훨씬 합리적인 마진으로 고객에게 상품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8년 현재의 D2C 방식은 단지 고 비용 문제만 안고 있는 것은 아니다. D2C 기반의 브랜드가 처음 등장했던 시절과 지금 고객들의 사고방식은 완전히 다르게 변했기 때문이다. 가격은 더 저렴하면서도 럭셔리 브랜드의 상품들과 포괄적으로 유사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상품들, 다수의 D2C형 브랜드들이 이러한 상품을 선보이고는 있지만 더 이상 이런 상품들로는 이전처럼 고객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된 것이 또 다른 문제점으로 부상했다.

브랜드가 D2C를 선택하게 된 배경

패션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브랜드들은 자신들만의 시각적인 정체성을 확보해야하고 고객의 존경, 신뢰, 희망, 그리고 고객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결정적인 한방이 필요한 시절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D2C 모델의 변화는 글로벌 패션업계에도 감지되고 있다. 디자이너 리사 메이오크와 제프 할모스는 지난 2016년 자신들의 그래픽 티셔츠 브랜드인 ‘모노그램’을 론칭할 당시, 이들이 온라인시장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을 채택 할 것이라는 데 그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았다.

오프라인 스토어 보다 엄청난 비용 절감효과를 가지고 있고 국경을 초월해서 전 세계 고객들에게 직접적 브랜드를 소개할 수 있는 엄청난 이점을 가지고 있는 이유 때문이다. 리사 메이오크는 “D2C 모델을 선택하게 된 배경은 고객의 피드백을 거의 실시간으로 확보 할 수 있는 장점이 가장 크게 작용 했다”고 밝혔다.

베이직한 아이템을 주력제품으로 내세우는 패션 브랜드 ‘에버레인’은 지난 2011년 론칭했을 당시 기존 D2C 기반의 브랜드들과는 다르게 저렴한 버전의 럭셔리 아이템을 선택하는 대신 고객의 옷장을 채워줄 기본 아이템을 선택했다. ‘에버레인’ 이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이와 비슷한 예를 들면 ‘아메리칸 자이언트’, ‘메종 스탠다드’ 등이 베이직한 아이템을 내세워 시장에 진입했다. 이 가운데 ‘에버레인’은 유사 브랜드 사이에서도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자랑하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투명한 생산공정과 마진율을 고객에게 공개하는 등 다른 브랜드와는 다르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는데 성공한 것. 또 자신만의 예술적 혹은 미적인 정체성을 분명하게 확립하고 매 시즌마다 통일된 브랜드의 정체성을 상품에 녹여 내고 있다. 지난 2015년 ‘갭’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레베카 베이를 영입할 때도 브랜드의 관점을 유지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받아들인 레베카 베이는 지금도 ‘에버레인’의 고유한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특기인 모던한 라인의 상품을 선보이고 있고 ‘에버레인’의 기업 가치는 약 2억5000만 달러(한화 약 2700억원)로 올라섰다.

소비자들에게 관심 받는 비즈니스 모델

최근 새롭게 론칭하고 있는 D2C 브랜드들도 기존과는 다른 자신만의 차별성을 내세우며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마케팅에도 그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도매단계를 삭제한 비즈니스 모델이었지만 지금은 고객과 감성적인 수준에서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는 형태로 진화했다. 단순히 리테일 수준에서 단계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 사이에서 보다 가치 있는 존재로 포지셔닝을 강조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변모한 것.

스프라이트 무늬의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운 프랑스 브랜드 ‘라린(La Ligne)’도 B2C 모델을 기반으로 시작했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상품을 제공하겠다는 브랜드의 전략 때문이다. 이 브랜드는 도매 파트너인 네타포르테(Net-a-Porter)를 제외하고는 모두 직접 고객과 소통한다. 이런 방법을 통해서 창업자들은 소비자들에게 온전히 상품과 브랜드의 이미지와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했고 상품도 시리즈 형식으로 출시하고 있다.

이 전략은 다행스럽게도 소비자들에게 잘 녹아들고 있다. 실제로 ‘라린’의 첫 번째 콜렉션은 솔드아웃됐고 300 달러 이상 높은 가격대의 제품들도 현재까지 러브콜을 받고 있다. ‘코우켓(Coquette)’이라고 불리는 시그너처 아이템인 티셔츠 역시 공개 직후 즉시 솔드아웃되는 등 큰 성공을 거뒀고 소위 말하는 대박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따라 점점 더 많은 디자이너들, 특히 신예 디자이너들이 D2C 비즈니스를 모델을 선택하고 있다. 높은 마진율과 고객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강하기 때문에 D2C에 강하게 이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실질적으로 이들이 도매 파트너를 거치지 않고 비즈니스를 장기적으로 그리고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지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이제 막 패션업계에 진출한 젊은 럭셔리 패션 레이블들이 일정한 고도에 이르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다.

온라인 기반의 D2C 비즈니스

하지만 온라인시장의 성장과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폭발은 신생 브랜들에게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 근본적으로 자신들만의 오프라인 스토어를 운영하기에는 자본이 부족한 패션 스타트업들에게 온라인시장과 소셜미디어는 고객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신생 브랜드의 비즈니스에는 백화점, 부띠크, 그리고 다른 형태의 도매 파트너는 등장하지 않고 있다. 온라인시장과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완성되는 D2C 모델은 신생 브랜드의 마진율을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 대비 약 3배에서 4배 정도 높여주고 있으며 고객 혹은 다양한 데이터와 의미 있는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통로로 작용하고 있다.

패션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인 스타트업에게 자본·운영지원을 제공하는 기업인 레지넌스 컴퍼니의 로렌스 레니한 회장은 “패션 스타트업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가 고객을 소유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라며 “만약 중간단계 없이 브랜드가 직접 고객과 소통하고 자신의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랜드는 물론 고객에게도 훨씬 많은 보상이 주어지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와비파커, 에버레인 같은 패션 스타트업의 성공사례는 D2C 모델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의 엿볼 수 있는 명백한 증거다. 이 두 기업은 온라인시장을 기반으로 D2C 전략을 선택했고,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성공의 길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와비파커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닐 블루멘탈은 “D2C모델 덕분에 우리는 이익을 개선할 수 있었고 운영진에게 이전보다 더 탄탄하고 안정된 비즈니스를 진행할 수 있는 일종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객과 직접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은 고객의 브랜드 경험을 우리가 직접 관리 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만약 비즈니스에 중간상인이 포함돼 있다면 직관이 흔들릴 수밖에 없고 이들이 상품을 세일가에 내놓거나 고급 취향을 가진 고객들에게 선보이기를 거부한다면 브랜드의 중요도는 시장에서 애매모호해지고 인지도는 부정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새로운 대안은 ‘개별주문’

하지만 D2C 모델을 선택하고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것을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와비퍼커의 최고경영자 닐 블루멘탈은 “브랜드를 론칭할 당시에는 소수의 브랜드만이 D2C 전략을 선택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점점 많은 브랜드들이 D2C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하고 경쟁에서 승기를 잡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최근 D2C 모델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온라인 마케팅의 비용이다. 일부 신생 패션 브랜드들은 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D2C와 도매채널을 혼합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디자이너 크리스 젤리나스가 대표적인 예다. 그의 전체 수익 가운데 약 60%는 개별주문으로 창출된다.

개별주문은 뉴욕, LA, 그리고 토론토 같은 도시에서 선보이는 오프라인 트렁크쇼에서 대부분 이루어진다. 크리스 젤리나스는 “론칭 초기 처음 한 두 시즌 동안 판매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공격적으로 도매상들을 쫓아다닐 수도 없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에디터들 혹은 친구들을 통해서 개별주문을 받고 의상을 판매를 할 수 있었다”며 “시즌을 거듭하면서 개별주문은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어주었고 어느 정도 브랜드가 자리를 잡게되자 지금은 공식적인 트렁크쇼를 통해서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최근에는 뉴욕 출신의 디자이너 미샤 노누가 뉴욕패션위크를 포기하고 D2C를 기반으로 브랜드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미샤 노누는 “지난 10년 동안 고객들이 물건을 소비하는 방식에 아주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변화는 B2C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길로 이끌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2015년 초반, D2C비즈니스를 기반으로 온라인시장에 뛰어 들었고 시작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마케팅활동 없이도 전체 브랜드 매출의 약 15%를 차지하는 중요한 비즈니스 영역으로 바꿔 놓았다. 그녀는 “만약 지금 내가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한다면 주저하기 않고 D2C를 선택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