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장관 백운규)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원장 허남용)은 한국인의 인체표준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제품을 개발해 출시하거나 생활공간을 디자인하는 디자인 회사 등 인체의 표준정보가 필요한 곳에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함으로써 미래형 산업구조인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Mass Customization)’을 위한 패러다임을 실현하고 이를 통해서 패션 등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주는 지원사업의 차원에서 한국인의 인체치수조사보급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의 정식명칭은 ‘사이즈코리아(Size Korea)’다. 사이즈코리아가 산출하는 한국인의 인체치수와 인체의 형상을 3D로 표현한 자료는 고품질의 명품 데이터로 분류된다. 패션의류산업, 신발 제화산업, 가구산업, 자동차산업, 모터사이클·자전거산업, 전기·전자산업, 그리고 기타 산업 제품의 설계에 다양하게 활용되며 특히 21세기형으로 차별화되게 개발되는 인체의 적합성이 우수한 제품을 출시하는데 크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산업분야에 제공하는 ‘사이즈코리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1979년 1차 측정부터 2010년까지 진행한 6차 측정까지의 5~7년 주기로 한국인의 인체치수를 측정해 185만종의 인체치수, 2만종의 동적치수, 12만종의 3D 인체형상자료, 이를 통해 도출된 다양한 가공자료와 활용기술로 구성된 한국인의 인체표준정보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허남용 국가기술표준원 원장은 “‘사이즈코리아’는 의류, 신발, 가구, 주방용품, 가전제품, 자동차 등 국내 산업계가 독자적으로 독창적인 한국형 산업제품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데이터와 기술력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산업계가 새로운 생산구조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새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데이터베이스의 지원뿐만 아니라 현재 한국인의 인체형상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하는데 적용할 수 있는 정보를 3차원 입체 디자인을 기반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사용자의 커버율을 고려한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기술력 등 산업계를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K2·FRJ·GSGM, 시범사업 기업으로 선정

한국인의 인체치수의 표준정보를 활용해 생산한 제품에 사이즈코리아 마크를 표시·광고할 수 있는 시범사업이 추진된다. 여기에는 의류, 가구 등 각 분야별로 대표성이 뚜렷한 5개 기업이 참여한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사이즈코리아의 데이터를 활용한 제품에 마크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기술표준원에 요청해 왔으며 국가기술표준원은 시범사업을 위해서 사업공고와 설명회, 평가위원회를 거쳐 참여기업을 선정했다. 패션업종 가운데에선 FRJ(청바지부문, 대표 송창식), GSGM(캐주얼의류부문, 대표 이근승), K2코리아(등산화부문, 대표 정영훈)가 선정됐고 나머지 두개 기업은 파트라(의자), 휴테크산업(안마의자)이다.

신상훈 사무관은 “이번 시범사업은 규제성격의 인증사업이 아니라 패션 등 모든 산업분야를 대상으로 하는 권장사업으로 진행된다”며 “국가기술표준원은 6개월 동안의 시범사업이 끝나면 자동차, 헬스케어 등으로 분야를 확장할 예정이며 또, 사이즈코리아 마크가 내수시장에서 가장 사랑받는 국민마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홍보와 활성화를 위해서 노력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인의 인체치수표준정보를 활용해 생산한 제품에 ‘사이즈코리아’ 마크를 표시하고 광고할 수 있도록 하는 시범사업 협약식이 올해 초 쉐라톤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열렸다. 협약식에는 시범사업 기업으로 선정된 5개 기업의 대표와 임직원이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시범사업 기간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사이즈코리아 마크의 표시와 광고에 따른 오남용 방지 등 소비자의 피해를 예방하는 기본적인 내용이 담겼다.

협약식에 참석한 국가기술표준연구원의 신상훈 사무관은 “그동안 의류 등 많은 산업분야에서 한국인의 인체표준정보를 활용해 왔지만 해당 기업들은 제품에 한국인의 인체표준정보를 활용해 만든 제품임을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표시하거나 광고하는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이 정보를 적용한 제품임을 알리지 못했었다”며 “최근 국가기술표준원이 관련 규정을 수정했기 때문에 기업들이 한국인의 인체표준정보를 적용해 만든 제품임을 밝힐 수 있도록 인증을 신청하면 이를 표시하거나 광고할 수 있는 인증을 부여할 방침이다”라고 전했다.

K2의 등산화 신화 다시 이어지나

신발부문에 선정된 K2는 출시하는 제품에 사이즈코리아의 로고를 부착하는 등 사이즈코리아가 제공하는 정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한국인의 발과 산악지형에 최적화된 제품을 개발하는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해나갈 예정이다. 또 그동안 제품의 개발을 위한 신발연구소를 별도로 운영하며 한국인에 최적화된 등산화 개발에 주력해온 노력을 계속 이어갈 방침.

K2는 현재 한국인의 표준 발 사이즈, 발 모양, 발 너비는 물론 한국의 산악지형까지 고려한 제품을 기획하고 출시 중이다. 이 계획도 꾸준하게 이어가면서 등산화와 워킹화의 품질과 기능을 향상하기 위한 다양한 테스트도 병행한다. 신발연구소를 통해선 제품이 출시되기 전 마모도, 내구성, 안정성 등 제품의 기능과 품질 향상을 위한 기계적인 테스트는 물론 사용자가 직접 신어 본 후에 실험하는 ‘사용자 장단기 필드 테스트’ 등의 노력도 이어간다.

이를 통해서 출시한 한국인에 최적화된 등산화가 기업과 브랜드의 지속성장을 견인하는 주요 아이템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다. 윤희철 신발소싱본부 이사는 “그동안 한국인의 발에 적합한 등산화의 개발에 주력해왔는데 이번에 이 기술력을 국가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K2만의 기술력을 통해서 소비자의 만족도를 더욱더 높여나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K2는 국내의 지형과 등산인들의 취향을 반영해 순수한 기술로 만든 한국형 등산화 ‘로바’로 잘 알려져 있다. 로바는 지난 1972년 OEM 방식이 아닌 K2의 순수한 기술로 만들어져 시중에 출시됐다. 이 제품은 K2를 한국의 대표 아웃도어 기업으로 자리를 잡게 한 효자제품이다. 화강암이 많은 한국 산악지형의 특성에 맞춰 K2가 개발한 ‘엑스그립(XGRIP)’이라는 창을 적용했다. 한국형 등산화 로바를 시작으로 국내 시장을 주도해온 K2는 등산화 연구개발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으며 새로운 제품을 매년 출시하고 있다.

한국인의 핏 찾기에 고민 중 얻은 기회

FRJ는 한국인에게 잘 어울리는 핏을 찾기 위해서 고민하던 중 사이즈코리아의 한국인 인체치수 데이터를 활용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지난 2017년 여름, 보다 정확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사이즈코리아와 접촉을 하게 된 것을 계기로 시범사업 브랜드로 선정되는 기회를 얻었다.

마침 사이즈코리아도 다양한 브랜드와 업종, 국민들에게 그 효용성을 홍보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던 중이었다. 사이즈코리아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국인에게 적합한 데님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하려는 FRJ의 계획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시범사업 기업으로 선정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FRJ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에만 호응하지 않고 실용도가 높거나 가격이 알맞으며 보다 좋은 성능의 제품, 이른바 ‘가성비 상품’에 열광하고 있다”며 “특히 가성비 상품으로 적합한 청바지의 경우 편안함과 기능성은 물론 패션 아이템으로서 멋있게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청바지의 멋은 결국 ‘핏’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동안 한국인의 체형에 가장 멋진 핏을 완성하기 위해서 역량을 집중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FRJ는 사이즈코리아에서 제공하는 한국인의 평균치수를 기반으로 청바지제품에 한해서 정치수를 적용할 방침이다. 2018년 S/S 시즌부터 출시하는 모든 청바지제품에는 로고 형식으로 ‘K FIT(코리아 핏)’ 마크를 부착해 시중에 판매한다. FRJ측은 출시제품 가운데 아직까지 많은 피드백을 회수하지는 못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착용 때 허리와 기장 등의 부분에서 만족도가 높으며 특히 디자인을 앵클기장으로 출시한 제품의 경우 수선 회수가 많이 줄었다는 회신을 받고 있다.

FRJ 관계자는 “한국인에게 잘 맞는 청바지를 제공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강점을 갖추고 있는 제품에 공식적인 인증이 따르면 이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이전 보다 더 높은 신뢰성을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며 “이렇게 공신력을 갖춘 내용을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킨다면 제품에 대한 관심도를 이전보다 더 높일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FRJ는 오는 6월까지가 사이즈코리아의 시범사업 기업으로서의 미션기간이다. 이 기간을 마친 후에는 향후 진행될 공식사업의 선정기업으로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공식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기업으로 선정되면 한국인의 체형에 가장 적합한 청바지의 모델인 ‘K-FIT’을 적극적으로 시장에 알릴 계획이다.

캐주얼의류의 치수 개선이 주요 목표

전통 캐주얼 브랜드를 지향하는 기업 GSGM은 한국인의 인체치수조사를 수년 동안 분석해서 나온 사이즈코리아의 결과물을 통해서 브랜드가 지향하는 의복의 패턴과 치수를 제품의 개발과 출시에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특히 캐주얼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체형에 적합하게 제품의 치수를 개선하는 것이 GSGM이 이번 사이즈코리아의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가장 큰 이유다.

GSGM 관계자는 “지난 2016년부터 사이즈코리아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책사업에 참여해왔고 정부 산하 유관기관(경찰서와 MOU체결 등)과 협업을 진행해왔으며 다양한 직업군을 가지고 있는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장점과 그리고, 국내 캐주얼시장에서 로컬 브랜드라는 전통과 히스토리를 갖추고 있는 대표적인 캐주얼 브랜드라는 명성이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먼저 인식하기보다는 가성비 즉, 가격 대비 품질과 구매자인 자신에게 적합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한 트렌드가 조성된 것도 GSGM이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하게 된 또 한 가지 이유로 작용한다. GSGM 관계자는 “가성비 트렌드를 충족해 주기 위해서 제품을 출시하고 개발할 때 먼저 상품의 질과 핏을 고려하는 기획에 들어가고 품질에 따른 판매가를 책정하는 전략을 통해서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며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체형에 초점을 맞춰 제품을 출시하게 되면 실제 구매자와 브랜드가 공감할 수 있는 상품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캐주얼 브랜드로서의 가치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브랜드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은 소비자의 신뢰다. 국가기관에서 주도하지만 함께 시범사업을 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히스토리가 분명한 브랜드별로 그 가치의 척도를 보여주는 것이 이번 시범사업의 가장 큰 목표라고 볼 수 있다. 이전부터 소비자들은 상품과 브랜드를 향한 신뢰와 더불어 구매자 자신에게 어울리는 핏과 사이즈에 대한 의문점을 끊임없이 브랜드측에게 물어왔다.

적합한 핏, 소비자의 끊임없는 질문 해소

GSGM은 아직까지는 사이즈코리아와 협약을 공표한 시기가 짧기 때문에 홍보와 관심을 계속 유도하는 방법을 통해서 마켓의 반응을 관찰하고 소비자의 의문점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할 계획. 이에 따라 GSGM은 사이즈코리아와 독자적으로 개발한 치수를 현재 전개 중인 캐주얼 브랜드인 ‘체이스컬트’에서 출시하는 제품에 한정해 적용키로 했다. 이번 F/W 시즌에 출시할 제품을 겨냥해 빅사이즈 치수를 적용하는 기획과 전략이 이미 마무리됐다고 GSGM측은 전했다.

GSGM 관계자는 “현재 이번 여름시즌부터 활용할 공감형 콘텐츠를 중심으로 사이즈코리아의 인증로고를 운영 중인 콘텐츠를 통해서 계속 노출하고 있다”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한국인에게 특화되거나 혹은 실제로 착용하는 일반인에게 적합한 핏의 스토리텔링을 부각하는 방법으로 캐줄얼시장의 소비자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핏을 보여줄 수 있는 방향을 홍보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