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패션뷰티ㆍ유통업계에서 친환경성을 기업과 브랜드의 운영모토로 삼는 곳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착한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이 사회와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과 브랜드에게 점수를 매기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관련 업계에선 이런 현상이 지속가능성을 열어주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채택하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에프알엘코리아(대표 홍성호ㆍ코사카 타케시)가 전개하는 글로벌 SPA 브랜드 ‘유니클로’가 ‘2018년 지속가능한 경영 보고서’를 발표하고 지속가능한 기업과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비즈니스 전반에 걸친 다양한 성과를 발표했다. ‘유니클로’는 사회적인 문제가 기업과 브랜드의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인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 아래 지속가능한 경영의 실현을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로 설정했다.

‘유니클로’는 앞서 지난해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새로운 스테이트먼트 ‘옷의 힘을 사회의 힘으로’를 발표했으며 서플라이 체인, 상품, 매장과 지역사회, 임직원 등 모두 네 가지지의 중점 영역을 설정, 현재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번 ‘2018년 지속가능한 경영 보고서’에는 ▲환경의 부하 증가 ▲빈곤ㆍ난민 문제 등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의 성장을 가로막는 어젠다를 해결하기 위한 ‘유니클로’의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의 다양한 노력이 담겨 있다

먼저 서플라이 체인 영역은 환경문제와 노동과 관련한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연결된다. ‘유니클로’가 옷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전체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2월 서플라이 체인의 투명성을 높이고 적정한 노동환경과 친환경을 실현하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주요 거래처와 공장의 리스트를 웹 사이트에 공개했다.

이밖에 오는 2020년까지 브랜드에서 출시하는 전체 상품을 대상으로 위험 화학물질 배출량 제로(0)에 도전하는 프로젝트를 현재 진행 중이며 지난 F/W 시즌부터는 내수발수가공제로써 유해성분으로 분류된 PFC의 사용을 중지했다. 또 지난 2016년 10월부터는 종이 쇼핑백을 친환경 비닐봉투로 전면 교체하는 등 환경에 좋은 영향을 주려는 패션기업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실천 중이다.

일상에서부터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

상품의 영역은 사회와 환경을 배려한 원재료 조달에서부터 철저한 품질관리, 고객의 일상을 고려해 제작하는 지속가능한 ‘라이프웨어’의 모든 과정을 아우른다. 매장과 지역사회의 영역은 전 세계 매장이 위치한 지역,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활동은 ‘전체 상품의 리사이클 캠페인’이다.

고객이 입지 않는 ‘유니클로’의 제품을 기부하면 유엔난민기구를 통해서 세계 각 지역의 난민을 포함한 소외계층에게 기부하는 사회공헌프로그램이다. ‘유니클로’는 2017년 8월 기준으로 65개 나라와 지역에 약 2558만장의 의류를 전달했다. 기부를 받은 옷 가운데 입을 수 없는 상태의 옷은 고열량의 고형연료(RPF) 원료로 활용하고 있다. 또 모든 직원들이 활약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드는 것이 ‘유니클로’의 지속가능한 경영의 목표다.

임직원 영역에선 ▲직원의 인권존중 ▲여성직원을 위한 지원제도 마련과 시행 ▲장애인직원 고용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모 기업인 패스트 리테일링의 지난 2017년 여성 관리직원의 비율은 전년 대비 6.5% 신장한 31.3%를 달성했다. 지난 2017년 8월말 기준으로 전 세계 16개 나라와 지역에서 1613명의 장애인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한국지사의 장애인 고용률도 5.3%로 법정 고용률인 2.9%를 크게 넘어섰다.

‘유니클로’측은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브랜드 전개와 기업 운영이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에 비즈니스부문도 지속가능성을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옷의 힘을 사회의 힘으로’라는 스테이트먼트 아래 전 세계 모든 임직원이 일상에서부터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사이클링, 친환경화의 가장 좋은 방법

관련 산업이 친환경을 도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업이 제품을 제작할 때 업사이클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업사이클링의 관심과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을 요구하는 기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업사이클링 업체의 수는 지난 2011년 11개에서 2017년 기준 100개를 넘어섰다. 최근 6년 동안 10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업사이클링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패션업계에서도 친환경제품과 업사이클링(재활용에 디자인적인 가치 등을 더해 새로운 제품으로 제작하는 활동)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서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환경문제가 심각한 요즘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에서도 장기적으로 친환경전략과 업사이클링전략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과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며 “특히 지난 몇 년 전부터 친환경제품과 업사이클링제품이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일반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기능과 디자인이 담겨있고 소비자 스스로가 가치소비에 참여하고 있다는 인식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에도 버려진 물품을 활용한 업사이클링제품은 꾸준히 출시돼왔다. 그러나 기술이 부족하고 비용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업계 스스로 디자인이나 품질이 일반제품보다 못하다는 인식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환경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업사이클링제품의 품질과 디자인은 물론 가치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일반제품 못지않은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많이 받고 있다.

아디다스코리아(대표 에드워드 닉슨)가 전개하는 ‘아디다스’는 지난 2015년 해양환경보호단체인 팔리포더오션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해양플라스틱 폐기물을 활용한 소재개발 연구를 통해 2016년 11월 러닝화와 축구 유니폼을 처음 출시했다. 이 제품은 해변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소재로 사용했다는 상징성과 독특하면서도 뛰어난 디자인이 소비자들에게 어필되자 출시하자마자 바로 완판하는 등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친환경을 생각하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업사이클링제품으로 쏠리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확인한 ‘아디다스’는 자사가 전개하는 아웃도어, 오리지널스를 통해서 가지를 뻗은 업사이클링제품 전용의 팔리 라인을 전체 카테고리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팔리 라인에서 출시한 러닝화 한 켤레에는 평균 11개의 플라스틱 병이 재활용됐다. 이 소재는 신발의 갑피, 끈, 발목을 잡아주는 힐 카운터와 삭 라이너에도 사용됐다.

또 팔리 라인을 통해 해양에서 수거한 병을 재활용하는 방법으로 기능성의류와 신발을 제작하는 등 해양의 플라스틱오염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A.I.R전략(Avoid: 방지, Intercept: 차단, Redesign: 재설계)을 마련했다. 이 전략은 제품을 개발할 때 지속가능한 재료의 사용을 더욱 늘려 환경적인 측면에서 이룬 혁신을 새로운 사업의 기준으로 설정하는데 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이 전략의 최종 목표는 향후 의류와 신발을 생산할 때 버진 플라스틱(석유가 원재료가 된 플라스틱)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스위스 취리히의 프라이탁 형제가 지난 1993년 설립한 업사이클링 전문 브랜드 ‘프라이탁’은 타폴린으로 만든 방수천, 자동차의 안전벨트, 폐자전거의 고무튜브 등을 소재로 사용한 패션 아이템으로 유명하다. 이 브랜드가 출시하는 가방에 사용된 주요 원단은 트럭의 방수 덮개다. 자전거에서 수거한 폐튜브와 폐차에서 수거한 안전벨트로는 가방의 접합 부분과 어깨끈을 만든다. 대부분 5년 이상 사용한 방수천을 사들여 제작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새 방수천을 주문해 제작하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사는 것은 ‘프라이탁’이라는 업사이클링 브랜드만의 가치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업사이클을 활용한 제작과 경영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프라이탁’의 모든 제품은 개별적인 수작업으로 만들어지고 있고디자인이 캐주얼하면서도 세련되기 때문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소재와 디자인이 반짝이는 아이디어

한국에선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 지난 2012년 이월상품으로 버려지는 옷을 전혀 다른 새로운 옷과 패션소품으로 제작하는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래코드’를 론칭했다. 입지 않는 옷을 해체하고 조합하기 때문에 모든 상품은 소량으로 한정해 생산하는 것이 이 브랜드의 특징이다. ‘래코드’는 업사이클링의 인식을 관련 산업의 저변으로 확대하기 위해서 국내외 유명디자이너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나의 점퍼가 두개의 가방으로?’라는 콘셉트로 업사이클링 점퍼백 2종 선보였다. 안 입는 점퍼 한 개로 두 개의 서로 다른 디자인의 가방을 업사이클링한 것으로 이 브랜드는 업사이클링의 개념을 확실히 하면서도 조금 더 대중적인 액세서리 아이템의 제작에 나선 것이다. 점퍼 백은 크로스백과 토트백 2종으로 출시됐다. 두 종류 모두 초경량 점퍼가 소재로 사용됐으며 가방의 무게를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크로스백은 점퍼의 소매 부분을 활용해 제작했다. 스트랩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크로스백으로 연출할 수 있으며 스트랩을 허리에 고정하면 복고적인 느낌을 주는 웨이스트 백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기능적인 측면의 아이디어가 접목됐다. 토트백은 점퍼의 몸판을 활용했다. 손잡이와 스트랩, 두 가지 디테일이 있기 때문에 토트백, 숄더백, 크로스백을 모두 연출할 수 있는 장점이 강하다. 가방의 여밈 부분에는 고리가 부착돼 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을 때는 돌돌 말아서 수납할 수 있다.

한경애 브랜드총괄 상무는 “업사이클링 패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주어진 소재를 최대한 사용하는 것이다”며 “이번에 선보인 점퍼백은 한 장의 점퍼가 두 개의 서로 다른 디자인의 가방으로 변화하며 소재의 잔여물을 최소화 한 것이 특징인데, 특히 다양한 룩에도 잘 어울리는 가방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업사이클링에 대한 허들도 낮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친환경 컨셔스익스클루시브 콜렉션

에이치앤엠헤네스앤모리츠(대표 이르키 테르보넨)가 전개하는 ‘H&M’은 패스트 패션이 환경오염을 가중시킨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지난 2012년부터 지속가능한 소재와 재활용소재만 사용해서 만든 컨셔스익스클루시브 콜렉션이라는 친환경 패션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이 콜렉션은 재활용과 유기농 등 지속가능한 소재를 활용한 고급패션을 구현하는 라인으로 올해는 촛대를 재활용한 액세서리, 그물망과 나일론 폐기물로 만든 드레스 등 다양한 고급의상을 출시했다.

이번 2018년 콜렉션은 스웨덴의 미술공예운동의 오마주를 나타낼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이 라인이 선보인지 7회째 되는 해이기 때문에 부드러움과 강인함의 밸런스를 보여주는 여성을 위한 콜렉션을 선보이며 지난 콜렉션에서 선보인 오가닉 리넨, 오가닉 면, 오가닉 실크, 텐셀(TENCEL™), 재활용 폴리에스테르에 이어 재활용 실버와 에코닐(ECONYL®)을 소개한다. 에코닐은 나일론 폐기물을 100% 재생한 나일론 섬유다.

특히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에 활동한 스웨덴 아티스트인 카린 라르손과 칼 라르손의 창의적인 집, 릴라 히트너스(Lilla Hyttnäs)에서 영감을 받았다. 부부의 집에서 볼 수 있는 오브제의 프린트, 추상적인 자수와 플로럴 자카드 등의 요소를 모던하고 매혹적인 여성복, 신발, 액세서리 콜렉션으로 재해석했다. 대표적인 룩은 오가닉 면과 에코닐을 사용한 화이트 컬러의 레이스 슬리브리스 미디드레스, 재활용 폴리에스테르소재의 그린 플로럴메탈릭 자카드드레스다. 컨템포러리 디자인의 블랙 플로럴 자카드수트는 재킷 뒤의 오픈슬릿 디테일과 크롭플레어 디테일의 트라우저로 선보인다.

키 컬러는 그린, 화이트, 블랙이고 더스티 블루와 파우더 핑크를 함께 사용했다. 재활용한 실버소재를 사용한 튤립 모티브의 주얼리를 포함한 액세서리는 재활용 폴리에스테르소재의 우아한 새틴슬립, 텐셀을 혼방한 프린트스카프, 재활용한 플라스틱 비즈와 스팽글로 만들어진 파우치핸드백도 관심을 받을 액세서리 아이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