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패션업계가 ‘지속가능한 패션(Sustainable Fashion)’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패스트 패션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윤리성을 내세우는 브랜드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 이 브랜드들은 공정거래인증마크, 유기농섬유인증마크 등 품질 관련 인증마크로 승부를 걸었다.
지속가능한 패션이란 인간과 환경을 생각하는 윤리적인 패션 트렌드를 뜻한다. 상품을 제작하고 판매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원의 낭비와 노동착취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미국에서 지속가능한 패션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패스트 패션 트렌드가 지난 10여 년 동안 활성화되면서 야기한 환경문제, 노동자의 인권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하자 많은 젊은 소비자들의 윤리적인 감성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패션이란 가시성이 두드러지는 제품의 특성상 소비자들은 제품 구입 시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모습을 의식하며 과시적인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를 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관련 행동경제학자 스티브 섹스턴과 앨리슨 섹스턴은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서 사회친화적인 가치를 인정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과시적인 소비를 통해서 자신의 사회친화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것으로 발견했다. 섹스턴의 연구에서 사용된 한 사례로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입하는 모습을 보면 사회·문화적으로 환경친화적인 가치를 높게 인정하는 지역일수록 다른 브랜드의 하이브리드 차량보다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구별되기 쉬운 ‘프리우스’의 매출이 높다. 이와 같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윤리적이고 사회친화적인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기 위한 과시적인 소비행위가 나타나는 현상을 ‘프리우스 효과(Prius Effect)’라고 지칭한다. ‘프리우스’를 몰고 다니는 운전자가 환경문제와 에너지문제에 관심이 많을 것이라는 인식을 주듯 지속가능한 패션 브랜드의 가방을 매는 소비자의 경우 주변 사람들에게 환경문제에 민감하고 사회적으로 윤리적인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기 때문이다. 현지 패션업계에선 이와 비슷하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안젤리나 졸리, 메릴 스트립, 엠마 왓슨 등 유명 배우들과 셀러브리티들이 환경친화적인 의류 브랜드의 재활용 드레스를 애용함으로써 지속가능하고 환경에 책임감 있는 소비의 가치가 사회 전반적으로 활발하게 홍보되고 있다.
◆윤리성을 선택하기 시작한 소비자 고려 소비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패스트 패션산업이 일으키는 환경문제와 노동착취 등의 이슈에 활발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도 한 배경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대형 패션기업들의 의류를 생산하던 방글라데시의 8층짜리 공장 라나 플라자(Rana Plaza)가 무너져 113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이 유튜브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알려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또 환경적인 측면과 윤리적인 측면의 소비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젊은 소비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의 의류를 여러 번 사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의 소비 패턴을 각성하고 반성하는 기운이 현지 젊은 층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패션산업이 환경과 인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개선은 현지 패션업계에 많은 영향을 준다. 여러 해 입어도 옷이 잘 상하지 않는 고품질의 의류를 출시하는 브랜드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 소비자들도 관련 제품을 구입함으로써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Buy less, but better) 추세로 소비의 패턴이 전환되고 있는 추세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인 ‘H&M’, ‘망고’, ‘자라’도 변하는 트렌드에 적응하기 위해서 지속가능한 의류 콜렉션이 출시하는 등 윤리적인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새로운 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컨셔스 콜렉션(Conscious Collection)을 론칭한 ‘H&M’은 최근 로스앤젤레스에서 론칭 기념 파티를 개최했으며 이 콜렉션을 통해서 브랜드의 신기술을 개발해 만든 재활용 나일론 소재 ECONYL®과 재활용 실버 소재 등을 소개했다. ‘H&M’은 오는 2030년까지 브랜드의 제품에 사용되는 모든 소재를 지속가능한 소재로 전환할 방침이다. ‘망고’의 지속가능한 제품 라인인 커미티드 콜렉션(Committed Collection) 역시 지속가능한 소재를 사용해 개발한 제품을 기존 보다 높은 가격에 출시했다. ‘자라’도 지난 2015년 11월부터 지속가능한 제품 라인인 조인 라이프(Join Life)를 선보이며 유기농 면과 재활용 울 소재, 텐셀 소재를 사용한 의류들을 출시 중이며 온라인 배송 시 포장 재료의 낭비를 줄이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인증마크가 지속가능한 패션을 보증 이런 추세 속에서 미국 정부에서 부여하는 패션제품 관련 인증마크가 지속가능한 패션산업을 보증해 주는 주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GOTS(Global Organic Textile Standard)에 따르면 유기농 섬유를 95% 이상 사용한 제품을 인증 받을 경우에는 ‘오가닉(Organic)’ 라벨을 사용할 수 있으며 유기농 면이 70~94% 함유돼 있는 제품은 인증 절차 후 ‘Made with x% organic materials’라는 라벨을 부착할 수 있다. 또 페어 트레이드 유에스에이(Fair Trade USA)는 공정거래 기준에 따라 공정거래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파타고니아’, ‘리포메이션’, ‘에버레인’ 등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수많은 브랜드들이 등장했고 기업과 브랜드의 이미지 제고 등 매출을 신장하는데 많은 효과를 얻고 있다. 또 캘리포니아의 오렌지 카운티 소재 사회적 기업인인 크로쳇 키즈 인터내셔널은 지난 10여 년 동안 우간다의 굴루와 페루의 리마에 있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의류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이들의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으며 미국 소비자들이 의류 구입을 통해서 이들의 빈곤구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이 기업의 COO 트래비스 하타노브는 “의류 제품에 이를 직접 만든 여성의 이름을 표시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인간적인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자신이 입는 옷이 어디에서 만들어졌고 또한, 자신의 소비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친환경적인 소재를 사용하고 오랫동안 사용 가능한 고품질의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부분을 강조하면 좋은 품질의 옷을 적게 구입하는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반적으로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디자인보다는 언제 입어도 질리지 않는 심플하고 기본적인 디자인이 지속가능한 패션의 마케팅에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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