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입주해 있는 삼성물산의 본사 사옥.

증권업계에서 상장 패션·OEM·ODM기업들의 올해 목표주가를 대부분 하향조정했다. 실적은 양호하지만 소비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해외 오더 업황의 회복도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반등의 기회는 항상 열려있다고 증권업계는 진단했다. 최근의 실적을 감안해 볼 때 대부분 위기를 극복할 충분한 대책을 마련해 놓은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를 전개 중인 OEM기업 영원무역(회장 성기학)의 목표주가는 최근 3만8000원으로 하향조정됐다. 영원무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은 미국이다. 그러나 최근 경기 호조와 소비가 살아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현지 오더 업황의 회복은 부진하기 때문에 달러 기준으로 OEM 매출 성장률은 둔화되고 있는 추세다. KB증권은 영원무역의 목표주가를 3만8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다만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그러나 하나금융투자는 KB증권보다 6000원 많은 4만4000으로 제시하고 역시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현재 밸류에이션이 저평가돼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영원무역의 지난해 4·4분기 연결매출액은 4256억원으로 전년 대비 3.9% 하락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08억원으로 8.3% 증가했다. 또 OEM부문의 달러 매출액은 전년 대비 3% 늘었으며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1.1%p 개선된 9.7%로 추정된다.

이화영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영원무역의 지난 4·4분기의 전체 매출액은 환율이 부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원화의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생산법인의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의 개선세는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영원무역은 밸류에이션이 저평가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갭 메우기를 통해서 주가의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했다.

주가의 반등은 역시 실적이다. 증권업계에선 영원무역의 올해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3% 정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다만 추세적인 주가의 상승을 위해서는 OEM시장에서 신규 바이어를 추가로 영입하거나 종속회사인 스캇의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는 것이 전제돼야 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영원무역의 경우 최근 눈에 띄는 신규 바이어의 발굴은 없는 상황이지만 지난 연말의 상황을 비춰볼 때 기존 바이어들의 F/W 시즌을 위한 물량 소진은 원활했던 만큼 올해도 주문의 증가는 완만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 브랜드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2.2%, 160.7%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실적↑ 기대감 주가 상승 목표가는 하락

지난해 4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F&F(대표 김창수)는 벌써 올해 1분기에도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F&F는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지난달 26일 4만33501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전일 대비 주가는 +4.21% 상승했다. 이날을 기준으로 5일째 상승세를 이어간 것. 또 27일 오전 9시19분에는 전날보다 900원(2.26%) 오른 4만750원에 거래가 시작됐다. 증권업계에선 F&F의 이번 1분기 영업이익은 187억원, 매출액은 13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3%,1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1~2월까지 불어온 한파 때문에 자사 브랜드 ‘디스커버리’의 패딩제품의 판매가 이어졌고 특히, 봄 신상품(블루종 등)의 판매가 양호하게 진행되는 등 브랜드의 외형적인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업계는 ‘MLB’의 지난해 2월부터 본격화한 면세점 유통채널의 확대효과와 ‘MLB키즈’의 출점효과, 브랜드력 제고 등이 매출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선 F&F의 실적 개선에 대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실제 목표주가를 기존 6만5000원에서 5만3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다만 이번 1분기의 실적 모멘텀(성장 동력)을 감안해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그 이유는 패션 관련 내수 소비의 회복이 최근 느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화영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F&F가 비록 지난해 4분기 때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지만 목표주가가 하향조정된 것은 기고의 부담에 따라 2018년에는 실적이 둔화될 가능성과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을 위해서 물량을 매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며 “특히 패션 관련 내수 소비의 회복이 느려지고 있고 또, F&F가 진행할 신규 사업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했는데, 다만 이번 1분기에는 차별적인 실적 모멘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저점 매수의 기회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올해 소비 회복 시간 필요하다”

F&F의 목표주가가 하향조정된 것은 증권업계가 올해 내수 소비의 회복이 더딜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경기와 소비 이 두 리스크의 영향을 많이 받는 패션업종의 특징은 부득이하게 기업과 브랜드의 매출뿐만 아니라 주가의 등락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최근 경기는 회복되고 있지는 상황이지만 올해 소비가 회복되는 속도는 과거보다 더딜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국내 경제가 3년 만에 3%대 성장률을 회복했지만 소비심리 개선으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낮은 임금 상승률과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의 빚 상환 부담 때문에 소비의 여력은 줄어들 것이란 것.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초 공급측의 물가상승에 대한 기저효과로 당분간 낮은 오름세를 보이겠지만 하반기로 가면서 점차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반기 1.5%, 하반기 1.8%로 보고 있다. 연간으론 올해 1.7%, 내년 2.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2월 중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8.2로 전달 대비 1.7p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112.0에서 12월 110.6으로 떨어진 뒤 3개월 연속 하락세다. 낙폭도 지난달(-0.7p)보다 커졌다.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는 6개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장기평균치(2003년 1월~2017년 12월)를 기준값 100으로 해서 100보다 크면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임을,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의류소비심리지수CSI는 전달 101보다 1p 상승한 102를 기록했다.

한섬, 내실 다지기에 진통 예상

한섬(대표 김형종)의 목표주가는 4만1000원에서 3만4000원으로 하향조정됐다.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어닝쇼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한섬의 지난해 4분기의 연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3.1% 증가한 4012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6.2% 감소한 64억원으로 시장의 기대치(매출 4338억원, 영업이익 314억원)를 큰 폭으로 하회하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별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하는 것에 그쳤다. 증권업계는 한섬이 그동안 전개해 오던 ‘끌로에’, ‘모덴’의 철수에 따른 매출부문의 이탈(약 100억원)과 강점을 가지고 있는 코트부문의 판매가 주춤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연결 매출은 SK네트웍스 패션사업부의 매출(약 1520억원 추산)이 합산되면서 늘어났다. 수익성의 둔화는 본업과 인수 사업부 모두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본업(한섬)에서는 별도 매출 부진에 따른 고정비 부담 가중과 2개 수입 브랜드의 전개 중단에 따른 비용(재고충당금 등) 약 25억원이 반영된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인수사업부(한섬글로벌, 현대G&F)에서는 재고 충당금의 설정 기준 강화에 따른 보수적인 반영(약 100억원)이 악영향을 줬다. 이에 따라 이번 상반기에는 내실 다지기에 진통이 있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내다봤다.

증권업계의 한 애널리스트는 “한섬의 실적 턴어라운드는 하반기에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상반기에는 영업이익의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데, 2013~2015년 론칭한 수입 브랜드의 정리 작업에 따른 비용의 발생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며 “중장기인 수익성의 개선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실적에 부담을 주는 리스크의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