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협조- 패션넷코리아(http://www.fashionnetkorea.com)

최근 글로벌 패션시장은 ‘어글리(Ugly, 못생김)’라는 단어가 새로운 국면을 형성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흐느적거리면서 어색한 실루엣의 패션 아이템들과 끔찍할 정도로 서로 어울리지 않는 칼라들이 매치된 코디를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자 이에 편승해 ‘어글리 콜렉션’을 선보이는 패션 브랜드들이 등장해 많은 패션 마니아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패션 디자인의 세계에서 아름다움이 언제나 궁극적인 목표가 되는 것만은 아니다. 패션 디자인의 세계는 극적인 것과 미묘한 것 사이의 교묘한 줄다리기를 통해서 고객의 눈을 사로잡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자 지향점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패션시장에선 ‘못생김’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패션 스타일링이 등장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바로 ‘어글리 패션(Ugly Fashion)’이다.

외관상 전체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실루엣의 의상을 중심으로 역발상의 패션 아이템들과 부조화를 이룬 칼라가 특징으로 최근에는 관련 콜렉션을 출시하는 브랜드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어글리 디자인을 지향하는 디자이너 가운데 한 사람인 벨기에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어떤 것 보다 더 지루한 것은 없다”며 “나는 오히려 못생긴 것을 선호하며 무엇인가 나를 놀랍게 만들 만한 것을 지향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자신의 최근 남성 콜렉션에서 완벽한 패턴으로 완성한 재킷에 마치 오래된 벽지를 떠올리게 하는 꽃무늬 소재를 적용하는 등 오래된 벽장에서 할머니의 코트를 꺼내 입은 것 같은 착각을 들게 만드는 콜렉션으로 글로벌 패션업계의 많은 관심을 이끌어냈다.

또 최근 글로벌 패션업계에 열풍이 불고 있는 이른바 ‘못생김’ 바람의 선두에는 럭셔리 패션 브랜드 ‘구찌’가 있으며 ‘발렌시아가’와 ‘배트멍’ 역시 뜻을 함께 하고 있다. 특히 발렌시아가, 배트멍 이 두 브랜드는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의 손에 의해서 관련 콜렉션을 완성해냈다. 뎀나는 의도적으로 기존의 비율을 파괴하는 방법으로 옷을 디자인했고 거의 쓰이지 않는 소재를 사용하는 등 일반인의 패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유쾌한 해체주의적인 패션라인을 완성했다.

‘못생김’이 트렌드화 될 수 있을까?

2015년 글로벌 패션업계에 등장한 놈코어(normcore) 트렌드를 떠올려 보자. 놈코어는 노말(Normal) 과 하드코어(Hardcore)의 합성어로 꾸민 듯 안 꾸민 듯 평범하면서도 센스있는 패션을 뜻한다. 당시 놈코어 트렌드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을 만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패션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이미 자리를 잡았다.

앞서 언급한 디자이너들을 선두로 몇몇의 패션 디자이너들은 미적 취향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으며 최근 조명을 받고 있는 못생김에 대한 글로벌 패션업계의 관심은 단순히 디자이너들 혹은 패션 하우스에서만 시작된 것은 아니다. 이러한 변화에 소비자 역시 동참하고 있으며 독보적인 디자인의 신발, 바지 등 패션 아이템을 스스로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몇몇의 패션 전문가들이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놈코어(normcore) 트렌드를 언급하는 것은 못생김 트렌드가 놈코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며 놈코어 트렌드가 한층 더 깊어지면서 지금의 못생김 트렌드로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패션업계의 못생김과 유쾌하지 않은 취향에 대한 깊고 진한 지지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름다움’에 못지않게 못생김 역시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패션업계가 증명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데 패션업계만큼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소비자의 선호도가 급변하는 산업에서 구체적으로 못생김을 정의하기란 매우 어려우며 단어 자체가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이것을 정의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아름다움에 대한 반항의 표현인가?

이런 이유 때문에 글로벌 패션업계에서의 못생김에 대한 정의는 그동안 갈피를 못 잡고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져 있었고 일반적인 정의에서도 아직까지 못생김에 대한 정의는 정리되지 못한 상황이다. 디자인과 대중문화 부분의 권위자인 스티븐 베일리 역시 2013년 자신의 저서에서 ‘못생김은 모든 것의 미학이다’라고 잠깐 언급했을 뿐이다.

종종 못생김은 아름다움의 상대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며, 아름다움은 긴 역사와 함께 오랜 시간 면밀히 연구 되어 온 단어다. 하지만 그동안 못생김은 이러한 대접을 받아오지 못했다. 많은 이들에게 못생김은 품질을 묘사하는데 사용되는 단어일지도 모르겠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선호하지 않는 품질을 묘사하는데 못생김이 사용 된다면 반대로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혹은 소위 좋다고 평가하는 품질의 표시하는데 아름다움이란 단어가 사용된다.

특히 이러한 방식으로 두 가지 단어가 사용되는 것은 문화적인 배경이 존재하며 좋음과 나쁨이라는 개념으로 이 아름다움과 못생김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시대적으로 적용된 특정한 권위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글로벌 패션업계에서도 이러한 권위가 존재해 왔던 것이 사실이며 일부 디자이너들은 콜렉션을 통해서 이러한 권위에 도전하며 못생김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해 왔다.

대표적인 주인공이 이브 생 로랑으로 그는 지난 1971년 패션 매거진 보그 스토리의 ‘나쁜 취향은 과연 나쁜 것인가(Is Bad Taste a Bad Thing)?’편에 파격적인 콜렉션을 선보였다. 브랜드 단독으로만 사용되던 패턴을 하나의 콜렉션에 모두 쏟아 부으면서 기존의 아름다움이라는 권위에 과감히 도전한 것이다.

패션의 미적 감각을 바꿔놓은 ‘후로킹’

프랑스어로 졸리에이드(jolielaide)라는 단어가 있다. 아름답지는 않지만 매력있는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로 다른 문화권과 언어에서 이분법적으로 분리되는 아름다움과 못생김의 경계에 새로운 개념을 불어 넣었다. 이렇듯 패션뿐만 아니라 많은 산업의 영역에서도 아름다움과 못생김의 경계에 대한 많은 이견들이 제시되었고 실제로 자신의 작품 혹은 비즈니스를 통해서 이러한 이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한 사례는 많다.

스위스 출신의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가 바로 그 예다. 그는 일관된 미적 관점으로부터 지어진 현대사회의 건물과 공장들을 두고 ‘도시를 망치는 주역’이라고 평가하며 차라리 도쿄, 스톡홀롬에 있는 맥도날드가 이 도시를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동시에 그는 단순히 아름답고 멋져 보이기 위한 건축물을 배제하고 지극히 인간의 편의와 삶을 위해서 기능적으로 지어진 합리적인 건축물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기존 건축업계에서 바라봤을 때 르 코르뷔지에의 행보는 기존의 미적인 관점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었다. 패션업계에서 르 코르뷔지에를 찾아본다면 ‘후로킹’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후로킹이란 접착제로 섬유나 무늬를 붙여서 만든 원단으로 고가의 자카드 자수의 대체물로 잘 알려져 있다. 자카드 자수처럼 복잡한 무늬를 구현하고 입체감 표현도 가능하다.

빈번한 세탁으로 접착력이 약해지면서 무늬가 일부 빠진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자카드 자수 특유의 다양한 무늬를 구현해 낼 수 있어 다양한 용도로 사용돼 왔으며 최근에는 섬유 혹은 무늬를 이어 연결 하는 것뿐만 아니라 스니커즈에 다른 섬유 혹은 무늬를 이어 붙이는 형식으로 응용되고 있다

어글리의 대명사 ‘크록스’의 성공 기록

글로벌 패션업계에서 못생김은 어쩌면 한 순간에 스쳐 지나가는 트렌드일지도 모르겠지만 못생김을 대체할 트렌드가 등장할 것은 분명한 사실이므로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가하는 이들은 못생김과 아름다움은 패션에서 사실상 분리 할 수 없는 개념으로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조금 더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풀어보자면 ‘크록스’는 지금까지의 패션 브랜드 가운데 가장 양극화된 브랜드라고 평가할 수 있다.

못생김을 정의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적인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크록스의 시그니처 디자인인 나막신 형태의 디자인은 사실상 패션이라는 단어와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크록스는 최근 트위터를 중심으로 글로벌 패션업계에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패션 하우스들의 콜렉션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패션 매거진 보그의 메인 페이지에 크록스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패션 전문가들은 이러한 크록스의 열풍에 의아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이미 크록스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았다. 2013년 외부에서 무려 2억 달러(한화 약 2200억원) 투자를 유치한 크록스는 실적이 저조한 오프라인 스토어를 정리하고 비인기 스타일을 과감히 배제한 아주 클랙식한 형태의 나막신 디자인에 집중했다.

당시 대표적인 나막신 디자인은 약 35달러(한화 약 4만원)에 판매되고 있었고 이는 전체 매출의 약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분석가들은 크록스가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했다는 점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 기존 고객층은 대부분 학생들이었다. 실제로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시즌에는 크록스의 오프라인 매장의 방문객 수는 약 12% 증가했고 이와 동시에 판매 역시 증가했다.

공식적인 기록에 따르면 지난해, 크록스는 3억 켤레 이상의 신발을 판매했으며 기존의 클랙식한 디자인에 클리터, 미니마우스, 스파이더맨, 베트맨같은 다양한 캐릭터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미끄럼 방지 기능과 세탁이 쉽다는 장점을 내세워 크록스는 기존 고객층인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적극적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크록스는 의류업계 종사자와 요식업계 종사자들을 니치마켓으로 보고 아주 적극적으로 공략해 나가고 있다.

크록스가 최근 공개 한 ‘비스트로(Bistro)라인’을 보면 달걀, 베이컨, 고추 등의 디자인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다. 크록스의 최고경영자 앤드류 리스는 “새로운 컬러와 프린트 디자인에 대한 고객의 반응은 매우 좋은 편인데 우리는 크록스만의 장점인 편암함과 스타일 사이에서 그 균형점을 잘 찾았다고 자평하고 있다”며 “고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바로 그 증거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크록스가 걸어온 길은 분명히 쉬운 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현재 패션업계가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그리고 못생김이라는 트렌드의 지속 여부와 관계없이 크록스의 행보는 결코 쉽지 만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크록스의 성공에는 못생김도 패션으로 인정하는 오늘날의 패션 트렌드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샌들 브랜드 ‘테바스’, ‘어그’, ‘버켄스탁’은 모두 최근의 패션 트렌드의 기세를 입고 새로운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우리는 이 브랜드들이 모두 슈즈 브랜드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스타일을 위해서는 하이힐이라는 불편함을 감수했던 고객들이 화려한 디자인과 스타일을 포기하고 편안함이라는 화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즉, 못생김이라는 패션 트렌드는 조금 더 편안함을 추구하려는 고객들의 선호도가 적극적으로 반영 된 것이다.

‘편안함’이 못생김 트렌드를 키워간다

못생김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편안함에 대한 높은 선호도는 유명인도 예외는 아니다. 드류 베리모어를 비롯한 많은 연예인들이 카메라 앞에서 크록스를 착용한 모습이 자주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 증거다. 또 최근 개최된 런던패션위크 콜렉션에선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케인이 자신의 콜렉션에서 모조 다이아몬드로 장식 된 크록스 신발을 선보이는 등 못생김 트렌드를 최고의 스타일로 장식하는 디자인 역량을 한껏 과시한 것.

못생김이 하나의 트렌드로 글로벌 패션업계에서 자리를 잡았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크록스같은 브랜드들이 실제로 멋짐의 대상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시장에서 모아지고 있는 다수의 데이터와 패션 브랜드들의 판매 기록들은 크록스를 비롯한 어글리 패션 아이템들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