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패션시장은 큰 성장을 일구고 있지만 패션기업은 관련 사업에 큰 성과를 못 내고 있다. 매출의 40~60%를 차지하지만 주먹구구식 운영이 대부분이라는 지적. 한 대형 유통업체가 온라인 사업을 위해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다는 소식을 계기로 일각에선 현재 운영 중인 자사 온라인 몰에 대한 새 판 짜기가 필요하다는 조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세계 그룹(대표이사 부회장 정용진)과 이마트(대표이사 사장 이갑수)가 1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통해서 온라인 사업을 강화한다. 관련 업계에선 이번 투자 유치의 성공 여부에 따라 향후 국내 패션 온라인시장의 규모와 소비자의 관심 정도가 이전보다 몇 배 더 성장하고 특히 유통업체와 패션기업의 온라인 사업 부문의 강화도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와 이마트는 최근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Affinity Equity Partners), 비알브이 캐피털 매니지먼트(BRV capital Management)와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사실을 공시했다. 향후 신세계와 이마트는 온라인 사업 부문을 물적으로 분할한 후 합병을 통해 온라인 사업을 위한 별도의 법인을 설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티 에쿼티와 비알브이 캐피털의 투자는 두 법인의 신주를 신세계와 이마트가 인수하거나 기타 방식도 고려 중이다. 이에 따라 신세계와 이마트의 온라인 사업의 규모는 현재 거래액인 2조원대에서 오는 2023년에는 10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선 이번 대규모 자금 조달의 의미를 놓고 신세계와 이마트가 기존 판매에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로 전환하는 것에 있는 것으로 평가했으며 온라인 사업 부분에서 차원이 다른 성장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업의 구조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재 신세계의 통합 온라인채널인 ssg.com이emart.com의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기초로 자리를 잡았다는 점에서 향후 신설법인에 대한 지분을 이마트가 신세계보다 더 크게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신세계의 입장에선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온라인 사업에 대한 부담을 덜고 최근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시작한 면세점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세계는 이번 투자 유치를 매우 고무적인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 패션시장의 최근의 흐름과 모습

패션시장에서도 최근 온라인채널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신세계와 이마트의 이번 사업 결과의 향방에 따라 향후 온라인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 그 여부에 관련 업계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의류 등 온라인 패션부문의 거래액은 2011~2016년 동안 연평균(CAGR) 16.0%의 높은 성장률을 지속 중이다. 2017년 1~9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20.0% 성장하는 등 고속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반면, 온라인을 제외한 다른 유통채널들의 매출 성적은 전반적으로 부진하다. 전통적인 의류 판매채널이었던 백화점의 의류 판매는 정체되고 있으며 전문 소매점도 예전만 못하다. 백화점보다 가격이 저렴한 대형마트(아웃렛 포함)의 의복 판매액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온라인채널의 성장세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패션시장에선 온라인 부문의 신규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거 패션시장은 브랜드 의류와 비(非) 브랜드 의류로 구분돼 있었다. 브랜드 의류는 중고가의 제품이기 때문에 백화점과 전문 소매점에서 유통되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非) 브랜드의 경우 동대문 등 시장을 중심으로 유통된다. 이 두 분야는 완전히 범주가 다른 시장으로 인식돼 왔고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브랜드와 비(非) 브랜드 두 개의 축으로 각각 성장했다. 이후 브랜드 의류의 영역으로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 신규 경쟁자가 진입하면서 브랜드 의류와 비(非) 브랜드 의류의 경계가 약화됐다.

신규 경쟁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브랜드를 표방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저렴하지만 최신 유행 제품을 쏟아내며 국내외 패션시장을 강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의 사례를 들어보면 국내보다 빠르게 패션시장에 신규 경쟁자가 유입됐으며 1980년대 중반부터 백화점을 중심으로 자체 패션브랜드가 등장했고 1990년대 이후에는 볼륨화에 성공한 브랜드들이 나타났다. 이후 월마트 등 대형마트 계열도 자체 패션 브랜드를 전개하기 시작했으며 몇 년 전부터는 아마존이 자사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의류 판매를 통해 패션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패션기업 외 새로운 경쟁자 속속 등장

국내 패션시장에도 신규 경쟁자가 등장하고 있다. 먼저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과거에는 ‘시장표’라고 인식되었던 비(非) 브랜드 의류들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패션업종에 관여하지 않았던 업체들의 패션시장 진입이 시작된 것. 그 이후 중소형 규모의 온라인 의류 전문 쇼핑몰들과 대형마트의 자체 브랜드가 저렴한 가격, 좋은 품질, 최신 감성의 트렌드를 내세워 빠르게 성장하면서 패션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규모가 제한돼 있는 관련 시장 내 경쟁자의 종류와 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경쟁이 심화되었고 기존 브랜드들의 실적 저하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에선 향후 패션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계속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혜원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최근 들어 자체 패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계열의 유통업체들이 이미 구축돼 있는 자사 온라인몰이나 캡티브 온라인 유통망을 활용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다”며 “특히 미국의 아마존이 자체 패션 브랜드를 론칭했고 또 월마트는 아마존의 독주에 대응하기 위해서 제트닷컴(jet.com)을 인수하는 등 온라인 패션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국내도 이런 경우와 비슷한 사례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년 전부터 국내 유통업체들은 자체 패션 브랜드 론칭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면 이마트의 ‘데이즈’, 롯데마트의 ‘테(TE)’, ‘베이직아이콘’, 홈플러스의 ‘F2F’ 등이 있다. 백화점 계열도 다수의 자체 브랜드를 론칭하고 있다. 백화점 계열의 경우 제조사와 협업한 자체 제조 브랜드도 있지만 다양한 브랜드를 직수입 혹은 직매입해서 운영하는 편집숍 브랜드가 대부분이다. 백화점 계열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편집숍 브랜드들은 여성, 남성, 속옷, 캐주얼, 잡화, 라이프스타일까지 그 범주가 매우 방대하다.

가장 크게 성공한 사례는 이마트의 데이즈다. 2009년 론칭한 이 브랜드는 이마트라는 캡티브 유통망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2016년에는 매출 4680억원을 달성하는 등 단일 의류 브랜드 부문에서 매출액 상위권을 차지했다. 론칭 초기에는 브랜드의 라벨링이 필수적이지 않은 기본 디자인의 속옷류, 캐주얼의류로 시작했지만 그 이후에는 아동복, 스포츠 등으로 복종을 확장했고 최근에는 남녀 정장까지 판매하는 토털 브랜드로 성장했다. 또 롯데마트의 테(TE)와 홈플러스의 F2F 역시 2016년 각각 3000억원 내외의 매출 실적을 달성했다.

부담 느낀 패션기업의 온라인시장 진출

대형 유통업체가 전개하는 자체 패션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기존 업체들에게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기존 패션기업들은 대형 유통업체의 자체 브랜드에 대응하고 최근의 온라인 패션시장의 성장세를 활용해 시장에서 자신들의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온라인시장 진출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특히 자본력이 강한 상위 기업들을 중심으로 자사 온라인 몰 오픈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다. 가장 먼전 온라인 사업을 시작한 기업은 LF(대표 오규식)다. LF는 지난 2000년 패션엘지닷컴으로 온라인 사업을 시작한 이후 수차례 리뉴얼을 거쳐 2014년 LFmall을 오픈했다.

그 뒤를 이어 한섬(대표 김형종)이 한섬닷컴을, 삼성물산 패션부문(대표 이서현)이 SSF숍을 오픈했으며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COO 윤형민)이 코오롱몰을,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차정호)이 S.I빌리지를 오픈했다. 이 가운데 S.I빌리지의 경우 캡티브 온라인 유통망인 SSG.com에도 전용관을 두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기존 의류업체의 온라인 진출이 아직까지는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아직까지는 빠르다고 보고 있다. 대부분의 패션업체들은 아직까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특히, 온라인 쇼핑몰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하기 때문에 모객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의 한 전문가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형태를 살펴보면 아직까지는 브랜드가 한정돼 있는 기존 패션기업의 온라인 쇼핑몰보다 브랜드의 종류가 다양하고 상품의 종류도 많은 유통업체의 온라인 쇼핑몰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유통업체의 온라인 쇼핑몰이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할인쿠폰 제공, 사은행사, 신용카드 제휴 등의 마케팅 관련 이벤트가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그러나 기존 패션기업들은 고가의 명품 브랜드를 선보이거나 자사 몰에서만 접할 수 있는 브랜드를 개발해 선보이는 전략을 많이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배타적인 접근성을 가진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능력은 부족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온라인 의류 전문 쇼핑몰들은 비록 소규모로 운영되고는 있지만 모델이 의류제품을 착용한 모습을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시선을 확실하게 끌어들이고 있는 반면 기존 패션기업의 인터넷 쇼핑몰에선 의류제품만 보여주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온라인상의 운영능력은 전문 의류 온라인 쇼핑몰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미 확보하고 있는 다수의 회원들에게 다양한 온라인 쇼핑몰에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일원화된 결제시스템을 보유한 종합 포털사이트와 비교해 보았을 때도 편리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마존 따라갈 쇼핑몰 운영 기업은 없나

이에 따라 향후 자사 온라인 몰만의 차별화된 아이템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패션기업의 온라인 사업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진단했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패션시장의 성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과 국내 온라인 패션시장에서 그 주도권을 잡는 세력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예가 자꾸 거론되는 이유는 국내 패션시장의 모습이 미국 패션시장이 변하고 발전하는 모습과 매우 흡사하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라인시장이 큰 성장세를 타기 시작하고부터는 그 모양새는 다르게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국 온라인 패션시장은 아마존이라는 독보적인 온라인 전문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반면, 국내 온라인 패션시장은 대기업 계열 유통업체의 패션시장 진입을 기반으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기 때문이다. 미국 온라인 시장에서 아마존의 존재는 독보적이다.

아마존이 패션부문에 본격적으로 진출한지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미국의 의류 판매액 점유율 1위인 월마트를 거의 따라잡았고 이제는 자체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그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아마존 패션사업에 대해서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수년 내로 미국 패션시장 내에서 최대의 점유율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월마트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빠르게 온라인으로 태세 전환을 하고 있지만 아마존의 성장세를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마존 수준의 규모와 자금력을 갖춘 온라인 유통업체가 아직까지는 없다.

아직까지 국내 온라인 쇼핑몰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패션 브랜드를 론칭해 패션시장에 진출하기 보다는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 형태의 역할에만 집중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이들이 자체적으로 패션 브랜드를 론칭해 운영할 만한 여력은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온라인시장에서 가장 큰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회사는 2015년까지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이었고 2016년에는 쿠팡이었다. 이밖에 위메프, 티켓몬스터, 이베이코리아(지마켓·옥션 운영), 인터파크 등의 합산 매출은 2016년 기준 5조원에 불과하다. 66조원인 국내 온라인시장의 거래 규모에 비하면 이들의 관련 시장의 지배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또한, 각 업체들의 패션시장에 대한 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온라인 패션시장에 미치는 파급력도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

종합 포털 통한 온라인 패션시장 성장

그러나 대형마트 또는 백화점 계열의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온라인 유통망 진출은 온라인 패션시장의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살펴본 미국의 월마트가 패션부분을 온라인 중심으로 확대하려는 행태와 유사하다. 수년 동안 대형마트가 직접 보유하고 있는 자체 패션 브랜드들이 큰 성장을 일구고 있기 때문에 이런 예상은 가능하다.

이들은 이미 높아진 인지도를 바탕으로 자체 패션 브랜드를 온라인상에서 판매할 수 있다.또한, 자본력이 탄탄한 대형마트 또는 백화점들은 이미 자사 온라인 몰 또는 캡티브 온라인 유통망이 구축돼 있기 때문에 이 유통망들을 활용할 경우 자체 브랜드를 전개할 수 있는 여력은 충분하다. 무엇보다도 아직까지 국내에는 이들의 온라인 패션사업 확장에 강하게 대응할 만한 영향력을 가진 온라인 전문 쇼핑몰이 없기 때이다.

미국시장에서 대형마트의 온라인 패션시장 진출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관련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또, 종합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접근이 쉬운 다수의 소규모 온라인 의류 전문 쇼핑몰들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 종합 포털사이트는 이미 다수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자체적으로 결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종합 포털사이트를 경유하면 일반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한 소비자는 종합 포털사이트의 시스템을 연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혜원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종합 포털 사이트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신규 온라인 몰에 대한 별도의 가입과 결제의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 횟수가 많아질 수 있는 장점이 강해 소규모의 의류 전문 인터넷 쇼핑몰의 인기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다양한 제품과 다채로운 이미지를 제공할 수 있는 소규모 업체들은 자신들의 장점은 살리고 사용상의 불편함은 제거할 수 있는 종합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온라인 패션시장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