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복지를 생각한 ‘책임다운기준(RDS/Responsible Down Standard)’의 인증을 받은 컬럼비아의 ‘마운틴 후드Ⅱ 다운재킷’의 남성용(좌), 여성용(우) 제품.

패션 업계가 착한 패션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겨울용 구스다운을 제작할 때 비윤리적으로 거위털을 채취하지 않는 방법으로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 이는 기업의 윤리성을 따져보기 시작한 소비자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들도 윤리적인 기업에 대해선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단계까지 국내에 소개된 착한 패션의 사례를 살펴보면 소비자들이 의류를 다시 구입하기 위해서 버려지기 직전의 필요 없는 의류를 수거해 리디자인하는 방법인 ‘리사이클링’과 버려지는 물건을 재활용해서 새로운 가치를 가진 제품으로 개발하는 ‘업사이클링’ 정도다. 업사이클링은 리사이클링에 비해서 생소하게 생각된다.

필요 없는 물품을 재생하거나 재사용하는 리사이클링에서 한발 더 나아간 개념인데, 물품에 디자인 등의 가치를 더해서 원래의 모습과는 다른 새 제품으로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어의 의미는 ‘개선하다, 높이다’는 뜻의 ‘업그레이드(Upgrade)’와 재활용한다는 뜻을 가진 ‘리사이클(Recycle)’을 합친 것이다. 즉, 재활용품의 가치를 높였다는 의미가 강하다.

일부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리사이클링을 콘셉트로 브랜드를 전개하는 곳이 있지만 그 수는 많지 않다. 그리고 특히 업사이클링의 경우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전개하기는 조금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에 국내에선 대기업 계열인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대표 박동문)이 전개하는 ‘래코드’가 대표적인 업사이클 브랜드로서 활약을 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론칭한 래코드는 브랜드에서 생산하는 신상품들이 시즌을 넘겨 이월상품이 되면 상설할인매장에서 판매되지만 3년차가 되면 브랜드 관리를 위해서 소각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렇게 버려지는 제품에 소모되는 비용은 연간 40억원 정다. 래코드는 이러한 낭비를 해결해 보자는 고민 끝에서 탄생했다.

브랜드의 착한 모습 소비자에게 어필

특히 버려지는 옷을 해체와 재조립 과정을 거쳐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킴으로써 자연을 위한 순환을 만들고 낭비가 아닌 가치 있는 소비를 지향하는 것이 바로 ‘래코드’의 론칭 배경이다. 또 제품의 해체 작업을 지적장애인 단체인 ‘굿윌스토어’와 함께하며 장애인이나 미혼모 등 소외계층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제품의 제작은 뛰어난 기술과 장인정신을 가진 국내 전문 봉제사에게 맡겨 공장을 통한 대량 생산이 아니라 공방에서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는 소외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국내 재봉기술의 재조명을 통해서 기존 패션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새로운 패션문화를 만들기 위한 취지다.

이렇게 국내 패션시장에 등장한 새로운 브랜드 문화 트렌드가 바로 착한 패션이다. 이 의미는 기업과 해당 브랜드의 윤리적인 측면을 저울질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의 윤리적인 측면은 소비자들에게 어필될 경우에는 오히려 기업과 브랜드의 이미지가 크게 향상될 뿐만 아니라 제품의 홍보와 판매, 이와 더불어 매출 신장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 효과가 있다.

패션이 윤리적인 측면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친환경성을 강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즉, 제품의 소재를 인체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적용하거나 오히려 기능성을 강조해 좋은 영향을 주는 제품을 계속 출시하는 것이다. 이밖에 최근 들어서 국내외 패션 업계에 이슈화되고 있는 문제는 동물의 가죽이나 퍼를 사용하는 문제다.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시작된 동물복지

이에 따라 최근에는 아웃도어 업계에 동물복지를 생각하는 착한 패션 바람이 불고 있다. 다운재킷과 패딩의 충전재로 쓰이는 거위와 오리털 채취과정에서 인위적으로 털을 채취하지 않고 윤리적인 방법으로 생산한 제품 출시가 늘고 있다. 해외 유명 럭셔리 브랜드에서도 동물 모피 대신 인조 퍼를 사용하기로 하면서 착한 패션과 관련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 아웃도어 업계의 이런 움직임이 어느 정도까지 확산될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글로벌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 컬럼비아(대표 심한보)는 깔끔한 디자인이 특징인 마운틴 후드 Ⅱ 다운 재킷을 이번 F/W 시즌에 출시했다. 2년 전 출시해 인기를 끌었던 마운틴 후드 다운재킷의 두 번째 시리즈로 컬럼비아가 탄생한 미국 포틀랜드의 명 ‘마운틴 후드(Mt. Hood)를 모티브로 한 다운재킷이다.

컬럼비아의 혁신적인 보온 기술력 옴니히트 써멀 리플렉티브를 소재 안감에 적용해 뛰어난 보온성을 갖췄다. 또한 옴니히트 안감, 보온 충전재인 옴니히트 인슐레이션과 프리미엄 구스 다운의 3중 결합 구조인 터보다운 기술을 적용해 가벼우면서도 극강의 보온력을 자랑한다.

이 제품은 추적이 가능한 생산과정을 통해서 동물을 강제로 사육해 털을 채취하거나 살아있는 동물에게서 털을 강제로 채취하지 않았다는 . 정확한 의미는 다운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동물에게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인증을 받은 착한 다운재킷이라는 것.

착한 RDS 인증을 받은 아웃도어 제품은?

거위의 솜털과 거위 깃털을 80대20으로 충전했기 때문에 따뜻하면서도 가볍게 입을 수 있으며 후드에 달린 퍼가 풍성함을 연출해 준다. 남성제품과 여성제품을 함께 출시했기 때문에 커플룩으로 연출이 가능하다. 롱패딩을 유행시킨 ‘평창 롱패딩’ 또한 RDS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유명하다.

노스페이스(대표 성기학)가 출시한 ‘익스플로링 코트’ 또한 RDS 인증을 받았다. 보온성과 통기성이 뛰어난 제품으로 4가지 색상으로 출시됐으며 남녀노소 모두 멋진 스타일링을 연출할 수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국가 대표 선수단인 팀코리아의 트레이닝복(벤치코트)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국가대표 롱다운’이라고도 불린다.

따뜻한데다 1.3㎏의 가벼운 무게감과 통기성을 갖춰 아웃도어와 스포츠 활동 시에 쾌적한 착용감을 제공한다. 밑단 쪽으로 갈수록 점진적으로 넓어지는 퀼팅 라인을 적용해 디자인적인 변화를 줬으며 소매 안쪽에 이너 커프스를 적용해 외부 한기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이밖에 익스플로링 코트 평창동계올림픽 리미티드 에디션 상품도 함께 출시됐다.

디스커버리(대표 김창수)는 ‘패트롤 다운’ 제품에 RDS 인증을 받은 프리미엄 구스 다운을 사용했다. 내구성이 뛰어난 나일론 원단을 사용해 추운 날씨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컬럼비아 관계자는 “동물복지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앞으로 패션 업계에 착한 패션 움직임이 확산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컬럼비아 또한 RDS 인증을 받은 다운재킷을 꾸준히 출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착한 소비 VS 착한 패션의 악수

한편 착한 소비에 눈을 뜬 소비자들도 착한 패션을 콘셉트로 브랜드를 전개하는 기업들에게 후한 점수를 줄 것으로 보인다. 윤리적인 기업이 출시하는 제품을 구입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소비자들이 의외로 많은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착한 소비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결과 최근 소비자들은 소비활동을 하면서 이왕이면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려는 소비 태도가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요즘 소비자들은 소비를 할 때 기업의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이전보다 더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로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2015년 이와 비슷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이 당시에는 응답자의 77.4%가 ‘그렇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최근의 조사에선 6.6%늘어난 83%가 같은 의사를 내비췄다.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려는 소비 태도도 더욱 뚜렷해졌다. 응답자 가운데 83%가 ‘요즘 소비자들은 소비를 할 때 기업의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데 동의했으며 윤리적인 경영을 실천하려는 기업의 제품이라면 조금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는 소비자는 68.9%에 달했다.

지난 2015년 조사 때보다 소비를 할 때 기업의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경향(2015년 77.4%→ 최근 조사에선 83%)과 조금 비싸더라도 윤리적인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려는 의향(2015년 63.3%→ 최근 조사에선 68.9%)이 모두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기업의 이미지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여진다.

소비에 의미를 부여하는 소비자 많아져

또한 소비자의 절반 이상이 요즘 소비자들은 가격보다 가치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고(56.4%), 최근의 소비 트렌드의 핵심은 진정성(53.3%)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소비과정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해 보인다. 소비의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원하고 윤리적이고 도적적인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 태도를 흔히 착한 소비라고도 부른다.

이에 따라 많은 소비자들이 착한 소비의 필요성에 크게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85.9%가 현대사회에서는 착한 소비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기 때문이다. 중장년층(20대 80.4%, 30대 82.6%, 40대 90.8%, 50대 89.6%)의 공감대가 더욱 높았다.

앞으로 착한 소비를 실천에 옮기는 소비자가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10명 가운데 8명(80.2%)에 달했다. 다만 착한 소비활동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가 될 것이라는 의견은 42.3%에 그쳤다. 아직까지는 의무라기보다는 소비자 개인의 선택이라는 시각이 큰 것으로 보여진다. 대체로 젊은 층에서 착한 소비활동이 의무적인 성격을 띨 것이라는데 동의하지 못하는(20대 28.2%, 30대 38.8%, 40대 49.2%, 50대 52.8%) 모습이 강했다.

착한 소비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요즘 소비자들의 소비 태도를 살펴본 결과 전체 10명 가운데 9명(90.8%)은 자신의 소비가 남을 돕는데 쓰이는 것은 뿌듯한 일이라고 바라봤으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데 84.8%가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움을 준다면 비싸도 사겠다

단순히 소비를 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소비의 과정에서 타인을 도울 수 있다면 훨씬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제품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는 소비자가 증가한 모습(2015년 62%→ 최근의 조사에선 68.1%)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요즘 소비자들은 소비 때 ‘사회에 도움이 되는가’ 같은 공익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의견은 10명 가운데 4명(38.2%)에 불과했다. 일부러 공익적인 차원의 소비를 하려고 하기보다는 소비과정에서 타인을 도울 수 있는 소비방식을 선호한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기부활동이나 사회공헌활동도 같은 범주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