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인터내셔날(왼쪽)과 LF(오른쪽) 본사 사옥.

패션 관련 주가가 올해 들어 완만한 상승세를 타는 초입 단계로 진입했다. 상장 패션 기업들의 4분기 매출 실적이 기대치에 부합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수 브랜드 업체들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양호할 전망이다. 전년의 기저효과와 이른 한파, 히트 아이템(롱패딩)이 탄생한 것이 고단가의 겨울 의류 수요를 이끌어낸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증권 업계에선 지난해 4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주식 시장에 상장된 패션 기업들의 매출 결과와 주가 등 총체적인 성적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기업들의 성적은 국내 패션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연결될 뿐만 아니라 또한 주가가 오르고 투자가 활성화 될 경우에는 패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기업은 LF(대표 오규식),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차정호), 코웰패션(대표 임정민), 한섬(대표 김형종), 에프앤에프(대표 김창수) 이 다섯 곳이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LF의 지난해 4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484억원을 기록하는 등 시장의 기대치인 443억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본업인 패션 부문의 외형적인 성장에 따른 체질 개선 효과가 커졌고 자회사의 손실 폭이 축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M&A 효과가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기존 사업부들의 고른 실적 개선세가 신규 사업인 폴 푸아레에 투자한 비용의 부담을 상쇄하며 수익성 개선을 보일 전망이다. 이 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사업부와 코스메틱 사업부가 새로운 캐시카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밸류에이션도 역사적인 하단에 위치해 있다, 코웰패션은 내수 기업 가운데 가장 독보적인 실적 모멘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추운 날씨로 기존 사업인 겨울 내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새 아이템인 롱패딩의 매출이 큰 폭으로 더해진 영향 때문이다. 또 채널 믹스와 영업레버리지 효과로 패션사업부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률은 23.9%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올해 이 기업들의 실적은 상반기가 끝나는 시점까지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실적 개선의 영향이 언제까지 계속 이어질지 그 여부를 판단하기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4분기 실적 개선이 한파와 롱패딩 열풍에 따른 단발성 기회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상반기까지 실적 개선세 이어질 듯

패션 기업의 실적 개선과 최근의 소비심리 회복이 이어지는 기미가 보임에 따라 증권 업계는 올해 상반기에도 국내 의류 소비는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전년도의 기저효과가 존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류비지출전망CSI가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연속 103을 기록하며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낙수 효과와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가계 소득의 증가가 실제 소비로 이어지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가계의 의류비 지출 비중이 전년 수준에서 유지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각 기업들은 성장 정체의 장기화에 따른 대응책으로 비용의 슬림화, 채널의 믹스 변화와 사업의 다각화를 통해서 이미 체질 개선을 해놓은 상황이다. 외형 회복 시 레버리지 효과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것이 증권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주가의 평균 밸류에이션은 10.5배로 2012년 이후 신 저점을 형성하고 있고 실적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증권 업계는 지금이 패션 관련 주식을 매수하는 가장 적당한 시기로 보고 있다. 

기업 가운데에선 LF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실적 개선세가 눈에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484억원을 달성한 LF는 시장의 기대치를 상회할 전망이다. LF의 지난해 4분기 연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2%, 42.5% 증가한 4887억원, 484억원을 기록했으며 시장의 기대치인 443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별도 매출은 한파와 롱패딩의 판매 호조 덕분에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할인율 축소와 온라인 채널 비중의 확대에 따른 비용의 슬림화 효과로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20bp 상승한 11%로 추정되며 종속회사인 상해 법인과 트라이씨클의 구조조정을 통한 손실 폭 축소(전년 대비 +45억원), 현재 전개 중인 ‘막스코 막스마라’의 인지도 제고에 따른 호실적(전년 대비 +10억원), 지난해 새롭게 인수한 식자재 업체들(모노링크, 구르메F&B)의 실적 편입 영향(약 +30억원)이 연결 증익 폭을 더 키워 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도 여성복 브랜드의 선전 기대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체질 개선을 기반으로 하는 실적 개선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3%, 영업이익은 16%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4분기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7%, 16% 증가한 3293억원, 179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신규 사업인 폴 푸아레에 투자한 비용의 부담(20억원)을 기존 사업부들이 실적 개선을 통해서 상쇄하며 증익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요인은 고마진 사업부인 코스메틱(럭셔리+비디비치) 부문의 고성장(전년 대비 +150%)에 따른 이익 기여도 확대다. 해외 패션 부문은 부실 브랜드 축소와 동시에 효율성이 좋은 신규 브랜드의 도입을 통해서 수익의 구조를 개선해 나가고 있고 코스메틱 사업부는 지난해 이익 기여도가 15%로 급상승하는 등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 ‘보브’, ‘지컷’, ‘디자인유나이티드’, ‘톰보이’ 등 자체적으로 전개하는 패션 브랜드의 상품성 강화를 통해 인지도를 제고한 것도 실적 개선이 이어질 수 있는 한 가지 이유다. 특히 여성복 브랜드 보브는 이번 F/W 시즌 초반 쌀쌀한 날씨가 찾아오면서 패션 업계가 모처럼 활기를 띨 때 시즌 트렌드인 ‘엑스트라 롱’ 스타일의 코트를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날씨 때문에 겨울 제품의 출시를 한 달 정도 앞당긴 보브는 지난해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모두 13종류의 코트를 출시했다.

이 가운데 다섯 가지 롱코트가 겨울이 시작되기 전부터 완판했기 때문에 재생산에 돌입한 것. 이 제품들은 모두 무릎을 덮는 긴 기장으로 세련된 디자인과 함께 보온성까지 갖췄다. 가장 인기가 많은 벨티드 체크 코트는 최초 1000장이 생산됐으며 판매가 좋아지자 그 이후 500장 이상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 어깨와 허리 라인이 강조된 입체적인 디자인의 베이직 체크 코트는 출시 한 달 만에 판매율 80%를 넘기며 400장 추가 생산에 들어갔으며 10월 12일 출시된 히트 벨티드 캐시미어 코트도 재고 확보를 위해서 400장을 다시 생산에 들어갔다. 이밖에 털 모자가 달린 집업 코트도 출시 2주 만에 500장 재생산에 들어가며 퍼(Fur)제품의 시즌이 시작됨을 알렸다.

계속되는 신규 브랜드의 론칭 성공 효과

코웰패션의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2%, 85.4% 성장한 1035억원, 231억원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이 예상된다. 패션 사업부의 매출액은 925억원(+30.9%), 영업이익 221억원(+90.4%)으로 추정된다. 코웰패션의 외형적인 성장은 기존 상품(겨울 내의, 베이스 레이어 등)의 꾸준한 판매 향상과 함께 이번 F/W 시즌부터 선보인 ‘푸’, ‘리복’, ‘아디다스’의 롱패딩 판매 호조에서 기인할 전망이다.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7.5%p 개선된 23.9%로 예상된다. 고단가 아우터류의 판매 호조, 채널의 믹스 개선(데이터 방송과 T커머스의 비중 확대) 효과 때문이다. 전사 사업부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10억원(+9.3%), 9억원(+14.9%)으로 전망된다. 구조조정 완료 후 안정적으로 실적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 업계에선 코웰패션이 이번에 탄탄한 신규 브랜드의 라인업을 확보한 것을 계기로 향후도 고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 업계의 한 애널리스트는 “코웰패션의 경우 신규 브랜드 론칭이 외형적인 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패션 기업의 출점과 같은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특히 온라인을 주요 판매 채널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채널 중심의 기업보다 신규 브랜드 론칭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것이 강점이다”라고 분석했다. 신규 브랜드 론칭 시 실물 매장 관련 투자비용(임차료, 인테리어 감가상각비, 판매 사원 인 건비 등)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규 브랜드가 시장에서 성공을 하게 되면 낮은 고정비 덕분에 영업레버리지의 큰 개선을 기대할 수 있고 시장의 반응이 좋지 않더라도 철수에 따른 비용의 부담이 크지 않다. 지속적인 신규 브랜드 론칭 속에서도 큰 폭으로 개선된 코웰패션의 지난해 3분기의 누적 영업이익률(21.5%, 전년 대비 +5.9%)이 이를 방증한다. 특히 이번 상반기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아테스토니’, 이탈리아 수입 브랜드 ‘리치오안나’, 디자이너 브랜드 ‘에이치 바이 이카트리나 뉴욕’, 카카오의 캐릭터 리틀 프렌즈를 활용한 아동복까지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에 이를 통한 코웰패션의 양적·질적 성장은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