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전문 인터넷 쇼핑몰 고고싱은 일본에 한국의 패션 트렌드를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새해 들어 패션 업계뿐만 아니라 정부 기관 등 각계에서 새 한류를 통한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중국과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있고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그 붐이 다시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의 관건은 한국과 관련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패션에 어떻게 접목하느냐에 달려있다.

리얼코코(대표 신경미)는 1996년 오프라인 매장으로 출발해 2004년 온라인으로 영역을 넓힌 20년 업력의 여성 의류 전문 제조 업체다. 대부분의 온라인 패션 쇼핑몰이 자체 생산보다는 유통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에 반해 디자인은 물론 자체 생산과 유통까지 일괄적으로 관리한다. 이 덕분에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면서도 유통 마진을 줄일 수 있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시중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여성층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2007년에는 오픈마켓에서 여성 의류 부문 인기도에서 1위를 달성할 만큼 내수 시장에서는 잘 알려진 회사이지만 그 한계를 인식한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수출 시장 진출을 결정했고 빠른 시간 안에 한류 패션 업계에서 가장 역동적이면서도 가능성 있는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성공 포인트는 ▲스피디하게 변한 트렌드의 변화에 발 빠른 대응 ▲코트라 등 수출 유관 기관의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 ▲한류를 이용한 해외 마케팅 진행 이 세 가지다.

자체적으로 의류 디자인팀과 해외 트렌드를 연구하는 트렌드 연구실을 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체 생산 공장을 통해서 매주 2회 약 50개의 상품을 수시로 출시함으로써 트렌드에 민감한 여성 고객의 니즈를 충족해 줄 수 있었고 특히 코트라가 주관하는 한류스타 연계 마케팅 사업을 활용해 현지 바이어의 호감도를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류를 활용해 수출길 터기에 성공한 리얼코코의 예처럼 올해는 최근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한 신 한류로 새 시장을 개척해 보자는 의지가 이곳저곳에서 용솟음 치고 있다.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글로벌 패션 시장은 국내 패션 산업의 지속성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관련 조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글로벌 패션 시장은 지난 2013년 1조5400억 달러(한화 약 1636조2500억원) 규모로 2009년 이래 연 평균 4.2%의 성장을 이루었고 오는 2020년까지 매년 4%씩 성장할 전망이다. 의류 유형별로는 여성복이 6381억 달러(한화 약 677조9812억원)로 전체 시장의 41.5%를 차지하며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남성복은 27.6%, 아동복은 14%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아메리카 대륙의 패션 시장 규모가 모두 5606억 달러(한화 약 595조6375억원)로 전체 패션 시장의 36.3%를 차지하며 유럽이 5076억 달러(한화 약 539조3250억원)로 33%,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이 4178억 달러(한화 약 443조9125억원)로 27.2%를 차지하고 있다.

남성복 브랜드, 중국 화해 무드 타기 시작

패션 기업 가운데에선 TBH글로벌(대표 우종완)이 최근 화해 무드를 타고 있는 중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현지 남성 소비자들만을 대상으로 전개 중인 남성복 브랜드 ‘아임 데이비드’의 사업을 중단하는 대신 여성복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베이직하우스’의 새 남성 라인 브랜드 ‘베이직하우스 맨’을 이번 S/S 시즌부터 전개한다. 현지에서 인지도가 낮은 아임 데이비드 대신 베이직하우스 맨으로 최근 성장세가 커지고 있는 중국 남성복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것이다.

신원(대표 박정주)도 한중 합작 남성복 브랜드 ‘마크엠(MARK M)’을 론칭하고 본격적으로 중국 패션 시장 공략에 나섰다. 마크엠은 중국의 주요 상권인 화동 지역에 대형 백화점을 보유하고 있는 진잉그룹과 신원이 한중 합작 법인을 통해 론칭한 신규 남성복 브랜드다. 1980년대부터 태어난 중국의 젊은 세대인 ‘바링허우’가 주요 고객 타깃이다. 현재 남경 신가구 진잉백화점, 남경 선린 진잉백화점, 상해 훼해로 백성백화점, 항주 무림 은태점, 항주 서호 은태점, 서주 펑청광장 진잉백화점, 염성 건군로 진잉백화점, 남경 허시몰에 입점을 완료했다.

특히 8호점인 남경 허시몰은 지난해 11월 오픈한지 2일 만에 매출 약 2000만을 달성하는 등 허시몰에 입점한 전체 의류 브랜드 가운데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또한 11월 매출 기준으로 남경 허시몰 입점 패션 브랜드 가운데 해당 조닝 매출 상위 2위에 안착하는 등 브랜드의 전체적인 매출 상승 기류에 일조하고 있다. 신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중간의 관계가 냉각되기 시작한 사드 사태가 화해 무드를 타기 시작한 이후 국내 패션 업계에서 가장 먼저 나타난 중국 매출 상승세이기 때문에 시사하는 의미가 매우 크다”며 “특히 마크 엠의 선전은 한중 관계가 호전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신원은 마크 엠 론칭에 앞서 한중 두 나라 정부의 분위기를 예의주시하면서 브랜드 오픈 시기를 조율하다 당초 계획보다는 조금 느리게 실행으로 옮겼다. 그리고 관계가 개선되는 정도에 따라 브랜드 확장에 점진적으로 가속도를 붙일 예정이다. 종전에 해왔던 중국 진출 형태인 많은 수의 유통망을 확장하기 보다는 주요 상권에 내실을 갖춘 매장을 육성하는 전략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류와 신 한류의 차이점이 궁금하다

1990년대 하반기부터 시작된 한류 현상이 2000년대 후반에 다소 주춤해지자 그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표현이 제2의 한류 또는 신 한류다. 차이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한류 콘텐츠의 유통 지역과 대상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먼저 한류가 소비되는 지역을 살펴보면 초기에는 중화권(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과 일부 동남아시아 지역(필리핀, 베트남 등)이 그 대상이었고 그 이후에 일본이 포함됐다.

그러나 신 한류는 중화권의 인기는 다소 줄어들고 중앙아시아(몽골, 카자흐스탄 등)와 동남아시아에서 조금 더 확대된 인근 국가들(태국,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동유럽, 남미 등)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둘째, 한류 콘텐츠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초기의 한류는 일본의 콘텐츠를 모방한 텔레비전 드라마와 대중음악 위주였지만 신 한류는 보다 진보된 뉴 미디어를 통한 무국적 성향을 띤 콘텐츠가 그 중심에 서있다.

즉 텔레비전 프로그램 같은 전통적인 문화 콘텐츠 대신에 온라인 게임, 모바일 제품 등을 통한 뉴미디어 기반의 콘텐츠가 신 한류 현상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대중문화 콘텐츠에만 한정되지 않고, 한국어, 패션 등 제조 기업의 생산 제품, 관광 등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확산되고 있다.

제1차 한류 지역에 속했던 중국에서 다시 한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 정부가 한류를 제한하는 ‘한한령’을 최근 크게 완화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한한령은 그동안 중국에서 한류를 주도하던 연예인들의 활동을 제한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 공급하는 의류 등 패션 제품의 수출에도 악영향을 주는 등 그 여파가 만만치 않았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사드 갈등이 본격화된 후 중국의 소비재 수입은 두 자리대의 증가세(10.9%)를 보였다.

특히 미국(17.5%), 일본(20.2%), 독일(4.8%) 등 주요국으로부터의 소비재 수입은 모두 플러스 성장을 보인 것과는 달리 한국산 소비재의 수입은 4.0% 감소했으며 패션 의류도 한한령 이전보다 -5.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증권 업계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한 뒤부터 국내 영화와 음원 등 한류 콘텐츠가 다시 중국에서 인기몰이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한류 문화가 다시 꽃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에서도 신 한류 바람 솔솔

인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의 인기에서 비롯된 신 한류 열풍이 일본을 강타하고 있다. 특히 여성 아이돌 그룹인 트와이스가 입고 나온 의류의 디자인에 반한 일본 여성들이 한국 패션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온라인을 통한 의류 구입을 망설이지 않고 있다. 특히 피피비스튜디오스(대표 유주형·홍재범)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 츄, 고고싱(대표 황은숙)이 한국의 패션을 일본에 전파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츄는 퓨어(Pure), 펑키(Funky), 팝(pop) 세 가지 콘셉트에 따라 소녀같이 사랑스럽고 당당하며, 트렌디한 스타일을 추구한다. 카페24의 쇼핑몰 솔루션을 통해서 오픈했고 창업 초기의 어려움 없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최근 글로벌 브랜드로의 성장을 꿈꾸는 국내 쇼핑몰들이 많아지고 있다. 2013년에는 카페24의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을 통해서 중국, 대만, 일본을 대상으로 해외 쇼핑몰을 개설했다.

오픈한지 6개월 만에 츄가 이뤄낸 성과는 놀랍다. 해외 매출이 6개월 사이 500%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쇼핑몰은 현지에 맞게 최적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SNS를 운영하는 등 현지 고객 확보를 위해서 노력을 집중했다. 지난 2007년 문을 연 고고싱은 10대와 20대 젊은 여성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서 카페24를 통해 해외 직구를 위한 쇼핑몰을 개설했다. 

주요 고객들은 젊은 층이지만 최신 유행 디자인만을 강조하고 있지 않는 것이 고고싱의 경쟁력이다. 최신 패션 트렌드를 참고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코디하기 쉽고 자주 입을 수 있는 상품들이 고고싱의 주력 상품들이다. 특히 기본적인 디자인으로 제작된 니트나 팬츠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70% 이상이 단골고객일 정도로 고객들의 충성도는 높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지금은 10~20대 여성층 중심으로 한국 패션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그 이후 연령대도 드라마와 노래 같은 한류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객 타깃층을 더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한국 패션의 세련된 이미지를 강조하면 시장 안착의 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