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패션 시장에서 SPA 브랜드가 뿌리를 내린지 10년이란 세월을 이미 훌쩍 넘어섰다. 관련 시장의 특징은 국내의 산업과 경제가 전반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길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유독 튀는 매출 신장을 일궈내는 등 비약적인 발전을 이어왔다는 것. 특히 소비자의 구매 열기도 안변하고 있기 때문에 SPA 브랜드의 지속가능성 여부에 그 귀추가 주목된다.

국내 패션 시장에 불황을 뚫는 아이템이라는 새 트렌드를 정착한 SPA 브랜드의 지속가능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잠깐 유행했다 살아질 것으로 보였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인기와 호응을 등에 업고 시장을 이끌어 가는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런 모습은 현재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니클로’, ‘H&M’, ‘자라’ 등 글로벌 브랜드들의 독주 체제가 이어지자 일각에서 잠시 이런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토종 브랜드의 등장으로 새로운 구도가 형성되자 SPA 브랜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패션 업계, 금융·투자 업계 같은 관련 업계에선 향후 SPA 시장이 현재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지속성장을 할 것이냐의 여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한 때 관련 업계에선 현재 수많은 브랜드가 SPA를 표방하고 나섰고 전개 중인 브랜드의 숫자도 급격하게 불어나자 국내 SPA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이런 우려는 결국 지표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의 경우 관련 시장의 포화를 암시하듯 글로벌 브랜드뿐만 아니라 토종 브랜드에서도 그 성장세가 다소 주춤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 2016년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글로벌 브랜드 ‘유니클로’를 전개 중인 에프알엘코리아는 매출 실적 1조1822억원, 영업이익 1073억원을 달성했다. 전년(매출 1조1169억원, 영업이익 1564억원) 대비 매출은 5.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1.4% 급감한 것. 특히 ‘자라’를 전개 중인 자라리테일코리아의 매출은 최근 3년 동안 2000억원대에만 머물렀다.

지난해 5.7%·올해도 5%대 성장 전망

‘H&M’을 전개 중인 에이치앤엠헤네스앤모리츠도 불과 1000억원대의 매출 실적에 머무는 등 실적이 이전 대비 크게 주춤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글로벌 브랜드뿐만 아니라 토종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 신세계백화점이 전개하는 ‘데이즈’는 지난 2013년 2798억원, 2014년 3500억원에서 2015년에는 4500억원으로 매출이 크게 신장했지만 2016년 매출 실적은 4680억원으로 지난 3년 동안의 매출 성장세와 비교해선 크게 신장하지는 못했고 나머지 토종 브랜드의 매출 실적도 예전에 비해서 조금 주춤거렸다.

그러나 2017년에는 다시 매출이 반등하면서 특히 토종 SPA 브랜드를 전개하는 해당 기업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예를 들면 삼성물산패션부문(대표 이서현)이 전개 중인 ‘에잇세컨즈’의 지난해 매출은 약 1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랜드(대표 박성수)가 전개 중인 ‘스파오’도 2년 연속으로 매출이 3000억원을 넘어서며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업이익은 약 200억원,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성통상(대표 염태순)이 전개하는 ‘탑텐’의 매출은 2000억원, 지난 2년 동안 평균 27%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SPA 브랜드 ‘유니클로’는 지난 2016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매출 1조2377억원을 기록했다. 이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매출 1조1822억원보다 4.7% 증가한 수치다. ‘H&M’, ‘자라’의 매출 실적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SPA 시장의 성장 폭은 둔화된 상황이지만 그 여세는 꾸준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에는 5.7% 성장이 예상되는 등 여전히 다른 복종 대비 높은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데 올해도 약 5%대에서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 2010년대 초반에는 글로벌 브랜드인 ‘유니클로’, ‘자라’, ‘H&M’이 국내 패션 시장으로 진출해 SPA 시장을 열고 성장을 이끌어 왔으며 최근에는 글로벌 SPA 브랜드의 안정적인 성장세와 더불어 토종 브랜드들도 큰 폭으로 성장하는 등 관련 시장의 발전에 한몫을 하고 있다”며 “특히 토종 브랜드들은 유통망의 확장, 글로벌 브랜드 대비 저렴한 가격, 한국인의 체형과 감성에 부합하는 제품 등의 장점을 앞세워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고 최근에는 라이프스타일형 스포티즘 트렌드에 적응하기 위해서 스포츠웨어 라인과 애슬레저 라인까지 확장하는 등 소비자 층을 넓혀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의 관심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소비자들도 이구동성으로 “향후 SPA 브랜드를 선택해 입을 것이다”라고 한결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SPA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사랑이 식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관련 업계에선 최근의 불경기와 더불어 한국인들의 패션 감각이 이전 대비 크게 신장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좇는 소비자들이 SPA 브랜드의 전성시대를 일궈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소비자가 SPA 브랜드를 구입해 입으려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대가 저렴하기 때문에 옷을 맘껏 입어볼 수 있기 때문이었으며 ▲브랜드의 이미지가 대중적이라 친근감을 느껴서가 가장 큰 이유다. 또 특이하게 SPA 브랜드를 ▲패션의 경험을 위한 아이템으로도 인식하는 소비자도 많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시장조사전문기업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6개월 동안 의류와 잡화를 구입한 경험이 있는 전국의 만 19~59세 성인 남여 1000명을 대상으로 SPA 브랜드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SPA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호감도가 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79.4%)보다는 여성(88.6%), 그리고 20~30대 젊은 층(20대 86.4%, 30대 86%, 40대 82.4%, 50대 81.2%)에서 SPA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더욱 높은 편이었다.

한편 이 회사가 20대~30대 소비자를 기준으로 올해와 지난 2013년 진행했던 조사와 비교해보면 SPA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20대(58.8%→ 86.4%)와 30대(53%→ 86%)에서 모두 크게 높아진 것이 확인된다. 이 결과는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국내 패션 시장에서 SPA 브랜드가 보인 성장세가 가팔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SPA브랜드의 가파른 성장세를 피부로 체감하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전체 응답자 10명 가운데 8명(80.3%)이 예전보다 SPA 브랜드가 더 많아진 것 같다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쇼핑하기 편해서 무척 마음에 든다

SPA 브랜드 제품에 대한 평가도 대체적으로 좋은 편이다. 먼저 소비자의 64.8%가 SPA 브랜드에는 실질적으로 필요한 제품들이 많다고 바라봤고 성별(남성 64.8%, 여성 64.8%)과 연령(20대 65.6%, 30대 63.2%, 40대 62.4%, 50대 68%)에 상관없이 관련 제품이 실용적이라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또 가격은 저렴하지만 브랜드력이 있는 제품이라서 믿을 만하다는 소비자도 전체 64.2%에 달했다.

다른 의류·패션 잡화 브랜드에 비해서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브랜드의 신뢰도가 높은 것에 만족하는 소비자도 많았다. 매장의 접근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도출됐다. 전체 응답자의 64%는 SPA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매장은 방문하기 편한 곳에 위치해 있다는데 공감했고 젊은 층일수록 매장의 접근성이 좋다(20대 71.2%, 30대 64.8%, 40대 57.6%, 50대 62.4%)고 답했다. 특히 입어보고 싶은 의류를 자유롭게 입어볼 수 있어서 좋고(67.6%), 물건을 안사고 나와도 아무렇지 않아서 마음이 편하다(74.5%)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과 매장이 직원들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마음껏 쇼핑을 즐길 수 있는 편안한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주목해 볼 부분이다.

특히 여성과 20대 소비자가 SPA 브랜드의 매장은 자유롭게 의류를 입어볼 수 있어서 좋고(여성 74%, 20대 72.4%), 구매를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하다(여성 81.6%, 20대 79.6%)는 인식을 많이 내비쳤다. 특히 이번 설문조사에서 향후 SPA 시장의 지속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내용이 도출돼 패션 업계에 많은 관심을 끌것으로 보인다. 응답자 가운데 많은 수가 의류 구입 때 같은 비용이면 고가의 제품 한개(23.6%)보다 중·저가제품 몇 개(53.6%)를 더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췄기 때문이다.

SPA 브랜드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인식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긍정적’이라는 표현이 제대로 맞아떨어진다. 특히 최근에는 글로벌 브랜드뿐만 아니라 토종 브랜드 모두 통틀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균형적인 발전을 일궈가고 있다. 현재 국내 패션 시장의 성장세가 답보상태인 것을 감안해 볼 때 균형 있는 발전은 매우 힘든 상황 같지만 오히려 이를 제대로 극복해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양호한 매출 실적을 달성하는 등 국내 SPA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토종 브랜드의 성장세가 어떻게 진행될지 그 여부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소비자가 애용하는 SPA 브랜드는 어디?

소비자들이 자주 이용하고 있는 SPA브랜드는 어떤 곳일까? 트렌드모니터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브랜드에서 출시된 제품이지만 가격이 저렴하고(스파오 47.4%, H&M 40.8%, 에잇세컨즈 30.1%, 유니클로 45.3%, 자라 29%, 지오다노 45.4%, 탑텐 43.9%), 기본 아이템이 많은(스파오 33.7%, H&M 28.1%, 에잇세컨즈 33.6%, 유니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