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에 상장된 패션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개선됨에 따라 해당 기업의 주식도 오름세를 탔다. 주가 상승뿐만 아니라 내수 브랜드를 중심으로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해당 기업에서 판매에 들어간 시즌 제품이 많이 팔린 것이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소비심리가 일시적이지만 회복된 탓이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내수 브랜드를 전개 중인 상장 패션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졌다. 4분기부터 전년의 정치와 사회의 불안 요소에 따른 기저효과가 해소되기 시작했고 예년에 비해서 빨리 찾아온 추위 때문에 가격대가 다른 겨울 시즌 아이템 보다 비교적 비싼 롱패딩 같은 히트 아이템이 잘 팔렸기 때문이다. 증권 업계에선 이에 대해 고(高) 단가의 겨울 의류 소비가 활발하게 촉진된 영향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증권 업계의 한 애널리스트는 “패션 업종 상장 기업들의 매출은 전반적으로 지난 1~3분기까지 많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전년 대비 신장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지난해 10월은 일시적으로 매출이 꺾일 수 있는 위험에 직면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추석 연휴가 길었던 영향 때문에 브랜드의 매출이 전반적으로 부진했었지만 연중 가장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11월을 기점으로 매출이 다시 회복세를 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패션 기업의 매출이 오를 수 있는 것은 자사 브랜드에서 출시한 제품이 잘 팔렸기 때문이며 소비심리가 일시적으로 회복됐다는 의미와도 일치한다. 실제로 국민의 의류비지출전망은 지난해 9월 103을 기록한 이후 12월까지 3개월 연속 유지됐다. 관련 업계에선 추운 날씨가 이대로 이어진다면 해당 브랜드의 매출 회복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화영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양호하게 달성한 패션 부문 상장 기업들은 그동안 길어지고 있는 시장의 정체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지난 2년 동안 타이트한 재고관리와 비용의 슬림화 등을 통해서 기업과 브랜드의 체질개선에 힘써왔다”며 “이에 따라 향후 매출이 더 향상될 경우에는 주가의 측면에서 볼 때 영업레버리지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2017~2018년 전망치는 일단 장밋빛

전반적으로 정상가 판매율이 전년 대비 높아지고 있는 것도 수익성 개선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패션 기업과 브랜드 외 OEM 기업의 수익성도 개선됐다. 그 이유는 지난해 미국의 소비심리가 1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과 더불어 연말 시즌에 현지 소비자들의 소비가 크게 활성화 됐기 때문이다. OEM 기업의 매출은 지난해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 동안 비교적 양호하게 달성되고 있는 편이다.

미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 대상 나라 가운데 한곳인데 세계적으로 경기가 나빠지자 그동안 현지 소비자들이 의류 구매 같은 소비를 크게 줄이면서 브랜드를 운영하는 패션 기업의 매출은 많은 영향을 받아왔지만 OEM 기업은 미국의 패션 기업을 대상으로 제품을 공급하기 때문에 악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았다. 지난해에는 미국 소비자들이 경기회복세를 타고 현지 브랜드의 의류를 많이 구입하는 등 소비가 다시 활성화되기 시작하자 한국 OEM 기업의 물량 공급이 많아졌고 또한 매출 실적 개선에 좋은 영향을 줬다.

미국소매협회(NRF)는 이와 관련 2017년 미국의 최대 쇼핑 시즌이었던 연말(11~12월)에 개최된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같은 소비 활성화 이벤트 덕분에 소매 부문의 매출이 경기회복의 힘을 타고 전년 대비 3.6~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11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는 17년 이후 가장 최고치인 129.5를 기록하는 등 시장의 기대치(124)를 상회했다. 특히 한세실업(대표 이용백·김익환)의 최고 바이어인 갭(Gap)은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동안에 매장 트래픽의 감소분이 201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덕분에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 업계의 한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소매 업황 개선이 현지 리테일 시장의 재편을 계속 이끌어 가고 있는 것과 동시에 현지 바이어들의 보수적인 재고정책이 아직까지는 국내 OEM 기업들의 오더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진 않지만 지금의 상황이 계속되면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오더가 지속적으로 회복할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분석했다.

LF 등 패션 기업 주가 상승 여부 관심

이에 따라 2018년 상반기까지 브랜드의 전개와 운영, OEM 수주가 계속 향상될지의 여부를 계속 모니터링해 보는 것이 최대 관심사다. 단기적으로 유효한 전망은 브랜드 기업들의 매출 실적과 주가 모멘텀이 OEM 기업 대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분기의 전년도 기저효과와 추운 날씨의 영향으로 좋은 실적이 예상되며 밸류에이션도 2012년 이후 신(新) 저점인 12MF PER 10배 내외로 나타났기 때문에 이런 예상을 해 보는 것에 큰 부담이 없다.

증권 업계에선 LF(대표 오규식), 한섬(대표 김형종),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차정호), 한세엠케이(대표 김문환), F&F(대표 김창수), 코웰패션(대표 임종민) 같은 브랜드 전개 기업들과 OEM 기업이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패션 기업 가운데에선 LF가 최근의 고(高) 비용의 효율화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으며 주식 투자들에겐 바이(BUY) 상태 유지와 더불어 주가는 3만7000원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LF는 그동안 성장이 정체되는 현상을 겪어 왔지만 추운 날씨로 겨울 시즌 제품이 잘 팔리기 시작하자 매출 실적이 반등하는 호기를 찾았다.

LF의 지난해 4분기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9%, 48.8% 각각 증가한 4916억원, 506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 부문에서 정체를 겪어온 별도 매출 부문도 추워진 날씨와 함께 회복된 것도 한몫했다. 별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245억원(+5.6%), 487억원(+11.7%)이 될 것으로 전망됐으며 특히, 여성복(‘앳코너’ 출점 효과, ‘바네사브루노·질스튜어트 뉴욕’의 브랜드력 제고 등)과 액세서리(‘질스튜어트’), 이번 겨울 롱패딩 특수 효과를 얻은 ‘질스튜어트스포츠’ 등 전체 브랜드의 판매 부문 호조가 외형적인 성장을 이끌고 있다.

수익성 개선은 전년 대비 높아진 제품의 정상가 판매율, 온라인 채널 매출의 비중 확대에 따른 비용 슬림화 효과와 자회사 손실 폭 축소 등에서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LF푸드, 중국법인, 트라이씨클뿐만 아니라 지난해 새롭게 인수한 식자재 업체 모노링크, 구르메F&B 등의 실적 편입 효과(분기 당 영업이익 각각 10~15억원)가 연결 이익 증가율 폭을 더 키워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증권 업계에선 지난해 12월 초 실적 추정치 상향 조정에 따라 LF의 목표 주가를 기존 3만3000원에서 3만7000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투자의견도 바이(BUY)를 유지했다.

한섬, 지난해 4분기 실적 이어지나

한섬의 주식 투자 여부는 바이(BUY)가 그대로 유지됐으며 목표 주가는 4만3000원이다.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계속 수익성이 회복되고 영업이익률 또한 전년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한섬의 지난해 4분기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1.7%, 38.2% 증가한 4222억원, 369억원으로 전망됐다. 별도 매출액은 2675억원(+9%), 영업이익은 314억원(+15.9%)으로 추정됐다.

특히 현대홈쇼핑 전용 브랜드인 ‘모덴’을 철수하고 ‘끌로에’의 전개를 이탈한 영향을 제거한 매출 성장률은 전년 대비 +11% 수준으로 견조하다.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60bp 개선된 11.7%로 예상됐다. 저효율 신규 브랜드의 매출 비중 확대에 따른 수익성 부담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전년의 일회성 비용(끌로에 철수 비용 약 45억원)의 기저효과가 이를 상쇄해 줄 것으로 보인다.

SK네트웍스 패션 사업부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562억원, 60억원으로 전망됐고 특히, 2018년부터는 전사적인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1분기 때의 일회성 이익(부가세 환급 44억원)이 소멸된 영향이 중국법인의 손실(약 50억원) 제거에 따른 효과 덕분에 상쇄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2017년 흑자로 전환된 ‘더캐시미어’가 2018년부터 한섬이 이익을 실현하는데 본격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며 2018년부터 흑자로 전화될 것으로 보이는 ‘래트바이티’ 등 한섬에서 전개 중인 신규 브랜드의 수익성도 향상될 전망이다. 

SK네트웍스에서 전개 중인 브랜드의 리빌딩에 따른 마진의 정상화 등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 업계에선 한섬의 주식 투자 여부에 대해서 투자 의견 바이(BUY), 목표주가는 4만3000원을 유지했다. 한섬의 현재 주가는 2018년 기준으로 10배다. 현대홈쇼핑 인수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실적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매수가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한세엠케이, 성장의 정체기서 벗어나

한세엠케이는 롱패딩 판매가 양호하게 이뤄진 덕분에 지난해 4분기 별도 매출이 7% 성장했다, 롱패딩 열풍 수혜 덕분에 성장의 정체현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 이 덕분에 연결 매출은 1092억원으로 전년 대비 7.2% 상승했고 영업이익은 66억원으로 전년 대비 37.1% 성장한 것으로 전망됐다. 별도 매출은 현재 전개 중인 ‘버커루’, ‘엔비에이(NBA)’, ‘티비제이(TBJ)’가 이번 겨울 시즌에 출시한 롱패딩이 잘 팔려나간 덕분에 5분기 만에 성장의 정체에서 벗어나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한 889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