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국내 패션 산업이 2017년 대비 2.1%선에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경기와 민간소비는 최근 회복세를 타고 있고 또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의 소비 트렌드가 상품의 구입을 벗어나 여행, 레저, 문화 등 체험을 위한 소비로까지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패션 산업의 성장률은 경제 성장률과 민간소비 성장률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2018년 국내 패션 산업의 규모를 예상하기를 2017년 대비 2.1%선에서 성장할 것이란 전망치를 내놓았다. 최근부터 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는 것과 동시에 민간소비도 함께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런 경향은 올해도 계속 이어질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투자 업계에서 내놓은 성장 전망치는 지난해 한국섬유산업연합회(회장 성기학)가 ‘한국 패션 마켓 트렌드 2017’이란 보고서를 통해서 3% 정도 성장할 것이라고 발표한 전망치와는 조금 차이가 난다.

보고서에선 2018년 국내 패션 시장의 규모를 전망하기를 2017년보다 3.0% 성장한 4조3216억원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가 최근부터 소비를 진작하고 경제를 활성화 하는 정책을 진행한 효과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민간소비가 개선되는 등 물가 상승률보다 조금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예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2.3으로 지난 2010년 12월(112.7) 이후 6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새 정부가 출범한 2월부터 7월까지 가파르게 오르다가 북한의 도발 등의 리스크가 불거지자 8월(-1.3포인트), 9월(-2.2포인트)에는 연속해서 하락했다. 그러나 10월(+1.5포인트)부터 반등에 성공했고 11월에는 전달보다 3.1포인트 상승하며 2개월째 그 추세를 이어갔다. 소비자심리지수는 2003∼2016년까지의 평균을 100으로 두고 100보다 크면 소비자 심리가 평균보다 낙관적이고 100보다 적으면 상황이 비관적임을 뜻한다.

의류비 지출 전망 CSI는 2017년 1월 96에서 10월에는 103까지 상승했다. 북한 리스크 등 대외적인 충격이 발생한 이후에도 의류 구입과 관련한 소비심리는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일단 이런 견조한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내년 국내 패션 시장의 규모가 올해 대비 3.0%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그러나 금융·투자 업계에선 2018년 국내 패션 산업의 성장 규모를 0.9% 낮게 잡은 2.1%로 전망했다. 최근 들어서 국민의 소비 트렌드에 큰 변화가 생겨난 이유가 걸림돌이 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불황 속 진행한 사업 재편 효과 가시화

이화영 하나금융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8년 국내 패션 시장의 사정은 이전처럼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점에서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2017년보다 상황은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가계의 패션과 관련된 구매력과 소비심리가 견조하기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의류 소비가 풀리고 있으며 특히 최저 임금이 인상되면서 소비의 수요가 이전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특히 올해는 브랜드를 전개하는 패션 기업들이 생존의 길을 찾는 작업을 계속하겠지만 ▲내수 패션 시장의 업황 턴 어라운드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소비의 수요 확대 가능성 ▲시장의 성장 정체가 길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패션 기업들이 진행한 사업의 재편 효과 가시화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실적 개선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 애널리스트는 “지금 국내 패션 시장의 업황은 바닥을 찍고 회복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판단하는데 특히, 지난 수년 동안 시장의 침체가 계속되자 2016년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사업의 영역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경영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진행한 것이 도움을 크게 줬다고 볼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보면 이 시기에 패션 기업들은 이익의 개선을 위한 비용의 통제, 브랜드의 구조조정, 엄격한 재고관리 등을 통해서 실적의 부진을 타개할 방책으로 마련했는데 이런 노력들이 최근부터 업황의 회복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업황이 턴 어라운드 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패션 기업들의 의류 재고 문제가 지난 2016년 10월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전환했고 최근까지 그 폭을 키우고 있으며 의류 출하도 지난해 9월부터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턴 어라운드가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풀리기 시작한 의류 소비가 더 활성화 돼야 할 것으로 금융·투자 업계는 내다봤다.

국내 패션 시장 업황 턴 어라운드 되나?

그동안 브랜드를 전개하는 패션 기업들을 힘들게 한 것은 길어지고 있는 저성장 기조뿐만 아니라 글로벌 SPA 브랜드 같은 새로운 경쟁자의 국내 시장 진입과 주요 유통 채널인 백화점의 위축, 소유 대신 경험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 때문에 발생한 의류비 지출 감소 문제 등이었다. 그러나 금융·투자 업계에선 이런 문제에 대한 조정은 일단락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내셔널 브랜드가 많이 포진해 있는 중가 조닝을 잠식해 왔던 글로벌 SPA 브랜드의 성장세는 조금 멈칫할 전망이며 패션 기업들이 주요 유통망으로 진출하고 있는 백화점의 위축을 불러왔던 소비의 온라인화는 그 확장세가 주춤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기업들이 자사몰 운영 등을 통해서 온라인 소비의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통로를 마련해 두었으며 시장 자체적으로 유통 채널 간의 조정도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비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국내 패션 시장의 업황이 호전될 주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에는 최저임금이 지난해 대비 16.4% 증가하는데 임금 근로자의 약 4분의 1 정도가 이 혜택을 받는다. 의류 소비의 트렌드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최저임금 인상은 곧 의류 소비의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유독 관심을 끌 수 있는 사항은 길어지고 있는 성장의 정체 상황 속에서도 지난 2016년부터 패션 기업들이 진행한 사업 재편의 효과가 2018년에는 가시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대응한 형태는 크게 3가지로 구분되는데 라이프스타일, 코스메틱 등 패션 외 분야로 사업의 다각화를 진행하는 등 신(新) 성장 동력원을 발굴한 것과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신규 브랜드의 론칭, 기존 브랜드의 경쟁력 제고 등을 꾀한 것이다. 내실 중심의 경영 전략도 여기에 속한다. 브랜드의 구조조정, 유통 채널의 변경을 통해서 수익성을 개선하는 전략이다.

OEM 기업은 완만하게 실적 개선세

국내 OEM 패션 기업은 완만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지난 2015년 3분기부터 이어진 미국 의류 시장의 강도 높은 재고 조정이 일단락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의 미국 의류 소매 시장의 업황은 재고확충(Re-Stocking)이 많아지는 방향성을 띠고 있으며 의류 수입 시장의 ASP(평균 판매 단가)도 1년6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기 때문에 의류 OEM 기업들의 영업 환경이 풀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적은 기저효과가 본격화된 2017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점차적으로 회복 국면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낙관적인 관점만이 우세한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미국 리테일 시장의 구조조정과 소비의 온라인화에 따른 적정 재고 수준의 하향 안정화가 불러오는 오더의 더딘 회복세와 리드 타임의 단축 가속화에 따라 최대 마진율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유통 공룡 아마존의 미국 현지 패션 사업 진출도 단기적으로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현지의 전통 유통 채널의 붕괴는 온라인 기반 아마존의 급부상에서 비롯됐다. 아마존은 2016년부터 자체 브랜드 6개를 선보이며 패션 사업에 진출했고 그해를 기준으로 시장에서 의류 판매 점유율 6.7%를 기록하며 월마트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자체 브랜드는 현재 8개로 늘어났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스포츠웨어 시장까지 진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OEM 기업들이 받을 영향은 단기적으로 부정적, 중·장기적으로는 중립적이다.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소비는 사라지지 않겠지만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채널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국내 OEM 기업들이 상대하고 있는 현지 바이어 대부분이 현재 오프라인 채널을 주요 유통망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상황에선 단기적으로 재고의 소진처가 감소하는 현상이 불가피하다.

기업 평가 업계, 사업 환경은 ‘중립’ 예상

이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이 패션 사업을 확장하는 영향 때문에 현지 바이어들이 재고관리를 엄격하게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바이어들이 유통망의 구조조정과 채널 믹스 개선(온라인 강화) 등을 진행할 경우에는 현지 기업들이 시장의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진행할 것이며 그 이후에는 실적의 모멘텀이 회복될 수 있기 때문에 주문이 확대되는 것을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현재의 시점에선 국내 OEM 기업들이 상대하고 있는 현지 바이어 가운데 파산 등으로 오더가 이탈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업 평가 업계에선 국내 패션 시장의 올해 사업 환경이 ‘중립적’으로 흐를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의 내수 경기와 세계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전개 중인 패션 기업의 매출과 수익성 개선은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이다. 업곙계에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경기와 민간소비가 완만한 회복세를 타면서 물량 수주와 수익성 기조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고 또한 그 여세가 2018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혜원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와 민간소비가 회복되고 있는 상황이 2018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패션 기업의 실적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그 이유는 소비자들이 최근 제품을 구입하는데 지출을 하기 보다는 여유를 즐기는 쪽으로 지출을 늘리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 영향 때문에 발생하는 고객 이탈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제조업은 브랜드만 운영하는 패션 기업과는 다르게 주요 소비 나라인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경제 상황과 환율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세계의 경기는 2018년에도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높아 사업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브랜드를 전개하는 패션 기업과 의류 제조 기업의 2018년 전반적인 영업 실적은 전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기업 평가 업계는 내다봤다.

유통망 효율화 하면 수익성 유지 가능

브랜드를 전개하는 패션 기업의 경우 신규 브랜드의 론칭과 유통망의 확장을 통한 매출액 증가는 제한적이지만 유통망 효율화를 통해서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재고자산의 관리를 강화하고 제한적이지만 유통망 확장을 통해서 자본의 지출을 축소할 경우에는 현재 수준의 재무적인 안정성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 기업의 경우 대형 업체 중심으로 수주 물량 확보가 안정세를 탈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의 안정적인 매출 실적과 수익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단기적으로 기업이 생산 설비를 증설하지 않을 경우에는 재무 안정성도 개선될 여지가 엿보인다.

김 선임연구원은 “2018년 국내 패션 산업의 전망은 전반적으로 영업 환경이 지난해에 비해서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패션 산업은 내수 경기의 변동에 민감도가 높은 업종인데 최근 3년 동안의 성장률을 살펴보면 경제 성장률 대비 낮은 수준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고 거시경제지표들이 2017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은 되지만 소비자동향지수는 2017년 하반기부터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최근 몇 년 동안 비우호적이었던 패션 산업의 영업 환경은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의 소비자들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기 위한 소비보다 경험을 동반한 소비에 높은 만족도를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대규모의 스포츠웨어 브랜드들은 서울 강남 등 지역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피트니스, 요가 클래스 등을 운영하고 있고 마라톤 대회 등을 개최하면서 소비자의 운동 경험이 자사 브랜드 제품의 구매로 이어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와 체험을 제공하고 이러한 소비자의 경험이 구매로 연결되는 지 그 여부와 이 과정에서 다변화된 유통채널 사이의 시너지 효과가 개별 기업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관련 업계의 큰 관심거리다.

김 선임연구원은 “소비의 양극화와 가치소비 트렌드가 확산됨에 따라 국내 패션 시장이 이전보다 더욱 세분화됐고 산업의 경계도 더욱 확장되고 있다”며 “세분화된 시장에서는 동일 복종, 동일 브랜드 일지라도 타깃별로 라인 분화 여부와 아이템별 유통망 차별화 여부 등에 따라 기업의 실적 차별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 그 이유는 의복에만 한정되었던 경계가 무너지고 있고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중요시되고 있기 때문에 의류구매에 한정되지 않고 홈퍼니싱, 컬쳐, 뷰티, 건강 등까지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 확장과 인스토어 제공 여부에 따른 실적 변동이 큰 관심 대상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