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K-드라마, K-무비 등 한류 바람은 세계 시장에서 여전히 현재진행이다.

이런 가운데 K-패션의 전령사를 자임하고 나선 브랜드가 있다. 바로 서울시가 의류생산업체들과 함께 만든 공동 브랜드 소그(S,GUE)다. 서울에서 시작된 트렌드 물결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K-패션의 한류 파도로 업그레이드시켜 세계 시장에 도전한다는 전략이다. ‘소그’ 브랜드를 총괄하고 있는 펄스의 김해숙 대표를 만났다.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펄스의 사무실은 DDP 이간수문 전시홀에서 열리는 2019 봄/여름 하이서울 패션쇼에 선보일 ‘소그’ 컬렉션 준비로 분주했다. 책상 위에 펼쳐져 있는 컨셉 보드와 행거에 걸려있는 신상품에서는 날 것의 느낌을 넘어 비장함이 엿보였다. 화장기없는 얼굴의 김해숙 대표의 표정에는 피곤함이 얼핏 보였지만, 총괄 기획을 맡은 ‘소그’ 브랜드에 대한 책임감 때문인지 눈빛만은 열정으로 빛나고 있었다.

서울시 봉제 산업 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의류제조 회사들의 단순 하청 생산방식(OEM)구조를 탈피하고, 자립기반을 확립하기 위해 의류생산 업체와 디자인 기획사 펄스가 협업한 서울시 공동브랜드 ‘소그’가 요즘 주목받고 있다. 의류생산업체들이 30여 년 동안 쌓아 온 봉제기술 노-하우에 디자인 회사의 기획 및 마케팅 능력을 더해 시장 경쟁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의 봉제 기술력은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청계천을 중심으로 이미 한국 수출의 주력으로 활약한 저력 때문에 그 기술력이나 노하우는 세계적 수준이다. 단지 재봉사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 때문에 지금까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지만, 동대문과 남대문 시장을 패스트 패션의 메카로 만든 것도 봉제인들의 힘이 컸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봉제업체 명품 장인정신의 손길이 스며든 ‘소그’ 의 탄생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미 세계 봉제 시장은 가격 경쟁력 때문에 저임금의 저개발 국가로 넘어간 상황에서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고품질 봉제 산업의 발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소그’는 한국 봉제 산업의 우수성을강조해 서울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시켜 향후 세계로 뻗어 나가는 서울 패션의 국제화를 이끌겠다는 야심 찬 첫걸음이다. 여기에 장기적으로 남북 경제 협력을 통해 한반도 봉제 산업 클러스터를 활성화한다면, 전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둔 고부가가치 패션 제조업으로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을 것이다.

서울의 패션 바람 ‘소그’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다.
브랜드 ‘소그(S,GUE)’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Seoul)과 유행, 트렌드라는 의미의 영어 보그(Vogue)의 합성어로 ‘서울에서 시작되는 트렌드, 물결’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울하면 떠오르는 ‘트렌디’와 ‘하이퀄리티’라
는 느낌에 걸맞게 ‘매력적인 패션 도시’ 서울을 대표하는 글로벌 트렌드 리딩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소그’는 서울시의 전략적 브랜드로 서울의 주요 산업인 봉제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협업 프로젝트
로 출발했다.

‘소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김해숙 대표는 “‘소그’는 서울시와 서울에 기반을 둔 의류생산업체들의 함께 만드는 서울시 공동 브랜드다. 세계적인 고품질 의류를 생산하는 장인정신을 잇는 서울발 글로벌 브랜드가 ‘소그’의 모토로, 지난 2017년 12월 21일 ‘메이드 인 서울페어＇의 수주박람회와 패션쇼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한국봉제업체 명품 장인정신의 손길이 스며든 ‘소그’는 소재, 생산 전 과정이 ‘메이드 바이 서울, 메이드 인 서울(Made by Seoul, Made in Seoul)’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그’ 브랜드의 총괄 기획을 맡은 펄스는 단순한 브랜드 기획이 아닌, 의류생산업체(봉제업체)가 직접 디자인과 마케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브랜드의 기획 과정을 공유하고 교육, 인큐베이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봉제 업무만 담당했던 의류생산업체들이 자신들만의 브랜드를 론칭해 직접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B2C에 대한 동기부여와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이에 대해 김해숙 대표는 “이 협업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내봉제업체들도 실전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려는 것이다. 봉제 장인들이 만드는 홀세일 브랜드로서 시작을 알리고, 이후 새로운 봉제업체들도 ‘메이드인 서울 패션’ 프로젝트에 동참케 하는 것이 단기 목표다”라고 밝혔다.

또한 김해숙 대표는 “지자체가 패션 브랜드를 갖는 건 서울이 처음이다. 즉 서울시가 저작권을 보유한 최초의 의류 브랜드다. 신진디자이너를 발굴하고, 패션ㆍ봉제 산업을 활성화하려는 새로운 사업모델로, 의류 생산업체에게 일감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하고, 이들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숙제에서 출발한 사업이다. 더 나아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 패션문화 선도 도시로서 그 위상을 높이려는 서울시의 밑그림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소그’ 브랜드를 총괄 기획하고 있는 펄스는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베테랑들이 모여 트렌드 연구와 전략컨설팅업무를 수행하는 전문 기획, 컨설팅 회사로 굴지의 여성복, 종합 패션사에서 기획, 디자인을 리드하고 총괄해 온 전문가 김해숙 대표가 2016년 1월 설립했다.

다양한 패션브랜드(‘코데즈컴바인’, ‘톰보이’, ‘온앤온’, ‘올리브데올리브’, ‘나이스클랍’, ‘주크’, ‘플라스틱아일랜드’ 등)에서 디자인과 MD 실무 10 년 이상 경력을 갖춘 크리에이티브한 맨파워를 자랑한다. 트렌드 리서치, 브랜드 콘셉트 전략수립, 실물디자인과 리테일 전략실행까지 모든 것 이 수행 가능한 전문가 그룹이다.

시몬느와 워크웨어 기획 및 제작, GNCO의 컨셉 및 디자인 컨셉 자문 컨설팅을 비롯해 주요 브랜드들과 업무를 진행했으며 S.E.W.&G 금천구소상공인 공동브랜드 런칭 등 지금까지 패션계의 소프트웨어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또한 김해숙 대표는 파리에서 패션전문가로 활약한 후 한국 패션 마켓에서 최고의 여성복 브랜드와 캐주얼 브랜드의 성공을 이끌며 트렌드를 지향한 방향을 정확히 예측하고 실물화해 성공적인 브랜딩을 완성해 왔다. 또한 한국 패션마켓에서 최고의 감도와 트렌드를 추구하는 리딩 기업 한섬, 하라패션, 제일모직, 슈페리어 등에서 여성 캐랙터캐주얼 브랜드의 디렉터로 활동했다. 보끄레머천다이징 「온앤온」 「올리브데올리브」의 기획총괄 상품본부장, 「코데즈컴바인」의 총괄 디렉터를 역임한 패션 소프트웨어 분야의 전문가다.

“소그는 서울시에 기반을 둔 우수 의류생산업체와 함께 서울시를 대표하는 의류브랜드를 만들고, 기획-디자인-홍보-유통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의류생산업체가 참여함으로써 노하우를 익히는 인큐베이팅 사업이다.”

‘소그’는 서울시의 의류제조업체 공동브랜드 육성 지원사업
김해숙 대표는 ‘소그’ 컨셉에 대해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밀레니얼 세대라는 새로운 소비자층이 등장함에 따라 새롭게 부상한 ‘어포더블 프리미엄 마켓((affordable premium brands)’을 겨냥해 자유로운 유니크 감성
과 합리적인 가격대를 추구하고 있다. 즉 자기중심적이며 자아실현 의지가 강한 밀레니얼 세대에 맞추어 유니크하고 에지있는 브랜드로 핸드크라프트맨십 테크닉을 감도있게 적용했다. 또한 고품질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합리적인 가격대를 추구하고 있다.

한편 펄스는 브랜드 확장성을 위해 지난 8월 ‘소그’의 로고플레이 티셔츠 전시회인 ‘서울에서 부는 패션 바람’을 돈의문 박물관 D동 2층 다목적 전시실에서 개최했다. ’소그‘의 로고플레이 티셔츠 공모전 본선 수상작과 JEA(대표 김은미), 두잇에프엔씨(대표 김범석), 다우콜렉션(대표 홍성진) 등 9개 협력업체의 제품, 비앤비트웰브 박정상&최정민, ‘데일리미러’ 김주한, ‘로열레이어’ 서광준, ‘우우언’ 남상민, ‘위메농’ 김지영 디자이너 등 신진 디자이너 5인의 디자인, 그리고 펄스 디자인팀이 개발한 작품들이 함께 전시했다.

다양한 문화콘텐츠와의 접목 차원에서 웹툰 ‘영원한 빛’ 이상록 작가의 만화캐릭터를 여성복 상의에 프린트해 독특한 이미지를 더했으며 여기에 한성 지도와 ’소그‘ 로고를 프린트한 티셔츠를 입은 인증샷을 SNS에 올리면 입은 셔츠를 제공하는 시민참여 이벤트도 진행했다.

또한 서울시 공동브랜드 ’소그‘를 널리 알리고 산학협력을 통해 참신하고 독창적 디자인을 발굴하며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소그 로고플레이티셔츠 공모전은 진행했다.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22명의 26작품을 전시 개막과 더불어 전문가들의 최종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했다. 그 결과 대상은 김영민(한세대 섬유패션학과), 우수상은 김용선(덕성여자대학교), 김송이(SADI)가 각각 수상했다.

‘소그’를 통해 서울발 패션 바람을 한국은 물론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펄스는 지난 9월7일부터 10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후즈넥스트에 참가했다. 이 행사를 통해 서울의 봉제업체들이 만든 소그를 카다록과 동영상을 제작해 널리 홍보했으며 ‘메이드 인서울’, ‘메이드 바이 서울’의 우수성을 유럽 마켓에 적극적으로 알렸다. 아울러 ‘소그’ 협력사들이 만든 72개 여성 영캐주얼과 지난 8월 전시한 신진디자이너 의상 및 티셔츠공모전 수상작품을 함께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소그’의 발전을 위해 서울시는 공동 파트너가 돼야 한다.
김해숙 대표는 ‘소그’가 앞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션 브랜드가 론칭되어 소비자들에게 인식되려면 최소한 3년 이상의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가 함께
하는 공동브랜드라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공익성을 내세운 예술인과 연예인의 재능 기부, NGO 단체와 공조를 한다면 예상보다 빨리 지속가능성과 에티칼 패션의 모범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브랜드 소유주인 서울시에 바라는 점은 “현재는 서울봉제산업 지원이라는 명분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계약 기간이 너무 짧아 지속성을 가지고 유통과 홍보 전략을 추구하기에 한계가 있다. 담당 공무원도 자주 바뀌고, 계약 기간이 끝나 다시 서울시 예산이 최종 확정되기까지 사업을 일시 중단될 수 밖에 없기에 영속성에 문제가 있다. 최소한 제대로된 패션 비즈니스를 전개하기 위해서는 1년이 아닌 3년 정도의 계약 기간이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지자체에서 의류생산업체와 함께 공동브랜드를 론칭한 것은 서울시가 처음이다. 이는 자금만 지원하는 전시 행정에서 한발 더 나아가 비즈니스 단계로 넘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서울시는 자금을 지워하는 관의 입장이 아닌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이자 스폰서로서 역할이다. 결국 수익을 창출해 브랜드가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동 브랜드의 동업자로서 서울시가 할 역할이라고 본다.

뉴욕이나 런던을 비롯한 패션 캐피탈의 패션 지원 사업은 철저한 비즈니스 마인드다. 단순 지원이 아닌 함께 브랜드를 이끌어간다는 주인 정신이 서울시에도 필요한 순간이 아닐까 한다. 때문에 브랜드 사업과 관련된 담당 공무원이 너무 자주 바뀌는 것은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에 방해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보다 전문적이고 전략적인 인사 원칙이 세워져야 파트너인 기획사와 생산업체가 안정감을 가지고 브랜드의 성공에 힘을 쓸수 있다.

손맛과 감각이 뛰어난 우리 민족의 패션 DNA는 우리만이 가진 강점이자 유산이다. 이를 잘 살려 패션 서울의 제조기반을 활성화하고 여기에 세련된 디자인과 마케팅, 홍보, PR이 일관성과 상호 보완성을 갖춘 IMC 전략을 통해 이루어진다면 그것이 바로 K-패션이 추구하는 고부가가치 패션이 아닐까 한다.

현재 ‘소그’는 그 중심에 서 있다. 이제 K-패션, 즉 한류 패션의 세계화는 구호가 아닌 실천으로 옮겨져야 한다. BTS의 요즘 활약을 보면서 그동안 K-팝이 세계 시장에 뿌려 놓은 수많은 도전과 실패가 그 바탕이었음을 알 수 있으며, 아울러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것을 한글을 배워서 노래를 따라 부르는 유투브의 커버 현상을 통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도전이라는 열매는 쓰다. 하지만 성공이라는 단 열매는 늘 희생과 실패를 거름 삼아 무럭무럭 자란다. ‘소그’는 그 현실적인 성공 모델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와 의류생산업체, 기획사가 조화를 이루는 ‘패션 화음’의 진정성이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때 서울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진정한 한류 브랜드로 그 위상을 든든히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