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에서 학군이 밀접된 중계동 지역에 위치한 2001 아울렛에서 폴헴 매장을 책임지고 있는 정승원 점장은 항상 고객들을 생각한다. 가성비를 따지면서도 품질을 보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꿈인 작곡가의 길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는 브랜드와 고객이 마주하는 최전선에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그의 어릴 적 꿈은 패션이 아니었다. 작곡가였다. 그것도 대중가요가 아닌 영화 음악이다. 취향도 독특하다. 대중적인 영화 음악가 엔리오 모리꼬네보다 한스 짐머 같은 영화 음악가를 더 좋아한다. 그래서 그 꿈을 포기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꿈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한다. 어쩌면 현실에서 실행에 옮기지 못해도 어릴 적 꿈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는 점은 늙지 않고 감성을 보는 듯 했다.

그는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했다. 고교 시절 제2외국어로 독어를 배웠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당시는 지금보다 어문계열이 인기가 더 있었다고 한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음악 프로듀서 일을 하려고 외국계 회사인 BMG, 소니, EMI에 입사 지원을 했다. 예상대로 경쟁은 치열했다. 결국 서울음반에서 운영하는 음반 유통회사에 들어가 영업 MD로 일했다. 2년 정도 근무를 했지만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한 곳이 패션 쪽이었다.

당시 형이 세계물산이라는 패션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고 친척들도 다수 패션 쪽에 종사하고 있었다. 대우 계열인 하이파이브의 영업 MD로 들어가 1995년부터 일을 시작했다. 음반 유통과 달리 시스템이 잘 되어 있었다. 체계적인 교육과 선배들이 하는 업무를 어깨 너머로 배우며 기초부터 배웠다. 이후 골프웨어 울시를 담당했는데, 당시 잭니클라라우스, 닥스 등과 경쟁이 심했다. 2002년에는 새로운 브랜드 트루사르디 런칭 작업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이후 골프웨어 슈페리어, 울시, 트루사르디 등에서 영업MD 경험을 쌓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서 페리 엘리스 대리점을 시작으로 여러 브랜드의 대리점을 운영했지만 장사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패션 부자재 비즈니스를 하는 형이 도와달라고 해서 대리점을 팔고 형 회사에서 4년 동안 일했다. 주로 한세실업 같은 회사에 납품하는 회사로 내수보다는 수출이 많았다. 갭과 갭 키즈가 당시 주요 고객이었다.

지난해 3월 지인의 소개로 엠폴햄 2001 아울렛 점장을 맡고 있다. 그는 1년 만에 전년매출 대비 150% 이상 신장시켜 월매출 6천만 원의 매장으로 성장시켰다. 올해 목표는 월 매출 7천 5백만 원으로 잡았지만 폭염 때문에 아직 기대에는 못 미쳤다. 하지만 엠폴헴은 아우터웨어가 강세이기 때문에 가을 겨울에 충분히 만회를 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의 성공 비결을 3가지로 정리한다면 첫째는 체계적인 매장 관리였다. 영업 MD를 하면서 VMD부터 고객 응대에 이르기까지 자세하게 배웠기 때문에 지금까지 고객 클레임이 한 번도 없었다. 그는 집이 매장과 가까워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한다. 학군이 모여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고객들이 젊다. 메인 타겟은 사회 초년생이지만 중고등학생 들도 많다. 요즘 아이들은 체격이 크기 때문에 사이즈도 별 문제가 없다. 이 지역에서 엠폴헴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편이라고 한다. 최근 프로젝트 M도 함께 판매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 매출 증대는 상품이 관건이다. 제품이 좋으면 매장 관리도 편하다. 새로운 제품과 유능한 판매 직원이 물류 등급 A급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밝혔다.

그는 짧은 기간에 성공을 거둔 두 번째 비결은 직원 관리였다. 그는 인센티브를 받으면 직원들과 고객에게 그대로 돌려주었다. 지난해 높은 성장율을 기록해 3번이나 인센티브를 받았지만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고객들에게 사은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또한 직원들이 일하기 편하게 만들어 주었고, 무엇보다도 동기 부여를 위해 시간 관리 아르바이트도 매출 목표를 주었다. 그랬더니 더 적극적으로 일을 했다. 중계점은 학군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시험 기간에는 매출에 떨어지고 시험이 끝나면 곧바로 매출이 올라간다. 고객들과 비슷한 연령대의 판매 직원들의 의견을 수시로 수렴했고, 이를 토대로 학생 소비자를 위한 특화 전략을 매달 본사에 요청해 VM부터 프로모션까지 지원을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비결은 트랜드 정보다. 트랜드 정보는 주로 인터넷을 수시로 검색한다. 젊은 고객들의 반응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무실에 있는 트렌드 관련 자료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한다. 그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트렌드는 고객들의 반응이다. 매 시즌 트렌드가 바뀌는 것을 매장에서 느낄 수 있다는 그는 매 시즌 무엇인가 새로운 것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새로운 트렌드는 매출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자 수단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는 음악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다. 음악 학원을 차려 원 없이 작곡하고 음악을 듣는 것이다. 울시에서 만난 아내도 현재 모 브랜드의 샵 마스터로 일하기 때문에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그는 살아가는 머리가 따로 있고 공부하는 머리도 따로 있다고 말한다. 현재 그는 살아가는 머리를 풀가동하고 있다. 그 기능이 끝나면 공부하는 머리인 음악으로 돌아갈까? 음악 외에 노후에는 캠핑카 여행을 하고 싶은 꿈도 있다. 문제는 아내의 반대를 극복해야 한다. 현실과 꿈을 동시에 품은 40대 남자의 열정을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