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패션위크에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의상이 등장했다. 자기만의 ‘생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디자이너, 이수현 디자이너를 만나본다.

Q.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A. 현재 뉴욕에 위치한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에 재학 중이며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다. 하지만 활동하는 작업에 있어서는 따로 경계를 두지않고 ‘패션’, ‘페인팅‘, ’설치‘ 등 여러가지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Q. 자신이 추구하는 디자인의 모토는?

A. 한번 봤을 때 잊혀지지 않는 디자인, 잔상이 남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

Q. 최근 패션업계가 옷만 잘 팔기 위해서 대중적인 디자인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이수현 디자이너는 패션위크에서 자신만의 색과 예술성을 보여준 의상을 선보였는데, 이러한 의상을 기획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A. 나는 그림을 그릴 때 “‘그림’을 그려야겠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가 ‘그림’의 형태로 표출되는 것뿐이다. 지난 2016년, ‘Blurred Identity’를 처음 제작할 때 또한 옷을 디자인하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지 않았다. 지금의 사회에서 내가 느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고, 인터넷의 수많은 정보들이 인간의 본질을 흘리는 현상에 집중해 보았다. 여러 재료와 표현방식을 실험해본 뒤 옷의 형태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기에 의상을 제작했다. 이때 처음 만든 의상은 패션 디자인이라기보다는 ‘Wearable Art’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 2018년 기존의 ‘Blurred Identity’를 기성복 형태인 드레스로 하나 더 제작했고 기존의 작품과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완전히 다른 이미지의 ‘Human Camouflage’까지 제작하게 되었다.

Q. 이번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의상에 대해 설명하자면?

A. ‘Blurred Identity’와 ‘Information Dress’는 SNS, 뉴스, 인터넷의 수많은 정보가 개인을 삼켜버린 요즘의 사회를 나타내는 의상이다. 현대인들은 더 이상 그 자체로 인지되지 않고 자신과 남들이 업로드한 수많은 정보들에게 가려진다. 진짜 개인은 흐릿하고 그를 가리려는 정보들만 보이며 무엇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도 없는 사회를, 옷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다. 투명한 아세테이트지에 100여개 정도의 인터넷 창들을 모아 프린팅했고 모델의 몸과 그 위의 정보가 겹쳐진 이미지로 현대인들을 표현했다.

‘Human Camouflage’는 관계, 환경, 감정, 미디어들 속에서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화하는 현대인들을 나타낸다. 이미 역할이 정해진 사회 속에서, 인간은 자신을 속이고 숨기고 과장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의 영감은 군인들이 자연 속에서 은신하기 위해 사용하는 위장복 카모플라주 패턴에서 얻었다. 10명 정도의 사람 사진을 모았고 그들의 신체를 카모플라주 패턴으로 섞은 뒤, 하나의 의상으로 제작했다.

Q. 앞으로 따로 더 진행할 프로젝트가 있는지?

A. 곧 진행할 프로젝트로는 ‘City Forttage’가 있는데, 도시와 인간의 관계가 주제이며 특정도시 사람들의 외향과 스타일, 행동 등을 수집한 뒤에 하나의 의상으로 제작하는 프로젝트이다. 아직 구상중인 단계에 있고 패션디자인 시리즈의 일부가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어플리케이션 제작, 설치작업 등 하고 싶은 프로젝트는 넘쳐난다.

Q. SNS에 의상 외에도 여러 디자인이나 예술적인 작품이 많다. 패션말고도 관심있는 다른 분야가 있는가?

A. 사실 관심 없는 예술분야는 없다. 한쪽에 더 관심이 있는가에 따른 차이이다.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분야는 ‘개념미술’과 ‘일러스트레이션’이며 요즘 새롭게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인테리어 디자인이다. 개인적으로 전시 보는 것을 정말 좋아하여 6년 전부터 현재까지 200여개의 전시를 보고 매번 기록들을 해왔다. 패션디자이너와 사진작가, 전통공예가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봤기에 여러 가지 분야에서 관심을 가지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Q. 자신에게 디자인적으로 영감을 주는 존재는?

A.서도호 작가, 박찬욱 감독, 에곤 쉴레 등 많은 사람들로부터 디자인의 영감을 받았다. 특히 하이메 아욘은 가구 디자이너로 시작해서 최근에는 의류 브랜드까지 론칭을 진행했는데, 이같은 행보가 나 같은 사람에겐 영감과 격려가 된다.

Q. 디자이너로써 최종 목표는?

A. 나 자신을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 내 이름만 말하는 것으로 설명이 될 수 있는 존재.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 최종목표다.